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배준철 기자]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인 산업으로 여겨지던 '창호(Window)' 시장에 디지털과 친환경의 숨결을 불어넣은 인물이 있다. 단순히 비바람을 막는 창을 넘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는 '지능형 창호'를 세상에 내놓은 주인공. (주)글로윈스의 김미숙 대표이사가 CEONEWS가 선정한 'TOP CEO'의 영예를 안았다. 남성 중심의 건설·제조 업계에서 섬세함과 강인함을 겸비한 리더십으로 'K-윈도우'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는 김 대표의 경영 철학과 비전을 심층 탐구해 본다.
■30년 뚝심, '철의 여인'이 만든 유리의 혁명
김미숙 대표의 수식어는 화려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창호라는 한 우물만 파온 장인의 뚝심이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미광창호 설립을 시작으로 현재의 글로윈스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걸어온 길은 한국 창호 산업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한다. 사실 건설 자재 시장, 그중에서도 금속과 유리를 다루는 창호 업계는 거칠고 투박한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김 대표는 특유의 '어머니 같은 리더십'으로 이러한 편견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그녀는 "창호는 건물의 눈과 같다. 아무리 멋진 건물도 창이 부실하면 숨을 쉴 수 없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단순한 조립과 시공을 넘어 R&D(연구개발)에 과감히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글로윈스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였다. 김 대표는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절감이 미래 건설 시장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임을 일찌감치 예견했다. 그 결과 글로윈스는 단순 제조업체를 넘어 '기후 테크'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그린 스마트 스쿨'의 표준을 세우다
이번 CEONEWS TOP CEO 선정의 결정적 배경에는 글로윈스가 주도하고 있는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의 성과가 있다. 글로윈스의 주력 제품인 '스마트 윈도우'는 기존 창호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창문을 열지 않아도 자동으로 실내 공기를 정화하고 환기하는 시스템은 학습 환경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교육 현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센서가 공기질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개폐 시스템을 가동하는 기술은 김 대표가 강조해 온 "인간을 향한 기술"의 결정체다.
"아이들이 숨 쉬는 교실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합니다. 글로윈스의 기술은 수익을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과 맞물려 노후화된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에서 글로윈스의 기술력은 빛을 발했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단열 커튼월과 태양광 발전 기능을 갖춘 BIPV(건물 일체형 태양광) 시스템은 학교를 '에너지 소비형' 건물에서 '에너지 생산형' 건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BIPV와 RE100, 탄소중립을 향한 '지구의 창'
김 대표의 시선은 이제 국내를 넘어 지구 환경 전체를 향하고 있다. 글로윈스(Glowins)라는 사명 자체가 'Global'과 'Windows'의 합성어이자, 세상을 비추는 빛(Glow)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최근 글로윈스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태양광 발전 창호(Solar Window)'다. 2050 탄소중립과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지금, 별도의 부지 없이 건물 외벽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BIPV 기술은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는 "창호는 이제 건축물의 디자인 요소를 넘어 에너지 발전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윈스의 제품은 뛰어난 단열 성능으로 에너지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패시브(Passive)' 기능을 넘어,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액티브(Active)' 기술로 진화했다. 이는 에티오피아 등 해외 건설 현장으로의 수출로 이어지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섬세함 속에 감춰진 강단, '감성 경영'의 힘
기술력만큼이나 주목받는 것은 김미숙 대표의 경영 스타일이다. 그녀는 직원들을 '가족'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딱딱한 수직적 지시보다는 소통과 공감을 중시하는 그녀의 리더십은, 이직률이 높은 건설 제조 업계에서 장기 근속자가 많은 탄탄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비결이 되었다. 하지만 품질과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타협 없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변한다. "0.1mm의 오차가 건물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그녀의 완벽주의는 글로윈스가 조달청 우수제품 지정을 비롯해 각종 기술 대상을 휩쓰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녀는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친환경 소재 사용을 고집하고,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도모하는 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그녀의 의지를 보여준다.
■글로윈스의 핵심 기술
글로윈스는 전통적인 창호 제조를 넘어 첨단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윈도우 시스템을 구현했다.
▲스마트 환기 시스템: IoT 센서가 실내 공기질(CO2, 미세먼지)을 실시간 감지하여 자동 환기
▲BIPV(건물 일체형 태양광): 창호 자체가 태양광 발전 시스템으로 작동하여 에너지 생산
▲고단열 시스템: 3중 로이유리와 열 차단 프레임으로 에너지 손실 최소화
▲친환경 소재: 재활용 가능한 알루미늄과 무독성 코팅재 사용으로 환경 부담 최소화
이러한 기술들은 정부의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 RE100 달성을 위한 기업 건물 리모델링 등에 핵심 솔루션으로 채택되고 있다.
■창을 통해 본 미래
CEONEWS가 김미숙 대표를 TOP CEO로 선정한 것은 단순히 매출 규모나 기업의 성장세 때문만은 아니다.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난제 앞에서, 가장 전통적인 산업인 창호업을 통해 해법을 제시하려는 그녀의 혁신가적 면모(First Mover)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미래는 환경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하는 김미숙 대표. 그녀가 만든 창을 통해 우리는 더 맑은 공기, 더 깨끗한 에너지가 순환하는 미래를 내다본다.
30년 전 한 여성 창업가가 시작한 작은 창호 공장은 이제 대한민국 친환경 건축의 미래를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리창 너머의 세상을 바꾸는 그녀의 도전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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