[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부천FC는 끝내 승격을 달성하면서 K리그2 원년(당시 K리그 챌린지) 원년 멤버 중 FC안양에 이어 낭만을 완성했다. 반면 수원FC는 생존에 실패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운명이 갈렸다.
8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른 부천FC1955가 수원FC에 3-2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1, 2차전 합계 4-2로 부천이 수원FC를 꺾고 K리그1으로 향한다. 수원FC는 5시즌 만에 강등을 마주했다.
수원FC가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수원FC는 여름에 안데르손 한 명을 FC서울로 보내주면서 윌리안과 이시영을 받아왓고 여기에 한찬희, 안현범, 안드리고, 김경민까지 ‘폭풍 영입’을 했다. 영입 직후 엄청난 효과를 보면서, 8월과 10월 한때 강등권을 탈출해 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최고 성공작이었던 윌리안이 11경기 8골 2도움을 몰아치긴 했지만 부상으로 여러 경기 결장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결국 ‘여름의 승자’라던 수원FC의 영입 효과는 끝까지 가지 못했다.
반면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부천의 여름 이적시장 행보는 승격으로 직결됐다. 특히 울산HD에서 임대 영입한 윙백 장시영, 수원삼성에서 전력 외로 분류돼 있던 백동규 두 명이 결정적이었다.
장시영 영입은 전술적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오른발잡이 측면 자원 장시영은 부천에서 왼쪽 윙백을 맡았다. 뛰는 방향과 반대쪽 발을 주로 쓰면서 안쪽으로 파고드는 드리블을 하는 일명 ‘인버티드 윙백’은 국내에서 그리 많이 쓰이는 기용법이 아니다. 하지만 부천은 스리백 위에 왼쪽에는 오른발잡이 장시영, 오른쪽에는 왼발잡이 티아깅요를 배치하면서 두 명 모두 윙어처럼 활용했다. 좌우 균형이 맞으면서 상대 수비를 더욱 흔들어놓을 수 있게 됐고, 2선 자원의 득점력이 극대화됐다.
티아깅요뿐 아니라 박창준도 장시영 효과의 수혜를 봤다. 측면자원 박창준은 시즌 초 윙백을 맡다가 장시영 영입 후 원래 자리인 2선 공격자원으로 올라갔고, 경력을 통틀어 가장 좋은 득점감각을 발휘하면서 부천 공격을 완성시켰다. 장시영 영입 전 2골 2도움에 그쳤는데 영입 후 7골 3도움을 몰아쳤다. 이번 시즌 공격 포인트 14개를 기록하면서 기존의 개인 최다(2021년 14개)를 돌파했다. 나아가 부천을 대표하는 2선 자원 바사니가 지난 시즌(11골 7도움)보다 늘어난 공격 포인트(PO 포함 16골 7도움)로 맹활약한 것 역시 측면 지원이 강화된 덕분으로 볼 수 있다.
‘부천 전력의 절반’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영민 감독의 작품이다. 이 감독은 부천 부임 직전 울산HD 유소년 디렉터로서 울산 현대고의 장시영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활용법을 정확히 알고 임대해 온 선수다. 장시영 개인은 공격 포인트가 없었지만 프로 데뷔 후 가장 꾸준하게 뛰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백동규도 효과적인 영입이었다. 이 감독이 안양 코치 시절 인연을 맺었던 백동규는 수원에서 전력 외였던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오자마자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부천 스리백의 가운데 서서 미드필더 출신 스토퍼 정호진 등과 좋은 조합을 이뤘다.
시즌이 끝나고 나서 돌아보니, 이적시장의 조용한 강자는 이적료 없이 승격 주역 2명을 데려온 부천이었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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