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은 인재…'한국은 해킹되었습니다'
언어만 719개…'인도네시아 Etc.'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긴 잠에서 깨다 = 정병호 지음.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고향인 홋카이도로 귀향해 중이 된 도노하라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상한 스님으로 통했다. 일본 사회에서 천시받던 아이누 장례를 잘 치러준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에게는 특이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숲속에 묻힌 유골을 찾아내 불교식으로 화장해 모시고 있었는데, 그 대상이 조선인이었다. 조선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댐 공사 때문에 끌려와 그곳에서 모질게 노동하다가 사망했다. 논문을 쓰기 위해 일본을 찾은 정병호 전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도노하라스님의 사연을 듣고, 그와 함께 유골 발굴 작업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교수가 된 후 1997년 학생들과 함께 홋카이도로 찾아 유골 발굴 작업에 나섰다.
최근 출간된 '긴 잠에서 깨다'는 정 교수와 도노하라스님, 그리고 이들과 함께 유골 발굴 작업에 나섰던 한일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강제노동 희생자들의 유골을 발굴해 고국에 송환하는 과정이 상세히 담겼다. 아울러 국적이 다른 젊은이들이 갈등 속에서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도 수록됐다.
한일 양국에 있는 민간인들의 노력 속에 '홋카이도 강제 징용자'들은 광복 70년 만에 유골이 되어 고향 땅을 밟았다. 유골 115구는 홋카이도에서 출발해 도쿄, 교토, 히로시마, 부산을 거쳐 파주 서울시립묘지에 꾸며진 '70년 만의 묘역'에 안치됐다. 책은 그 지난한 과정을 따라간다.
푸른숲. 280쪽.
▲ 한국은 해킹되었습니다 = 심나영·전영주·박유진 지음
하루에도 모르는 번호로 전화벨이 자주 울린다. 문자는 말할 필요도 없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해킹으로 나의 전화번호는 이제 '공공재'가 되었으니까.
국내 회사들이 해커들의 먹잇감이 된 지는 오래다. SK텔레콤, KT, 유플러스 등 3대 통신사는 물론, 쿠팡, 올리브영, GS리테일, 롯데카드, 국민카드 등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왜 이처럼 한국은 해킹의 천국이 되었을까.
이 분야를 취재한 언론사 기자들인 저자들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해킹 사건은 전체 피해 건수의 10%도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해킹당했으면서도 쉬쉬할 수밖에 없었던 회사 대표와 직원, 해커와 몸값을 담판 짓는 어둠의 협상가, 해커에게 영입 제의를 받았던 화이트해커, 보안업계 종사자 등 수백명의 인물을 만나 취재한 결과를 책에 담았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가 해킹을 명백하게 방치했고, 지금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해킹이라는 재난은 우리 사회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인재(人災)라고 주장한다.
사이드웨이. 284쪽.
▲ 인도네시아, Etc. = 엘리자베스 피사니 지음. 박소현 옮김.
719가지 언어를 사용하고, 360여 종족이 살아가는 1만3천466개 섬으로 이뤄진 나라가 하나의 국가로 통합된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수마트라섬에 자리 잡은 말레이 무슬림과 파푸아 사람들은 공통점이 거의 없다. 음식 문화도, 종교도, 음악도, 인종도 다르다. 단지, 인도네시아 국민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이다.
이처럼 섞이기 어려운 사람들이 한 나라를 이루고 살아가는 건 유럽인들의 욕심 때문이었다. 향신료를 독점하고픈 욕구 탓에 네덜란드는 300여년간 인도네시아 지역을 지배했고, 독립 전쟁 과정에서 수많은 섬이 하나의 나라로 뭉쳤다.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언론사 특파원을 지냈으며 이후 보건 연구자로 변신한 저자가 인도네시아 이야기를 소개한다. 저자는 인도네시아 33개 주 가운데 26개 주를 돌아보며 역사, 문화, 인종 문제, 종교적 극단주의 문제 등을 살펴본다.
눌민. 58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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