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최재혁 기자] 현대 문명은 '화학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샴푸, 비누, 화장품 속에는 수천 가지의 화학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편리함의 대가로 인류는 경피독과 환경 호르몬의 위협에 직면했다. 이러한 '화학의 역설' 속에서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오직 '천연'이라는 하나의 화두를 붙들고 마침내 해답을 찾아낸 인물이 있다. 바로 바이오 헬스케어 전문기업 (주)히스기야의 김수현 대표이사다.
■광어 양식장에서 싹튼 '공존'의 철학
김수현 대표의 연구는 실험실이 아닌, 비릿한 바다 내음이 가득한 양식장에서 시작됐다. 1991년 대학 졸업 후 해남에서 학원 사업을 하던 그는 우연히 어류 양식의 현실을 목격했다. 당시 양식업계는 물고기의 질병을 막기 위해 다량의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었고, 이는 고스란히 해양 오염과 식탁의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물고기가 살 수 없는 물이라면, 사람에게도 좋을 리가 없다."
그의 뇌리를 스친 이 단순한 진리는 그를 천연물 연구의 길로 이끌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녹차'였다. 녹차의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 성분이 가진 강력한 항균 및 해독 능력에 확신을 가졌다. 항생제 대신 녹차 추출물을 활용한 세정제를 개발해 양식장에 적용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항생제 잔류량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은 물론, 광어의 육질이 단단해지고 폐사율이 급감했다. 무엇보다 오염되었던 양식장의 수질이 개선되는 것을 보며, 그는 '자연 성분이 생태계와 인간을 공존하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 경험은 훗날 히스기야가 추구하는 '무독성(Non-toxic) 라이프'의 모태가 되었다.
■"눈이 따갑지 않은 샴푸를 만들어라"
어류용 세정제의 성공은 김 대표에게 더 큰 꿈을 꾸게 했다. "물고기에게도 효과가 있다면, 사람에게는 얼마나 더 좋겠는가?" 그는 즉시 인체용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 길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의 목표는 명확했다. "독성이 없고, 눈에 들어가도 따갑지 않을 만큼 순하면서, 세정력은 확실한 샴푸." 당시 시장을 지배하던 것은 석유계 계면활성제였다. 저렴하고 거품이 잘 나지만, 두피 자극과 탈모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화학 성분을 천연물로 대체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았다. 김 대표는 2008년 화장품 제조 허가를 받은 뒤, 10년이라는 세월을 실험실에서 보냈다. 수천 번의 배합 실패와 원료 테스트가 이어졌다. 그가 찾아낸 해답은 자연 속에 숨어 있었다. 거품을 내는 화학 계면활성제 대신 뽕나무 뿌리(상백피) 추출물을 사용해 천연 거품을 구현했고, 화학 방부제 대신 무화과 진액에서 추출한 벤즈알데하이드 성분으로 천연 방부 효과를 냈다. 여기에 그의 오랜 연구 자산인 녹차의 카테킨을 더했다. 이 세 가지 핵심 원료를 황금비율로 배합하여 추출한 것이 바로 히스기야의 독자 기술인 STR(Special Treatment Root)이다. 이렇게 탄생한 히스기야 샴푸는 단순한 세정제를 넘어섰다. 눈이 따갑지 않은 것은 기본이었고, 지루성 두피염이 사라지고 가늘어진 머리카락에 힘이 생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 기술로 완성된 순간이었다.
■데이터로 입증한 기적, STR의 힘
"천연 제품은 순하기만 하고 효능은 떨어진다"는 편견을 깨는 것이 다음 과제였다. 김 대표는 감성적인 마케팅 대신 철저한 과학적 검증을 택했다.
