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일제강점기를 겪지 않았다면 대한제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데브시스터즈와 국가유산청이 공동 개최하는 '쿠키런: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 특별전을 통해 상상 속 대한제국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제2회 국가유산의 날 기념한 이 특별전은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에서 오는 9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열린다.
8일 오전 언론에 먼저 공개된 돈덕전 전시장은 귀여운 '쿠키런' IP(지식재산권) 캐릭터들이 대한제국의 황실 유물들과 어우러진 독특한 공간이었다.
전시는 마녀의 오븐에서 탈출한 용감한 쿠키와 친구들이 대한제국의 미완의 꿈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서사로 구성됐다. 곽희원 국가유산청 학예연구사는 "국가유산을 친숙하게 전달하겠다는 목표로 쿠키런과 협업했다"고 설명했다.
◆황제국의 꿈, 쿠키로 되살아나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데브시스터즈 아티스트가 제작한 도입 영상이 펼쳐졌다. 천년나무 쿠키가 용감한 쿠키, 바람궁수 쿠키, 옥춘맛 쿠키에게 사라진 대한제국의 꿈을 찾는 미션을 전달하는 내용이다.
전시장을 안내한 조길현 데브시스터즈 대표는 "딱딱한 도슨트는 지양했다. 게임에서 각 캐릭터의 성우가 직접 목소리를 녹음해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공간은 고종 황제 즉위식을 재현한 곳이다. 대한제국이 황제국임을 선포하며 제작한 '대례의궤'가 눈길을 끌었다. 황색 비단으로 책의 본문과 표지를 하나로 묶은 의궤와 황색 가마, 황색 깃발까지 황제국의 위엄을 고스란히 담은 전시물이 돋보였다.
경운궁(덕수궁) 현판을 지나자 1904년 대화재로 소실된 덕수궁의 안타까운 역사가 일러스트로 펼쳐진다. 함녕전 구들에서 발생한 화재로 궁궐 전체가 불타는 장면이다.
이곳에는 국가무형유산 선자장(부채 제작 장인)이 제작한 '바람궁수 쿠키의 선자'가 전시돼 있다. 이은지 데브시스터즈 CIPO(Chief Intellectual Property Officer)가 직접 손으로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선자장이 완성한 작품이다.
이 CIPO는 "덕수궁 대화재라는 안타까운 역사를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하며 수호자인 바람궁수 쿠키가 부채를 흔들어 불을 끄는 설정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 없었다면"…상상화로 복원한 대한제국
전시의 백미는 3점의 대형 상상화다.
돈덕전 2층에 걸린 첫 번째 상상화 '덕수궁, 다시 피어난 황제의 꿈'은 일제강점기를 겪지 않았다면 남아 있을 덕수궁의 본래 모습을 그렸다. 중층 중화전, 바로크 정원, 원수부까지 황제국이 꿈꿨던 최대 영역의 궁궐이 황금빛 용 프레임 안에 펼쳐진다.
곽 학예연구사는 "황제의 위엄을 표현하기 위해 황금색 공필화 스타일로 제작했다. 자세히 보면 쿠키들이 궁 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는 모습도 보실 수 있다"고 소개했다.
두 번째 상상화 '칭경예식, 새 시대를 열다'는 돈덕전에서 열리고자 했으나 끝내 이뤄지지 못한 대규모 국가 행사를 다섯 폭 병풍으로 재현했다. 외국 대사들을 맞이하는 장면, 연회, 열병식까지 당시 기획됐던 행사를 쿠키들의 귀여운 모습으로 표현했다.
곽 학예연구사는 "한국 전통 화풍과 서양식 그림 화풍을 결합해 당시 대한제국이 추구했던 국제적 소통의 의지를 담았다. 병풍 곳곳에 실제 유물과 건축물, 행사 기획을 디테일하게 고증해 넣었다"고 설명했다.
◆부국강병 이룬 상상 속 서울…500종 쿠키가 뛰논다
압권은 세 번째 상상화 '꺼지지 않을 희망의 빛'이다. 2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근대화와 부국강병을 이룬 상상 속 서울을 그렸다.
조 대표는 "서울 전역과 덕수궁 구석구석을 직접 발로 뛰며 조사했다. 서울 사대문과 사소문을 복원하고, 도성 안쪽은 대한제국 한성의 모습을, 바깥쪽은 발전된 현재 서울을 담았다"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그림 속에는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종묘뿐 아니라 지금은 파괴돼 존재하지 않는 건물들까지 모두 복원됐다. 한강이 가로지르고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의 특징을 살렸으며,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을 쿠키 스타일로 재해석해 배치하는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조 대표는 "이 지도에 500종이 넘는 쿠키들이 배치돼 있다. 반포 한강공원에서 라면 먹는 쿠키, 올림픽공원에서 공연하는 쿠키, 성수동·강남·홍대를 누비는 쿠키들까지. 각 캐릭터의 성격에 어울리는 공간에 배치했다"고 전했다.
이 상상화는 가로 27m 규모의 LED 미디어월을 통해 구현한 낮과 밤 버전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조 대표는 "서울의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 그림을 한 벌 더 만들었다. 엄청난 투자가 들어간 작업이었지만 만들고 나니 너무 멋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곽 학예연구사는 "이 정도 규모로 서울을 표현한 그림은 유례가 없다"며 "서울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전쟁 때 유실된 '대한국새' 복원… 600년 '정이품송' 미디어아트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김영희 옥장(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의 손으로 복원된 '대한국새'다. 데브시스터즈가 지원해 국내 최초로 복원된 이 작품이다. 1897년 대한제국 선포와 함께 제작됐던 대한국새는 1911년 일제에 의해 반출됐고, 1946년 반환됐으나 한국전쟁 중 행방이 묘연해졌다.
조 대표는 "대한국새가 유실된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새이기 때문에 복원해 기증하는 것이 뜻깊은 일이라 생각했다"며 "김영희 옥장이 여러 번 제작을 반복하며 고증에 충실하면서도 품격 있는 국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전시는 천연나무 쿠키가 '정이품송'을 회복시키는 미디어아트로 마무리된다. 바닥과 벽면을 활용한 이 작품은 600년 수령의 '정이품송'이 사계절을 지나며 다시 생명력을 되찾는 과정을 영상미로 담아냈다.
곽 학예연구사는 "쿠키런 IP를 활용해 안타까운 감정보다는 황실 문화유산의 본질적 가치에 집중해 즐겁고 유쾌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번 전시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내년 3월 1일까지 진행되는 이 특별전은 무료(덕수궁 입장료 별도)로 관람할 수 있다. 오디오 도슨트와 모바일 전시 리플렛, 전시 도록도 무료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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