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물들고, 어둠이 깔리며 펼쳐지는 레이스는 낭만 그 차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F1에서 ‘트와일라잇 레이스’는 해가 지기 직전(석양)부터 야간까지 이어지는 시간대에 열리는 경주를 의미한다. 바레인·아부다비·라스베이거스 GP가 대표적이며 이 시간대는 단순한 야간 레이스와 달리 레이스가 진행되는 동안 트랙 온도, 공기 밀도, 조명 환경이 연속적으로 변한다. 이 변화폭은 짧지만 매우 가파르며 팀들은 금요일 FP2의 트와일라잇 시간대를 기준으로 세팅과 전략을 모두 맞춰 나간다.
트와일라잇 구간의 첫 번째 핵심 변수는 급격한 트랙 온도 하강이다. 경기 초반 32~36℃에서 출발한 노면 온도는 체커드가 가까워질수록 24~28℃ 수준까지 떨어지며, 프론트 타이어 워밍업은 더 어려워지고 언더스티어가 증가한다. 반면 온도가 충분히 내려간 이후부터는 리어 타이어 데그레이션(성능 열화)가 낮아지면서 후반 페이스가 살아나는 ‘이중 그립 사이클’이 형성된다. 이러한 패턴은 전통적으로 리어 안정성이 뛰어난 레드불과 맥라렌이 강점을 보여온 부분이다.
기온 하락에 따른 공기 밀도 변화도 레이스 페이스에 분명한 영향을 준다. 온도가 2~5℃ 하강만으로도 밀도 증가가 발생해 터보 기반 파워 유닛 효율, ERS 디플로이, 인터쿨러 성능이 팀마다 다르게 반응한다. 트랙 조도 변화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석양에서 인공 조명으로 넘어가는 짧은 전환 구간에는 코너마다 그림자 존이 형성되고, 반사광이 브레이킹 포인트 인지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FP2는 사실상 트와일라잇 전용 데이터 확보 세션으로 기능한다.
트와일라잇 레이스에서의 전략 난도는 예선·레이스 간 조건 불연속성에서 절정에 이른다. FP1과 FP3는 낮, FP2는 황혼, 예선은 완전 야간, 레이스는 다시 황혼 상태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차량 세팅과 전략 시뮬레이션 매칭이 가장 까다로운 주말 구조가 된다. 특히 DRS 효율 저하와 타이어 성능 저하로 강력한 공격형 전술인 언더컷 전략이 약해지고, 스틴트 전략보다 스타팅 그리드 우위가 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것도 이 시간대의 특징이다.
이 구간에서 강한 팀들은 프론트-리어 밸런스 변화폭이 작고 타이어 워밍업 효율이 뛰어나며 연료 하중 감소에도 스티어링 응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레드불 RB19·RB20, 메르세데스 W11, 2024~2025 시즌의 맥라렌 MCL38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온도 변화가 클수록 페이스가 더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향을 보이며, 롱 런 데이터에서 드러나는 페이스 변동폭이 작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결국 트와일라잇 레이스는 낮과 밤 가운데 놓인 짧은 시간대가 전체 레이스 흐름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구간이다. 타이어 특성, 엔진 출력, 공력 밸런스, 시야 확보까지 모든 요소가 동시에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전략 수립의 난도가 가장 높게 평가된다. 이 복합 환경에서 일관된 페이스와 스테이블한 밸런스를 확보한 팀만이 일요일 황혼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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