히스기야는 국내 유수의 임상 기관인 글로벌의학연구센터에 제품 의뢰를 맡겼다. 결과는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였다. STR 성분이 두피의 혈행을 개선하고 모근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발모 및 육모 효과가 있음이 데이터로 입증된 것이다. 이는 의약품이 아닌 천연 화장품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였다. 이 소식은 알음알음 입소문을 탔다. 특히 탈모로 고민하던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서 '구원투수'로 불리기 시작했다. 유명 국제 변리사, 의사, 기업인들이 직접 제품을 써보고 효과를 체감한 뒤,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히스기야의 투자자이자 멘토를 자처하고 나섰다. 제품력 하나가 든든한 우군을 만들어낸 것이다. 현재 히스기야는 법인 전환 1년여 만에 전국 200여 개 대리점을 확보하고 4만여 개의 제품을 판매했다. 주목할 점은 95%에 달하는 재구매율이다. 한 번 써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는다는 이 경이적인 수치는 히스기야 제품의 진가를 대변한다.
■K-바이오를 넘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김수현 대표의 시선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를 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탈모와 두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고, '클린 뷰티(Clean Beauty)'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히스기야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다른 샴푸 회사가 아닙니다. 화학 물질에 의존해온 인류의 오래된 습관입니다."
김 대표는 샴푸뿐만 아니라 바디 워시, 치약, 그리고 먹는 식품 영양제까지 STR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몸 밖에서 씻어내는 것(Out-beauty)과 몸 안으로 섭취하는 것(In-beauty)을 아우르는 토탈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또한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ESG)에 대해서도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히스기야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수질 오염을 줄이고 지구를 살리는 환경 운동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어류 양식장에서 시작된 '공존'의 가치가 기업 경영의 전반에 흐르고 있는 셈이다.
■히스기야의 핵심 기술, STR(Special Treatment Root)이란?
히스기야 제품의 심장이라 불리는 STR은 김수현 대표가 30년 연구 끝에 완성한 독자적인 천연 복합 추출물이다.
▲녹차(카테킨): 강력한 항산화 및 해독 작용으로 두피 내 독소를 배출하고 염증을 완화한다.
▲무화과(벤즈알데하이드):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며, 항암 및 항균 효과가 있어 두피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한다.
▲뽕나무 뿌리(상백피): 화학 계면활성제를 대체하는 천연 거품을 생성하며, 두피 열을 내리고 모발 재생을 돕는다.
이 세 가지 원료를 단순히 섞는 것이 아니라, 유효 성분이 파괴되지 않도록 저온 감압 추출법 등 특수 공법을 통해 배합한 것이 히스기야만의 노하우다.
■병든 시대를 치유하는 '히스기야'의 꿈
죽어가던 히스기야 왕을 살린 무화과 반죽처럼, 김수현 대표는 STR이라는 현대판 치유제를 통해 병든 현대인의 두피와 건강, 더 나아가 병든 지구를 회복시키려 한다. 성경 속 유대 왕 히스기야는 죽음의 문턱에서 간절한 기도로 15년의 생명을 연장 받았다. 김 대표가 사명을 '히스기야'로 정한 것은 단순한 종교적 신념을 넘어선다. 그것은 "병든 것을 고치고 생명을 살린다"는 기업의 존재 이유이자, 그가 세상에 내놓은 제품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의 표현이다. 30년 전, 해남의 바닷가에서 시작된 한 청년의 엉뚱한 상상은 이제 수많은 사람에게 건강한 아름다움을 되찾아주는 현실이 되었다. 화려한 광고나 과장된 포장 없이, 오직 정직한 원료와 기술력으로 승부해온 김수현 대표. 그의 뚝심이 만들어갈 히스기야의 내일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기다려온 진정한 '웰빙(Well-being)'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김수현 대표의 손은 거칠었다. 30년간 수없이 많은 약초를 만지고 흙을 만진 훈장과도 같은 손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이미 자연 속에 다 있다"며 웃는 그의 미소에서, 기술을 넘어선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느낄 수 있었다. 히스기야가 단순한 샴푸 회사가 아닌, 생명 기업으로 불려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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