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그룹, 쇄신인사 칼바람 속 오너 3세 전진배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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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롯데그룹, 쇄신인사 칼바람 속 오너 3세 전진배치 속내

르데스크 2025-12-09 11:52: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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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실적 부진과 투자 실패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의 쇄신 인사를 단행하며 '체질 개선'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오너 3세인 신유열 부사장에게는 예외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그룹 전반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축소하고 부회장단과 최고경영진 상당수를 교체하는 와중에 신 부사장은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이사 자리까지 거머쥐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위기 속 '고강도 쇄신'과 동시에 오너 3세를 바이오 신사업의 얼굴로 내세운 인사는 신 부사장에게 기회이자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 전반엔 칼바람, 오너 3세 앞엔 '길 닦기'…쇄신 인사 속 드러난 온도차

 

올해 롯데그룹의 인사는 '강도'부터 달랐다. 신동빈 회장은 비상경영을 선포한 이후 화학·호텔·유통 등 주요 사업군에서 부진한 실적과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임원 20% 넘게 내보내는 강수를 뒀다. 화학군에서는 13명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10명을 교체했고 호텔롯데에서는 롯데호텔·롯데면세점·롯데월드 등 3개 사업부 대표이사를 모두 바꿨다. 임원 규모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비율로 축소됐고, 60대 이상 임원 상당수가 일선에서 퇴진했다.

 

조직 구조도 큰 변화를 맞았다. 2017년 출범한 비즈니스유닛(BU) 체제를 고도화해 유지해 온 사업총괄(HQ) 체제를 사실상 폐지하며 9년 가까이 이어진 컨트롤타워 구조에 마침표를 찍었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조율하고 전략을 총괄하던 HQ 대신 각 계열사가 직접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 그룹이 내세운 명분이다. 롯데지주 역시 '관리형 컨트롤타워'에서 재무·전략 중심의 실무형 조직으로 역할을 재조정했다.

 

그룹 전반에는 칼바람이 불었지만 신유열 부사장의 행보는 결이 다르다. 이번 인사에서 신 부사장은 그간 초고속 승진을 해온 것과 달리 처음으로 직급이 유지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역할과 무게는 오히려 더 커졌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을 유지한 데 더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각자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 것이다. 전략컨트롤 조직에서도 중책을 맡으며 그룹 신사업과 포트폴리오 전환의 중심에 서게 됐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여기에 최근 포착된 지분 매입 행보는 '후계 구도'와 맞물려 해석을 낳고 있다. 신 부사장은 이달 초 개인 자금으로 롯데지주 보통주 4399주를 장내 매수해 지분을 3만4490주(지분율 0.03%)까지 늘렸다. 지분율 자체는 여전히 낮지만 별도의 증여 없이 개인 자금으로 소규모 분할 매수를 이어가는 방식은 전형적인 장기 승계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지분율 확대가 곧바로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부친인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일괄 증여를 통해 지분을 넘겨받을 경우 수천억 원대 증여세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승계 속도를 높이면 '능력보다 혈통'에 의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이에 그룹 안팎에서는 지분 확보보다 더 시급한 것은 신 부사장의 경영 능력 증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신 부사장은 일본 노무라증권, 컬럼비아대 MBA,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와 롯데지주 미래성장실,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 등 화려한 이력을 쌓으며 상무·전무·부사장으로 매년 승진해 왔다. 그러나 신 부사장은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이번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 선임으로 인해 신 부사장은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동시에 HQ·부회장단의 힘을 빼고 지주의 역할을 재정비함으로써 그룹 내 권력이 '전문경영인 컨트롤타워'에서 '오너 3세 중심 신사업'으로 서서히 재배치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후발주자 롯데바이오로직스, CDMO 격전지에서 경영 능력 입증 숙제

 

신유열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무대는 롯데바이오로직스다. 롯데그룹이 헬스케어·바이오를 4대 신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로 꼽은 만큼 롯데바이오의 성과는 그룹의 향후 10년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꼽힌다. 동시에 후발주자로서 치열한 CDMO 시장에 뛰어든 만큼 실적과 신뢰도 없이는 버티기 쉽지 않은 구조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설립 직후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에 위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하며 단숨에 상업 생산 능력(4만 리터)과 검증된 품질 시스템을 확보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는 2030년까지 총 4조6000억원을 투입해 3개의 공장(총 36만 리터)을 짓는 바이오캠퍼스를 조성 중이다. 송도 제1공장은 2027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쟁 상황은 녹록치 않다. 같은 송도에 자리 잡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78만4000리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CDMO 캐파를 확보했다. 제4공장을 포함해 풀가동 체제에 들어갔고 제5공장까지 추진 중이다. 셀트리온 역시 약 25만리터 규모의 생산시설을 바탕으로 바이오시밀러와 CMO 시장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 인천 송도국제도시에는 2030년까지 총 4조6000억원을 투입해 3개의 공장(총 36만 리터)을 짓는 바이오캠퍼스를 조성 중이다. 사진은 인천 송도에 짓고 있는 바이오캠퍼스 1공장 예상도.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실적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출범 첫해인 2022년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222억원이었다. 이듬해인 2023년에야 시러큐스 공장 가동 효과가 본격 반영되며 매출 2286억원, 영업이익 266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송도 공장 건설 등 대규모 투자비 탓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2344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8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들어 아시아 바이오 기업, 영국 오티모, 미국 기반 바이오 기업 등과 총 3건의 신규 CDMO·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 임상용 물질을 중심으로 한 중·소규모 위탁생산으로 장기 상업 생산 계약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러큐스 공장에서 이어받아 생산 중인 기존 의약품 계약도 내년 만료를 앞두고 있어 추가 수주 규모에 따라 실적의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롯데그룹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공격적인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 인력 영입에 공을 들였고 올해 들어 제임스 박 대표, 장준영 글로벌BD부문장, 전지원 전략기획부문장을 잇달아 영입했다. 최근에는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 COO를 지낸 브라이언 그리븐을 미국 법인장에 임명했는데 그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상제조 디렉터 출신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CDMO 경험이 부족한 롯데가 업계 1위의 운영·품질·영업 시스템을 통째로 이식받기 위해 '삼성 출신'을 적극 수혈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국내 다른 바이오기업들 또한 CDMO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지만 경험 부족으로 삼성 출신 인력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신유열 부사장은 이러한 인적·물적 투자가 집중되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경영 전면에 서게 됐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으로서 그룹 신사업 전반을 챙기는 동시에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이사로서 글로벌 수주, 파이프라인 확장, 송도·시러큐스 간 생산 시너지 확보라는 복합 과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선임이 '오너 3세 밀어주기'라는 비판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경영 능력 입증이 절실한 상황이다"며 "부친인 신동빈 회장이 로지스틱스·정보통신 등에서 직접 사업을 일으켜 세우며 후계자로서 입지를 굳힌 것처럼 신유열 부사장 역시 롯데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자신만의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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