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성 총리 등장 … 일본에서 여성 경영진 비율이 높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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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성 총리 등장 … 일본에서 여성 경영진 비율이 높아질 수 있을까?

BBC News 코리아 2025-12-08 18:07: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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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AFP via Getty Images
일각에서는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당선이 다른 여성들에게도 기회의 문이 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올해 10월, 일본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당선됐다.

다카이치의 승리는 일본 여성들에게 획기적인 순간으로 다가왔으나, 일각에서는 그의 보수적인 정치 성향으로 인해 일본의 성 불평등 상황이 쉽게 바뀌진 않으리라 우려한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자와 비판자 모두 동의하는 점이 있다. 바로 일본 기업과 정부에 더 많은 여성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높은 경제 발전 수준을 자랑하는 국가이나, 성평등 지수에서는 현저히 뒤처져 있다. 올해 '세계 경제 포럼'이 발표한 성별 격차 지수에서는 148개국 중 중 118위를 기록했다.

이는 자유시장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에서도 최하위 성적이다.

과거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사회 전 분야에서 여성 리더십의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2020년 말, 이 시한은 조용히 10년 더 연기됐다.

현재 일본 기업 내 여성 리더십 비율은 11.1%에 불과하다.

그러나 변화는 더디지만 일어나고 있다.

일본 최초의 여성 주도 벤처 캐피털(VC, 벤처기업을 발굴 및 투자하는 기업) 업체인 'M파워 파트너스'의 공동창업자인 무라카미 유미코는 "일본 사회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는 데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15년간 일본의 15~64세 여성 취업률은 꾸준히 증가해 2010년대 초반 OECD 평균을 넘어섰고, 올해는 77%를 넘어섰다. 이는 미국의 70%보다 높은 수치다.

고령화 및 노동력 부족 문제로 인해 여성들의 취업은 이제 일본 국가 경제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무라카미 또한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 대기 명단이 빨리 줄어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한다면 젊은 엄마들이 더 빨리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최초의 여성 주도 벤처캐피털(VC) 기업인 ‘M파워 파트너스’의 무라카미 유미코 공동창업자
Yumiko Murakami
일본 최초의 여성 주도 벤처캐피털(VC) 기업 'M파워 파트너스'의 공동창업자인 무라카미 유미코는 일본 사회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는 데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있다. 지난해 일본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평균임금은 남성의 70~80%에 불과하다.

그리고 무라카미와 동료 창업자들은 바로 이 점을 바꾸고자 노력 중이다. 이들의 기업은 창업자가 여성이거나, 여성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는 기업에만 투자한다.

무라카미는 "세상에는 정말 흥미롭고 좋은 여성 혹은 사회 소수자 창업자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이들은 남성 창업자들보다 자본에 자유롭게 접근하지 못한다. 이 덕에 오히려 우리 같은 (투자자들에게는) 기회가 생긴 셈"이라고 했다.

이들의 펀드에는 도쿄도 정부가 절반을 지원했으며, 나머지는 민간 기업들이 참여했다.

무라카미는 자신들이 출시한 펀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던 점에 큰 용기를 얻었다면서도 여전히 일본 VC 업계 전반의 "(남성 중심의) 배타적인 환경"으로 인해 여성 창업자들은 자금 조달은 물론 정보에도 접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VC 업계는 꽤 폐쇄적입니다. 만약 내부자라면 모두와 연결돼 있고, 정보도 매우 빠르게 전달받으니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부자가 아니라면 정말 힘듭니다.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습니다. 여성 창업자는 그 수 자체가 너무 적습니다."

"그 결과, 일정한 규모에 이르지 못해 이 작은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중심부에 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보다 먼저 일정한 규모의 여성 창업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창업자와 남성 투자자 간 성별 불균형은 성희롱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 창업자의 절반 이상이 지난 1년간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몇몇 피해자들이 성폭력 피해 혹은 투자를 대가로 성적 호의를 강요받았다고 폭로하면서 현재 일본 언론은 해당 사안에 대해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 문제의 실태를 파악하고자 올해 8월 정부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한편 '스타트업 레이디'는 여성 창업자를 지원하는 단체로, 특히 이들의 안전에 초점을 맞춘다.

스즈키 모에코는 10년 전 동료들과 함께 이 단체를 공동 설립했다. 당시 이들은 일본 내 내외국인 여성 창업자들을 위한 지원에 공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즈키는 우리는 "여성들을 위한 안전한 공간, 여성 창업자들이 모여 사업 이야기를 나누고, 쉬고, 가다듬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면서 "우리는 일본 내에서 내외국인 여성 창업자들이 아주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올해 스타트업 레이디는 도쿄도 정부와 협력해 자금 조달부터 거래 성사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1대1 멘토링, 네트워킹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일본인보다는 비일본인 여성 창업가들의 참여 비율이 더 높다고 한다.

스즈키는 젊은 일본 여성들에게 자극이 될 만한 롤모델(본보기)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레이디’의 공동창업자인 스즈키 모에코
Moeko Suzuki
'스타트업 레이디'의 공동창업자인 스즈키 모에코는 여성 기업가들을 위한 "안전한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교육 분야에서도 성별 고정관념은 여전하다. 일본은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 전공생 중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낮다.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교육 기관 중 하나인 도쿄대학의 경우, 전체 학부생 중 여성은 20%에 불과하며, 연구원 중 여성 비율은 그보다 더 낮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쿄대는 지난 2022년 'U도쿄 성평등 #위체인지'라는 제도를 시작했다. 목표는 2022년 16%였던 여성 교직원 비율을 2027학년도 말까지 25%로 높이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여성 교직원을 채용하는 학과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경우에 따라 신규 채용자 월급을 최대 3~5년간 지원해준다.

이 덕에 현재 여성 교직원의 비율은 약 18%까지 상승했다.

도쿄대학교 ‘UTokyo 성평등 #위체인지’의 회원 및 지지자들
Tokyo University
도쿄대는 여성 인력 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 제도를 진두지휘한 하야시 카오리 부총장은 더디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 분명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재풀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학생들이 주변으로부터 STEM 분야로의 진학, 혹은 도쿄대 진학을 적극적으로 만류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초기 단계의 성별 편견을 완화하고자 도쿄대는 여학생들을 졸업한 고등학교로 보내 캠퍼스 생활을 소개하고, 롤모델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 여성들에게 가장 눈에 띄는 롤모델은 단연 다카이치 신임 총리다.

일각에서는 OECD 회원국 중 정치계 내 여성 영향력이 매우 제한적인 일본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등장했다는 점은 유리천장이 깨지는 신호라며 환호한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여성이 남편과 다른 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등, 다카이치 총리가 보여준 보수적인 입장을 아쉬워하며 실제로 일본 사회가 크게 달라지진 않으리라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일례로 청년 운동가인 노조 모모코는 "여성도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은 이들도 있겠지만, 성평등 정책이 직접 실현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여성 지도자의 탄생을 바라는 국가에서 여성 총리의 등장이 지닌 의미를 무시할 순 없다. 다카이치 총리는 롤모델로 볼지와 상관없이, 여성도 최고위급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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