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다음 달 중순 일본 나라현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양국 정부가 최종 조율 중이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다섯 번째 한일 정상회담으로, 셔틀외교 복원이 지방 도시로까지 확장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나라현 회담 조율…총리 지역구 선택한 배경
8일 대통령실과 외교당국에 따르면 양국은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일정을 다음 달 13~14일 전후 1박 2일로 확정하기 위한 실무 협의에 들어갔다. 회담 장소는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나라시로 압축됐으며, 의전과 경호 동선 등 구체적 조율이 진행 중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셔틀외교 순서상 한국 측의 방일 시점이 도래했다”며 가능하다면 나라현에서 회담을 열고 싶다는 뜻을 직접 전달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장소 논의가 본격화됐다.
일본 정부는 나라시의 회담 시설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경호 여건을 갖춘 5성급 호텔 또는 문화재 시설 활용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도다이지(東大寺)를 일정에 포함하는 구상도 논의되고 있으며, 한국 측도 실무 협의를 통해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취임 후 다섯 번째 한일 정상회담…지방 도시 외교 실험
이 대통령이 방일하면 최근 8개월 동안 다섯 차례의 한일 정상회담이 이어지게 된다. 지난해 6월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시게루 당시 총리와 첫 대면한 뒤, 8월 도쿄 방문을 계기로 셔틀외교 복원이 공식화됐다. 이어 이시바 전 총리의 9월 부산 방문, 10월 다카이치 총리의 APEC 방한이 이어지며 양국 정상은 “교차 방문을 통한 정례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특히 이번 일본 방문은 정상회담 장소를 지방 도시로 확대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외교적 실험 성격이 짙다. 상대국 총리 지역구를 직접 찾는 방식은 관계 회복 의지를 대내외에 분명히 드러내는 상징적 행보로 평가된다.
◇중국 방문도 추진…중일 갈등 속 한국 ‘균형 외교’ 시험대
대통령실은 이와 별도로 다음 달 중국 방문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APEC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관계 복원의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이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통해 복원 의제를 테이블에 올릴 계획이다.
중국은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 발언을 두고 일본과 갈등이 심화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국이 연이어 외교 일정을 소화하며 동아시아 외교 질서 속에서 균형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방일과 방중을 연계 일정으로 묶지 않고, 조율이 완료되는 대로 각각 추진하는 쪽을 가닥을 잡고 있다. 한일 셔틀외교를 제도적으로 고착화하는 동시에, 중일 관계가 흔들리는 국면에서 한국 외교의 전략적 공간을 재확보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
지방 도시 정상회담이라는 이례적 형식은 양국 국민에게 더 가까운 외교라는 상징성과 현장성을 동시에 부여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향후 동아시아 다자 외교에서도 새로운 접근법이 마련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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