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잠수함 추적 능력↑…"대서양 안보경쟁서 러에 비해 英 역량 빠듯"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해군은 북대서양에서 늘어나는 러시아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새 방위 프로그램을 운용한다고 영국 국방부가 8일(현지시간) 밝혔다.
존 힐리 국방장관은 포츠머스 해군 기지를 방문해 영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의 해상·해저 방위 강화를 위해 첨단 하이브리드 해군 전력을 구축하는 '대서양의 수호자'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무인 함정과 잠수함, 정찰기, 드론 등을 인공지능(AI) 기반 음향 탐지 기술을 통해 연결하고 디지털 표적망으로 통합해 위협을 식별하고 타격하는 기능을 혁신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인 대잠수함 센서 기술의 개발과 시험에 올해 1천400만 파운드(약 275억원) 규모의 민관 투자가 이뤄졌다.
대잠 센서 기술은 내년 실제로 투입된다. 그렇게 되면 수중 무인 글라이더 함대로 적대적인 잠수함 활동을 탐지, 식별, 추적하는 센서망을 구성하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 센서망이 거의 1세기 동안 북대서양에서 러시아로부터 1차 방어선을 형성한 해상 관문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 갭'(GIUK gap) 방위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해군과 잠수함 추적 역량을 혁신하려는 이 프로그램이 점증하는 러시아발 해상·해저 위협에 직접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북서부 세베로드빈스크항에서 수중 드론 '포세이돈'을 탑재할 수 있는 핵잠수함 하바롭스크를 진수하는 등 해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은 이를 해저 케이블·파이프라인 등 인프라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본다. 앞서 영국 정부는 영국 해역 내 러시아 위협이 지난 2년 새 30% 늘었다면서 해저 케이블,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귄 젱킨스 해군 참모총장은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분명히 대서양에서 경쟁 상태에 있다"며 "북부 함대 등 러시아 군사력을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자금이 계속 유입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뒤처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빠듯한 상황이라고는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영국 해군은 3만7천900명이지만 러시아 해군은 12만∼16만명이다. 잠수함은 러시아가 83척으로 영국(10척)보다 훨씬 많고 구축함, 호위함, 순찰 선박 등도 러시아가 크게 앞선다.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현대전 전문가 피터 로버츠는 BBC 방송에 "영국은 2차대전 후 대서양 서부를 수호해야 할 책무를 소홀히 했다"며 "영국 해군은 이 작업을 일관성과 신뢰성 있게 수행할 선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자국발 해상 위협이 늘고 있다는 서방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서방이 자국을 도발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영국과 노르웨이가 러시아 잠수함 추적을 강화하기 위한 방위 협정을 맺은 데 대해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해군 활동을 감시하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이라며 공해상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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