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진혁 기자= 6년 만의 강등으로 수원FC의 열악한 현실이 드러났다.
8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른 수원FC가 부천FC1995에 2-3으로 패배했다. 이로써 1, 2차전 합계 2-4로 수원FC가 부천에 발목 잡히며 K리그2로 강등됐다. 부천은 창단 18년 만에 승격했다.
표면상 전력으로 우위를 점쳤던 수원FC가 부천을 상대로 큰 힘을 쓰지 못했다. 1차전 수원FC는 싸박, 안드리고, 윌리안으로 외국인 공격 편대를 가동했다. 부천 수비진과 대비했을 때 수원FC 공격력이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는데 정작 경기력은 반대였다. 수원FC 공격진은 부천 스리백을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어려움뿐만 아니라 외려 부천 스리백의 집요한 수비에 제대로 당했다. 결국 1차전 바사니에게 통한의 결승 실점을 내주며 패배했다.
2차전은 수원FC 홈에서 열렸다. 그만큼 설욕을 다짐한 수원FC의 강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이날 선제 득점을 올린 팀은 부천이었다. 또다시 바사니가 위력을 발휘했다. 수원FC는 지난 경기 경험에도 바사니 봉쇄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전반 15분 바사니에게 드리블 돌파 골을 내주더니 전반 24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김규민에게 실점을 허용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는 바사니의 롱패스에 이은 갈레고의 쐐기골까지 얻어맞았다.
김은중 감독은 후반전 벤치에 둔 싸박과 최치웅을 투입하며 ‘트윈 타워’ 전술을 활용했다. 사실상 수원FC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수차례 박스 안으로 공을 집어넣은 끝에 경기 막판 최치웅의 중거리 포와 싸박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따라붙었지만, 이미 결과를 뒤집긴 역부족했다.
충격적인 강등이 현실로 다가왔다. 수원FC는 지난 2020년 K리그1 승격 후 5시즌 간 1부 생활을 누렸다. 5위, 7위, 11위, 5위로 다소 들쭉날쭉한 성적을 낳았지만, K리그1 레귤러 멤버로 점차 자리 잡아갔다. 지난 시즌부터 팀을 맡은 김 감독의 지도로 수원FC는 좀 더 정교하고 완숙한 팀으로 변모해 갔다. 올 시즌도 버텼다면 수원FC는 더 단단한 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종료 휘슬이 불리고 경기장을 웃돈 찬바람이 강등의 상처를 할퀴는 칼바람으로 바뀌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저마다 슬픔을 표현했다. 시간이 흐른 뒤 수원FC 선수단은 추운 날씨 속에도 열렬한 응원을 펼친 팬들 앞에 고개 숙인 채 섰다.
이때 주장 이용이 먼저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마치 1시즌 동안 어쩔 수 없이 묵혔던 속마음을 팬들 앞에 털어놓는 듯했다. 확성기를 잡은 이용은 “강한 팀이 되려면 프런트부터 바뀌어야 한다”라며 운을 띄었다. “프로의식과 비전을 갖고 한 단계씩 발전해야 수원FC가 승격할 수 있다. 2부로 떨어진다고 해도 선수 영입과 지원에 있어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수원FC가 되길 바란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끝으로 팬들에 대한 사과도 잊지 않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는 김 감독이 ‘변명’ 아닌 수원FC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어떤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릴 수 있다. 수원FC가 매년 많은 선수들이 반 이상 바뀌고 있다. 발전하기 위해선 우리만에 힘을 키워야 한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미안했던 부분이다. 우리가 맘껏 훈련할 수 있는 훈련장조차 눈치보며 구하고 있다. 모든 게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감독으로서 미안하고 책임감이 크다. 하루 빨리 이런 부분이 발전해야 선수들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구단 인프라 개선 필요성을 짚었다.
6년 만의 강등, K리그2 추락. 수원FC에 불가피한 변화의 시기가 찾아왔다.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이 안타까운 현실을 꼬집으며 반등을 기약했고 팬들은 추위 속에 식어가는 마음을 다시 한번 믿음으로 덥혔다. 수원FC에 다가올 2026년은 또 한 번의 ‘시험의 해’가 됐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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