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가 보여준 현실의 가혹함…고위직 곳간 두둑, 中企·청년 생계 걱정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쿠팡 사태가 보여준 현실의 가혹함…고위직 곳간 두둑, 中企·청년 생계 걱정

르데스크 2025-12-08 17:13:07 신고

3줄요약

최근 이커머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이하 쿠팡 사태)'로 한국 사회에 잠재돼 있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대한 과도한 규제, 소유·경영 분리로 인한 불명확한 책임구조, 협력사·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더욱 큰 피해를 보는 법적·구조적 한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번 쿠팡 사태의 경우 내부통제 책임자인 오너·임원 등은 주식을 매도하며 '탈출'(엑시트)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중·소상공인이나 청년 근로자들은 파산·실직 공포에 휩싸였다는 점에서 책임 있는 인사들에 대한 초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쿠팡 해킹 사태 이전에 이미 실속 챙긴 오너·임원…중·소상공인, 청년 쿠팡맨은 매일 불안

 

무려 3300만명에 달하는 국민의 개인정보를 도둑맞은 쿠팡 사태를 계기로 법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태의 실질적 책임이 있는 쿠팡 임원들은 주식 매도 등으로 이미 실속을 다 챙긴 반면 쿠팡 입점업체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소상공인, '쿠팡맨'이라 불리는 청년 근로자들은 생계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고객 개인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한 쿠팡의 행태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들이 불매·탈퇴 등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어서다. 고객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이미 주식을 매도한 임원들의 피해는 미비하지만 임점업체는 매출 하락을 쿠팡맨들은 퇴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걸린 쿠팡 현수막과 태극기. [사진=연합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10일 쿠팡Inc 주식 7만5350주를 주당 약 29달러에 매도했다. 매도 가액은 약 218만6000달러(약 32억원)였다. 프라남 콜라리 전 부사장도 지난달 17일 쿠팡 주식 2만7388주를 매도해 약 77만2000달러(약 11억3000만원)를 챙겼다. 콜라리 전 부사장은 지난 10월 중 사임했다. 두 사람의 주식 매도 시점은 해킹 피해인지 시점(11월 18일)보다 앞서지만 재직 중에 주식을 팔았다는 점에서 책임경영 의지에 의문부호가 뒤따르고 있다.

 

쿠팡의 창업주인 김범석 의장도 일찌감치 일부 주식을 매도했다. 지난해 말 김 의장은 보유 주식 1500만 주를 매도하고, 200만 주는 자선 기부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매도 주식의 시세는 약 5000억원으로 전부 김 회장 개인 몫이다. 당시 매각의 경우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이미 엄청난 돈을 챙겼다는 점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은 이미 이익 볼 만큼 이익 봤고 애꿎은 사람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목되는 점은 쿠팡 사태로 피해 입은 애꿎은 사람들 대다수가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이들이라는 점이다. 개인정보의 실질적인 피해자인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 소비자들의 쿠팡 이탈로 인해 매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또 줄어든 일감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은 청년 쿠팡맨 등이 이번 쿠팡 사태의 최종 피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쿠팡에 입점한 대다수의 중·소상공인들은 "아직까지 실질적인 매출 하락은 없지만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쿠팡의 전체 입점 업체 중 중·소상공인 사업체 비중은 무려 75%에 달한다.

 

▲ 서울 시내에서 로켓배송 중인 쿠팡맨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규모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L씨(41·여)는 "우리 회사는 자체 홈페이지와 네이버, 쿠팡 등의 이커머스를 활용해 제품을 판매 중인데 사실 매출 비중은 이커머스 매출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쿠팡 해킹 사태 이후 아직까지 눈에 띌 만한 피해는 없지만 사태가 갈수록 커지는 것 같아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최대한 다른 판로를 알아보고 있다"며 "그동안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쿠팡 같은 이커머스에 지나치게 의존한 게 후회가 된다"고 덧붙였다.

 

청년 쿠팡맨들 사이에서도 사태의 파장이 커져 물류 물량이 줄어들면 배송기사들 숫자도 줄일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쿠팡 전체 직원 수는 10만명에 육박한다. 직원 중 절대 다수는 쿠팡로지스틱스·쿠팡풀필먼트 등 물류 및 배송 관련 자회사에 속해 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 한 곳에 소속된 직원수만 무려 7만8159명에 달할 정도다. 쿠팡 소속 물류·배송 담당 직원들은 나이 제한이 따로 업지만 신체 활동이 많은 업무 특성 상 대다수가 20·3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에 승진한 약 2400명의 정규직 직원 중 약 80%가 20대·30대였던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쿠팡 물류 배송업에 종사 중인 K씨(29·남)는 "요즘 쿠팡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긴 하지만 사실 내 입장에선 바늘구멍 같은 취업시장에서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였다"며 "학력이나 스펙 없이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일반 직장인들만큼 버는 일 중에 쿠팡맨 만한 것도 없는 게 사실이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번 쿠팡 사태가 커져서 소비자들 이용이 확 줄면 우리 같은 쿠팡맨이 가장 먼저 잘릴 수밖에 없다"며 "아직까진 과거와 별 차이를 느끼진 못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상식 밖에 상황에도 법은 침묵, 쿠팡 사태가 보여준 "법은 힘 있는 사람 편" 불신의 현실

 

▲ 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현안질의에 답변 중인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사진 맨 왼쪽)와 브랫 매티스 쿠팡 최고 정보 보호 책임자. [사진=연합뉴스]

 

여론 안팎에선 해킹 사태를 야기한 내부통제 문제의 경우 오너나 고위 임원의 책임이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중·소상공인이나 청년 근로자들만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일각에선 사회적 약자들의 박탈감 해소, 사회 공정성 확립과 정의 실현 차원에서라도 책임 인사들에 대한 일벌백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주식 매도 등 대부분이 합법적인 선에서 이뤄지긴 했지만 그 자체가 국민 정서와 괴리된 법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는 이유에서다.

 

한 국회 관계자는 "쿠팡은 소유 기업과 운영 기업이 다르고 실질적인 소유주인 김범석 의장 역시 미국인 신분이기 때문에 한국 법인에서 문제가 생겨도 김 의장에게 어떠한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없는 독특한 소유 형태를 띄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보면 이상한 일이 법적으로는 하등 문제가 없는 셈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런 상황들 때문에 그동안 '법은 힘 있는 사람 편'이라는 이야기가 만연했던 것이라고 본다"며 "이번 쿠팡 사태를 교훈 삼아 소유·경영 분리의 명확한 권리와 책임 구조 등에 대한 법 규정 재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경영진에게 철저히 책임 소재를 묻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하지만 아직 그런 조치가 뚜렷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그 사이 쿠팡과 연관된 사업을 영위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유탄을 맞는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식 매도 등으로 이미 실속을 챙긴 오너·임원과 달리 중·소상공인과 청년 근로자들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어 책임 있는 인사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영진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법적·제도적 재검토가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