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인슐린이 제대로 만들어지도록 돕는 세포 내 ‘단백질 품질관리’의 새로운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번 성과는 인슐린 생성 과정의 핵심 기전을 규명했을 뿐 아니라, 단백질이 잘못 접혀 생기는 당뇨병·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등 난치성 질환 치료 전략 개발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이영호 박사 연구팀은 일본 도호쿠대·도쿠시마대, 영국 케임브리지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단백질 접힘을 돕는 ‘PDIA6’라는 단백질이 세포 내 칼슘 농도 변화에 따라 스스로 뭉쳐 작은 구획(과립)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 구조가 프로인슐린이 엉키지 않고 올바른 형태로 접히도록 돕는 ‘품질관리 과립’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동안 PDIA6는 단독으로 단백질 접힘을 돕는 보조 역할(샤페론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PDIA6가 칼슘 이온과 결합하면서 특정 구역에 모여 응축체를 생성. 내부에서 인슐린 구조 형성을 촉진한다는 새로운 작동 원리를 제시했다. 단백질이 합성되는 세포 소기관인 소포체가 단일 공간이라는 기존 통념을 뒤집고, 품질관리 기능이 미세 구획 단위로 나뉘어 작동한다는 새로운 생물학 개념을 보여줬다.
PDIA6의 작동 방식은 단백질이 잘못 접혀 응집되는 과정이 질환으로 이어지는 난치성 질환의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백질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조절하는 새로운 약물 타깃 발굴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영호 KBSI 박사는 “소포체 내 단백질 품질관리 과정에서 칼슘 이온이 유도하는 PDIA6 집합체의 핵심 역할을 입증한 연구”라며 “단백질 응집 질환을 해결할 수 있는 조절 물질 개발 등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호쿠대·도쿠시마대 연구진 역시 “장기간의 국제 공동연구가 새로운 생물학 현상을 규명하는 결실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과제, 세종펠로우십, KBSI 주요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 11월 11일 자에 실려 표지 논문(Front Cover)으로 선정, 같은 학술지의 ‘뉴스&뷰’(News & Views) 섹션에서도 별도 소개돼 학술적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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