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이주민 밀집지역, 어울림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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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론] 이주민 밀집지역, 어울림 공간으로

경기일보 2025-12-08 19:11: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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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함박마을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다양한 언어의 소리에 귀를 쫑긋할 수 있다. 러시아어, 중국어, 몽골어, 한국어가 교차하고 아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를 섞어 놀이터에서 서로를 부른다. 어른들은 한국어로, 또 각자의 모국어로 인사를 나눈다. 이 작은 동네는 마치 세계 지도가 접혀 한자리에 놓인 듯한 풍경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 다채로움의 그림 뒤에는 설명되지 않는 긴장과 상처가 숨어 있다. 한쪽에서는 “서로 다르니까 조심하자”는 목소리가, 다른 한쪽에서는 “우리를 왜 늘 문제로 보는가”라는 속삭임이 흘러나온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수년 전부터 함박마을의 문화적 혼종성과 협력적 거버넌스를 연구해 오고 있다. 이 중 교육 문제가 가장 큰 도전 과제다. 이 지역의 학교에서는 아침부터 작은 일들이 쌓인다. 한국어가 서툰 아이가 교실에서 질문을 못해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다른 아이는 집안 상황 때문에 잦은 전학을 반복하며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한다. 교사는 애쓰지만 매년 바뀌는 인력과 늘어나는 업무 앞에서 깊은 한숨을 짓는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언어가 달라도 공 하나만 있으면 금세 어울리는 아이들. 서툰 한국어를 대신 설명해 주는 또래들. 서로를 다르게 보면서도 자연스럽게 함께 있게 되는 작은 기적들. 이 아이들은 사실 ‘다문화 학생’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함께 자라나는 친구들이며, 우리 사회가 함께 키우는 미래다.

 

이주민 밀집지역에서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단순히 문화가 달라서만이 아니다. 낯선 것에 대한 긴장, 생계의 불안, 도시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가진 오래된 상처 등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문제가 표출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서로를 향한 거리감을 키우고 혐오를 자라게 한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이주민을 돕기 위한 여러 정책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정책’이 아니라 ‘관계’라고 조언하고 싶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중요하다. 마을을 변화시키는 힘은 행정의 문서보다 서로를 향해 내미는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누구의 동네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정답은 언제나 같다. 바로 ‘우리 모두의 동네’다. 이주민이든 선주민이든, 아이든 어른이든 이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같은 햇빛 아래 하루를 시작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 열린 시선 하나, 이해하려는 마음 하나가 이 동네의 풍경을 바꾼다.

 

함박마을에 오래 연구하다 보니 이곳이 ‘문제의 공간’으로만 불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낯선 국가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아이를 돌보며, 익숙지 않은 언어로라도 대화를 이어가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는 이미 ‘공존의 싹’이 자라고 있다. 다만 그것이 더 크게 뿌리 내릴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이주민 밀집지역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삶을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차별은 거리를 만들지만 관심은 다리를 놓는다. 배제는 고립을 낳지만 어울림은 새로운 공동체를 만든다. 다름이 문제가 되지 않는 동네, 서로의 언어가 장벽이 아닌 창문이 되는 동네, 함께 살아가는 것이 부담이 아니라 기회가 되는 동네.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그렇게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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