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 모레노, 부인 등과 1천억원 상당 챙긴 혐의…현재 파라과이서 생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에콰도르 최대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 추진을 둘러싸고 중국 시공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레닌 모레노(72) 에콰도르 전 대통령(2017∼2021년 재임)이 재판을 받게 됐다.
에콰도르 대법원(Corte Nacional de Justicia)은 8일(현지시간) 모레노 전 대통령 기소와 관련한 청문회를 거쳐 피고인을 형사 재판에 회부했다고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소와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에콰도르 사법부는 코카코도 싱클레어 수력발전 프로젝트 부패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 결과를 고려할 때, 모레노 전 대통령이 부인을 비롯한 가족과 함께 '중국수전'(Sinohydro) 측으로부터 2009∼2018년 사이에 약 7천600만 달러(1천100억원 상당)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재판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에콰도르 건국 이후 최대 건설 프로젝트로 불렸던 코카코도 수력발전소 사업은 중국수전(Sinohydro)에서 맡아 진행했다. 중국수전은 수백 명의 중국인 노동자를 현지로 불러들여 2010∼2016년 공사를 진행했다.
에콰도르는 27억 달러(3조9천억원 상당)에 육박하는 건설비 중 85%가량은 중국개발은행에서 금리 6.9%에 빌렸으나 빚더미에 앉게 될 처지에 놓이자 자국 석유를 싼값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일부를 갚았다.
완공 이후 정부 주요 각료와 공무원들이 중국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불거졌다. 일부는 죄가 인정돼 이미 징역형을 받았다.
모레노 전 대통령의 경우 라파엘 코레아 전 정부에서 부통령(2007∼2013년)으로 일할 때 중국수전 측으로부터 검은돈을 받았다는 단서를 에콰도르 검찰에서 포착한 바 있다. 이 발전소 건설을 앞장서 추진한 코레아(62) 전 대통령은 2020년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다 벨기에로 망명했다.
2023년에 관련 수사를 지휘한 디아나 살라자르(44) 당시 검찰총장은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모레노 전 대통령 등이 관여된) 전체 뇌물 규모는 7천600만 달러"라며 "이는 애초 사업 계약금 19억7천900만 달러(2조9천억원 상당)의 4%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수도 키토에서 동쪽으로 100㎞ 정도 떨어진 나포 주 코카 강 유역에 있는 이 댐에서는 2018년 12월에만 발전기실 및 주변 설비에 크고 작은 하자 7천648건이 발견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붕괴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모레노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은 온라인 화상 연결 형태로 참석했다.
이들 부부는 현재 파라과이 아순시온에 거주 중이며, 이에 따라 궐석재판 가능성 등 법적 절차가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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