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더불어민주당 친명(親이재명)계와 친청(親정청래)계 구도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1인 1표제’ 안건이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된 데 이어 대표적 친명 인사인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최고위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보선이 단순한 지도부 보충을 넘어 “친명계의 당권 견제가 본격화된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민주당 내부 관계자들은 잇달아 “민주당에 ‘친청’은 없고 ‘친명’만 있을 뿐”이라며 계파 갈등설을 부정했지만 당내 기류는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많다.
보궐선거로 계파 갈등 표면화하나
이 같은 당내 긴장감은 다음 달 치러질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6·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최고위원 3명의 자리를 채우는 이번 선거가 친명과 친청 세력이 정면으로 힘을 겨루는 첫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유동철 위원장이다. 유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전부터 정책자문으로 ‘기본사회’ 철학을 만든 대표적 친명계 핵심으로 꼽힌다. 그는 8일 SNS 을 통해 “부당한 부산시당위원장 컷오프 후 깊은 고민 끝에 당원들의 부름에 응답한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유 위원장은 지난 10월 정청래 대표 체제서 진행된 부산시당위원장 선거에서 경선 컷오프되자 “후보 면접이 편파적이었다”며 정청래 지도부를 향해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출마는 개인 정치 행보를 넘어 반(反)친청 정서의 결집과 친명계의 ‘지도부 진입 전략’이 본격 가동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친명계에서는 강득구·이건태 의원과 유동철 위원장 등이, 친청계에서는 임오경 의원과 김한나 서초갑 지역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보선이 향후 지방선거 기조와 당 운영 주도권을 좌우할 수 있어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명과 친청의 갈등의 징후는 이미 지난 5일 중앙위원회에서 드러났다. 정청래 대표가 핵심 개혁과제로 추진한 ‘1인 1표제’ 도입 안건이 재적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하고 부결된 것이다.
이 제도는 당내 주류인 친명계의 영향력 축소로 이어지고 정청래 지도부의 당 장악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부결은 정청래 체제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당심의 반응이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갈등은 프레임” 주장에도…당권 향배의 분수령
잇단 갈등설이 끊이지 않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7일 SNS를 통해 “민주당에 ‘친청’은 없다. ‘친명’만 있을 뿐”이라며 갈등론을 선을 그었다. 그는 “‘친명·친청’ 구도는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기우”이라고 강조하면서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공동운명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을 향해 “외부의 갈라치기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친명·친청’이라는 표현은 근거 없으면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승래 사무총장도 같은날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모든 걸 해석하는 건 심각한 오류”라며 “문제의 본질을 곡해해 합리적인 공론과 숙의를 가로막는다”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1인 1표제는 우리가 당원주권정당으로 가기 위한 오랜 꿈이며 당내 반대도 없다”면서 “다만 절차와 방법, 실행을 둘러싼 구체적인 토론이 좀 더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고위원 보궐 선거에 대해서는 “누구랑 가깝고 멀고 관점이 아닌 국민의힘 등 내란 세력과 어떻게 더 잘 싸울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힘을 어떻게 모을지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인 1표제 부결과 유동철 위원장의 출마 선언 등 최근 흐름은 이 같은 발언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적지 않다. 여기에 친청계로 분류되는 장경태 의원과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남국 전 의원의 잇따른 구설, 그 과정에서 불거진 이재명 대통령의 정원오 옹호 논란 등이 겹치며 당내 균열 해석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친명계가 이번 보선에서 지도부 입성에 성공할 경우 당 운영권 재편은 물론 지방선거 공천권 영향력 확대와 함께 정청래 지도부의 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동력 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친청계가 우위를 점한다면 정청래 대표의 당내 장악력은 더욱 강화되고 ‘친명 견제’ 체제가 오히려 공고해질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계파 간 긴장과 충돌은 불가피하며 보선 결과에 따라 가시적 갈등이 새롭게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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