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씨가 통일교 간부와 나눈 통화 녹음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통일교 은혜를 입어 당선됐다는 취지의 발언이 전 씨 입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오른쪽)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 김건희 여사. /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가 9일 전씨의 알선수재·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속행 공판에서 증인으로 소환된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인테리어업체 21그램 대표의 아내 조씨가 출석하지 않자 각각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하고 구인장을 발부했다. 두 사람은 우울증·불안감 등을 이유로 정상적인 진술이 어렵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날 통일교 측으로부터 전달된 샤넬 가방을 김건희 여사에게 건네고 교환한 과정에 대해 증인신문을 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이 미뤄졌다. 재판부는 소환 지연이 이어지면 재판이 계속 늦어져 특검법이 요구하는 6개월 내 선고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해 구인장을 발부했다. 오는 15일 속행 공판에서는 두 사람과 함께 김 여사에 대한 증인신문도 예정돼 있다.
이날 법정에서는 2022년 3월 대선 전후에 전씨와 통일교 간부 이모씨가 주고받은 통화의 녹음본이 재생됐다.
전씨는 2022년 3월 30일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이) 통일교에 은혜를 입은 것”이라며 “은혜를 갚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고 (김건희) 여사님도 충분히 납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은혜 입었잖나. 대통령 당선시켜주셨잖나”라고 말하는 내용도 녹음에 포함돼 있었다.
이와 함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2022년 2월 ‘한반도 평화서밋’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측에 접촉을 시도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재생됐다.
윤 전 본부장은 이씨에게 “여권을 하려면 일전에 이 장관님하고 두 군데 어프로치를 했다. 정진상 실장이나 그 밑에 쪽은 화상대담이잖나. 힐러리(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정도는 될 것 같다. 저커버그(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최고경영자)는 피한다”라고 말했다. 윤 전 본부장은 앞선 재판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와 접촉을 시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씨 재판에서는 앞서 김 여사 재판에서 공개됐던 샤넬 가방, 구두, 그라프 목걸이 등이 다시 등장했다. 특검팀은 실물 검증 요청에 따라 전씨로부터 확보한 물품들을 법정에 제출했고, 재판부는 흰 장갑을 끼고 직접 확인했다.
전씨는 2022년 4~7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교단 지원 청탁을 받고 김 여사와 공모해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 8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청탁·알선 대가로 ‘통일그룹 고문’ 자리를 요구하며 3000만원을 받은 혐의, 여러 기업으로부터 각종 청탁을 받고 약 2억원 상당 금품을 챙긴 혐의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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