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시장금리 반등과 가계대출 총량관리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중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책·시장 요인 모두에서 금리 디커플링이 심화되며 차주 부담이 구조적으로 커지는 양상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경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시장금리가 먼저 뛰었고, 여기에 은행권이 총량 압박 속에서 조달비용과 재량금리를 조정하며 금리를 다시 끌어올렸다. 기준금리는 동결돼 있지만 정책 신호와 시장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연말 차주들의 부담은 더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주일 사이 주담대 하단 금리 0.10%p↑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금리) 금리는 연 4.120~6.200%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 4.020~6.172%과 비교하면 일주일 만에 하단은 0.10포인트(p), 상단은 0.028%p 올랐다.
은행 주담대 금리 상하단은 약 1년만에 4%와 6%대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지난 7, 8, 10, 11월 4차례 연속 기준금리(2.50%)를 동결한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시장금리도 제 자리에 머문다. 은행 자금 조달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시장금리는 올랐다. 시장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멈췄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채권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은행 주담대 금리 산정 근거인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지난 11월 28일 3.429%에서 지난 4일 3.452%로 상승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박차…가산·가감금리 인상
최근의 대출 금리 하단 상승 폭(0.10%p)은 은행채 금리 상승 폭(0.023%p)을 크게 웃돈다. 정책금리 전망 선반영에 따른 시장금리 인상과, 총량관리 압박 속 은행이 재량 금리를 조정한 영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 둔화를 위해 대출 증가율 목표를 부과하면서 은행들은 한도 내에서 대출을 운용하고 있다. 한도를 소진하면 대출 취급은 중단된다.
은행은 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 수요를 관리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해선 가산금리나 가감조정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총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다”면서 “은행 입장에선 금리 조정을 통해 수요를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최근 가산금리와 가감조정금리를 조정했다. 대출 금리는 기본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차감하고 가감조정금리를 적용해 최종 결정된다. 가감조정금리는 은행이 수익성·리스크·총량관리 등을 반영해 금리를 높이거나 낮추는 항목이다.
지난 10월 말(신규취급) 기준 17개 은행 가운데 11개 은행이 전달 대비 가산금리 또는 가감조정금리를 인상했다.
◇정책·시장 요소 결합에 연말 차주 이자부담 확대
연말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가계대출총량 관리가 겹치며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사, 이직 등을 주택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실수요 차주들은 높은 이자와 대출 한도가 남은 은행을 찾아 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동안 차주들의 이자부담, 대출 유랑 생활은 지속될 전망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대출 금리 인상은 시장 환경과 정책 요소가 반영된 결과”라며 “내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가 뚜렷해지더라도 가계대출총량 관리와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방안에 따른 대출 규제 강화로 차주들의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의 대출 금리 인상은 시장 요인보다는 정책 요인의 영향이 크다. 한은의 통화정책 경로 가늠이 어려워진 가운데 시장금리가 상승 중이다. 여기에 가계부채와 서울·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규제가 장기화하면서 정책 금리와 은행 금리의 ‘디커플링’이 심화하고 있다.
정책 목표와 시장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서민의 부담을 덜어줄 정부의 선명한 신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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