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자살예방센터가 지난 11월 28일 청년 자살예방 서포터즈 4기 활동보고회 ‘마음의 빛을 그리다’를 개최했다. 만 19~39세 청년 당사자로 구성된 서포터즈는 지난 7월 발대식을 시작으로 5개월간 생명존중 문화 확산과 인식 개선 활동을 직접 기획·실행했다.
자기 이해에서 출발한 자살예방
서포터즈는 활동 초기 “자살예방의 출발점은 자기 이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홍보팀은 자조모임과 글쓰기 활동을 통해 청년들이 겪는 고립감·우울·박탈감을 기록하며, “내 감정을 모른 채 타인을 돕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문장과 경험은 ‘괜찮지 않았던 날들의 기록’, ‘내가 버티기 위해 붙잡았던 말들’ 같은 콘텐츠로 정리돼 또 다른 청년에게 회복의 메시지를 전했다.
홍보3팀은 감정문장 기록물을 제작해 청년들이 직접 빈칸을 채워 넣도록 했다. 분노·슬픔·불안·희망 등 8개 감정을 기반으로 한 ‘마음채움 문장집 109’는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 자기돌봄 실천의 결과물로 자리 잡았다.
관계로 확장된 실천
자기 이해는 곧 타인의 마음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어졌다. 홍보팀은 글쓰기 모임과 또래 인터뷰를 통해 “힘들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어떤 말이 도움이 되는가”를 탐색했다. 청년들은 “어떻게 답할지보다 곁에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다양한 삶의 맥락을 존중하는 방법을 익혔다.
홍보2팀은 읽기·글쓰기 모임을 통해 타인의 고통과 회복을 언어로 탐색했다. 이 경험은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안전하게 다가갈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위험신호에 대응하다
모니터링팀은 온라인상의 자살·자해 게시글 1008건을 신고하고, 607건의 선플을 작성했다. 청년들은 “댓글 하나에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며 디지털 공간의 안전망 역할을 수행했다. 전시에서는 실제 온라인 은어와 선플 사례가 소개돼, 언어의 힘이 어떻게 위험 신호에 대응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142일의 여정, 기록으로 남다
보고회 전시 공간에는 ‘142일간의 여정지도’가 설치됐다. 발대식에서 시작된 8개의 청년 현안, 58개의 자기돌봄 실천 계획, 팀별 결과물이 시간 순서대로 배치돼 청년이 설계한 자살예방 실천의 축적 과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우리는 서로를 다시 일으키는 존재였다”
참여 청년들은 활동을 돌아보며 변화를 나눴다. 임우린 서포터즈는 “작은 댓글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고, 유민서는 “선플 활동 중 ‘당신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는 대댓글을 받으며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 서포터즈는 친구를 잃은 슬픔 속에서 “내가 무엇을 예방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또 다른 청년은 “괜찮지 않은 날은 또 오겠지만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이들은 자살예방의 진정한 이름은 ‘연대’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청년이 던진 질문
서포터즈 4기의 활동은 청년 스스로 만든 자살예방 방식이 가능하며 이미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들이 세상에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가까이 다가가고, 자살 위험 신호에 반응한다면… 청년의 일상은 더 안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주은혁기자 jooeh@justeconomi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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