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에서부터 시작된 90분의 압박, 속도·전환·에너지로 상대를 질식시킨 시즌 전체의 설계가 마침내 ‘K리그1 승격’이라는 결말을 만들었다.
부천FC는 잘 싸운 팀이 아니라, ‘잘 설계된 팀’이었다. 상대가 무너진 게 아니라 부천이 쌓아 올린 결과였다.
창단 18년 만의 K리그1 승격은 극적이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드라마보다 더 치밀한 전술적 필연성이 존재한다.
외부에서는 ‘선수들의 절실함’, ‘기적 같은 결말’을 이야기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영민 감독의 구조적 접근과 공격 철학의 관철이 승격의 핵심 동력으로 평가된다.
이번 시즌 부천은 단순한 다득점 팀이 아니라, 압박·전환·유기성이라는 세 축이 정교하게 연결된 팀이었다.
■‘측면’을 열어 공격을 확장하다
2025시즌 K리그2 59골로 득점 상위권인 부천이 선보인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측면 운영의 재구성이었다.
부천은 오랫동안 수비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구조를 유지해왔으나, 이영민 감독은 이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측면에서 공격 성향이 강한 윙백을 과감히 기용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이 감독의 말처럼 부천은 단순한 라인 유지가 아닌 ‘측면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
풀백·윙어가 함께 참여하는 ‘2선·3선 동시 가담 구조’는 상대 진영에서의 점유율을 끌어올렸고, 빠른 전환과 피치를 넓게 쓰는 운영은 득점력 향상으로 직결됐다.
부천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양쪽 측면 공격 루트가 모두 살아나며 상대 수비를 쉽게 흔들 수 있는 팀으로 재탄생했다.
이 구조적 변화는 우연이 아니라 올 시즌 부천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게 만든 핵심 전략이었고 이는 승격까지 이어졌다.
■멀티 스코어러 시대, 부천이 만들어낸 득점 네트워크
올 시즌 부천이 기록한 K리그2 상위권 득점 뒤에는 바사니(14골)의 결정력뿐 아니라 몬타뇨(12골), 박창준(9골), 갈레고(5골), 이의형(4골) 등 측면·중앙·세컨 라인에 걸친 멀티 득점 구조가 있었다.
사이드에서 크로스·컷백 패턴으로 만들던 공격은 후반기 들어 중앙 침투, 하프스페이스 활용이라는 새로운 옵션이 추가됐다.
이 변화는 단순히 선수 기량이 좋아서가 아니라 훈련 단계에서부터 반복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적 패턴이었다.
결정적 장면을 만든 바사니·몬타뇨, 빌드업 안정성을 더한 미드필더진 등 ‘누구라도 득점을 만들 수 있는 팀’으로 구조가 확장되면서 상대 전술 대응력이 크게 높아졌다.
■이제는 K리그1…과제는 ‘압박 유지’와 ‘수비 안정화’
1부리그는 K리그2보다 공격 전술을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전개할 수 있는 팀들이 훨씬 많다.
전방 압박의 강도로 상대를 흔들어왔던 부천의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체력 소모·간격 유지·전환 속도는 K리그1에서는 단 한 번의 실패만으로도 실점으로 직결될 수 있다.
K리그1 팀들의 후방 빌드업은 K리그2보다 견고하고, 압박 회피 능력 또한 비교 불가다.
결국 부천이 1부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1순위 과제는 압박의 ‘정확성’ 유지다. 지금까지는 ‘강도’만으로도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지만, 1부에서는 타이밍·라인 간 거리·볼 방향 유도까지 세밀하게 설계된 압박이 아니면 되레 뒷공간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두 번째 과제는 수비 라인의 안정화다. 부천은 올 시즌 공격 기여가 많았던 윙백 활용이 강점이었지만, 1부에서는 라인 붕괴·전환 수비 지연·세컨볼 대처 같은 장면들이 훨씬 더 빈번히 노출된다.
이에 상대 진영에서 끊겼을 때의 ‘즉시 압박’ 조직화가 필요하다. K리그1 팀들은 탈압박·역습 전개 속도가 K리그2와 차원이 다르다. 공격 참여 인원이 많아진 만큼 잃어버린 공을 바로 다시 되찾는 구조가 갖춰져야 라인 붕괴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중원에서의 1차 차단력, 즉 안정적인 6번 자원의 확보가 중요하다.
카즈·박현빈 등은 높은 활동량과 회수 능력으로 시즌 내내 팀 전술을 지탱했지만, 1부에서는 이들의 장점을 보완할 ‘전문 6번’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두 선수의 에너지와 커버 범위는 강점이지만, 더 빠른 템포·정교한 중원 빌드업을 상대하려면 볼 쟁탈 타이밍·세컨볼 관리·수비 라인 앞 공간 통제까지 책임질 확실한 버팀목이 요구된다.
이러한 재정비는 단순히 ‘수비를 더 보강해야 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공격 축구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영민 감독이 구축한 공격 철학이 꺼지지 않는 한 부천의 이번 승격은 결코 반짝이 아니다.
부천은 드라마가 아니라 설계된 혁신으로 K리그1에 올라왔다. 이제는 그 혁신이 1부리그라는 더 큰 무대에서 증명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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