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 소속 F1 드라이버 랜도 노리스가 데뷔 6년 만에 생애 첫 드라이버 챔피언십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2025 F1 월드 챔피언십의 마지막 무대였던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야스 마리나 서킷. 최종 결승전에서는 레드불 레이싱의 막스 베르스타펜(Max Verstappen)이 1시간 26분 7초 469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았고, 맥라렌의 오스카 피아스트리(Oscar Piastri)가 12초 594 뒤진 기록으로 2위, 동팀 랜도 노리스(Lando Norris)는 3위로 레이스를 마무리했습니다. 이 결과로 시즌 최종 포인트는 노리스가 423점, 베르스타펜이 421점을 기록했는데요. 단 2점 차로 갈린 극적인 승부는 현행 포인트 시스템 도입 이후 가장 박빙이었던 챔피언 결정전으로 남게 됐습니다.
마지막 라운드였던 이번 아부다비 그랑프리는 시작 전부터 조건이 명확했습니다. 시즌 포인트에서 노리스가 408점으로 막스 베르스타펜을 12점 앞선 채 서킷에 섰고, 노리스는 3위 이내 완주 시 자력으로 챔피언을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베르스타펜은 우승과 동시에 노리스가 4위 이하로 밀려나야만 타이틀 가능성이 열리는 벼랑 끝 승부였죠.
스타트와 동시에 레이스의 흐름은 빠르게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폴포지션에서 출발한 베르스타펜이 선두를 지킨 가운데, 피아스트리가 노리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며 상위권은 베르스타펜–피아스트리–노리스 체제로 굳어졌죠. 이 순간부터 선두 쪽은 베르스타펜의 독주, 그 뒤에서는 타이틀을 걸고 3위를 지켜야 하는 노리스의 레이스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습니다.
중반 이후에도 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베르스타펜은 안정적인 페이스와 타이어 관리를 앞세워 레이스를 주도했고, 노리스는 피트 전략과 중위권 트래픽, 샤를 르클레르(Charles Leclerc)의 추격, 거친 수비로 논란을 낳은 츠노다 유키(Yuki Tsunoda)까지 다양한 변수를 통과하며 3위 자리를 끝까지 방어했습니다. 무리한 추월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신중한 선택이 결국 챔피언을 향한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 됐죠. 체커기가 떨어졌을 때, 승리는 베르스타펜의 몫이었지만 챔피언의 영예는 노리스에게 돌아갔습니다.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최종 2점 차로 생애 첫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 지었고, 레드불이 레이스 우승을 거머쥔 가운데 시즌의 왕관은 끝까지 자리를 지켜낸 노리스에게 안기는 상징적인 피날레가 완성됐죠.
2019년 맥라렌에서 F1에 데뷔한 랜도 노리스는 첫 시즌 드라이버 챔피언십 11위(49점)에 그치며, 가능성을 지닌 루키 정도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단 한 번도 팀을 옮기지 않고 줄곧 맥라렌에 남아, 중위권에 머물던 팀이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과정을 묵묵히 함께 견뎌냈죠. 그리고 마침내, 팀과 함께 성장해 끝내 정상에 오른 노리스는 맥라렌의 새로운 에이스이자, ‘함께 이룬 우승’이라는 드문 서사를 완성한 인물이 됐습니다.
이번 우승은 기록 면에서도 의미가 깊습니다. 그는 루이스 해밀턴 이후 5년 만에 탄생한 영국 출신 챔피언이자, 영국인 기준으로는 통산 11번째 F1 월드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맥라렌에게도 특별한 순간이 아닐 수 없는데요. 해밀턴이 마지막 타이틀을 안긴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드라이버 챔피언을 다시 배출하며, 팀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 리더가 등장했음을 알린 상징적인 우승이기 때문이죠.
막스 베르스타펜은 시즌 막판 라스베이거스–카타르–아부다비에서 3연승을 거두며 총 8승으로 최다 우승을 기록했지만, 최종 포인트에서 노리스에 단 2점 뒤지며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습니다. 막판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여전히 챔피언다운 기세였지만 시즌 중반까지 놓친 점수가 너무 컸죠. 특히 맥라렌 듀오 노리스와 피아스트리가 포디움과 상위권 완주를 번갈아 이어가며 높은 완주 밀도를 보여줬고, 이들이 꾸준히 2:1 구도로 상위권을 점령하면서 베르스타펜과 점수 차는 갈수록 벌어졌습니다.
시즌 중반까지 큰 폭의 점수 손실을 안고 있던 베르스타펜은 후반 들어 무서운 기세로 추격을 시작했는데요. 그는 이탈리아·아제르바이잔·라스베이거스·카타르·아부다비 등에서 승수를 쌓으며 점수를 빠르게 끌어올렸지만, 멕시코와 브라질에서 노리스가 다시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격차를 한 번 더 벌려놓았죠. 브라질 이후 49점 차를 막판 세 레이스로 다 줄이기엔 한계가 있었고, 결국 우승 횟수에서는 앞섰지만 총점에서 노리스에게 2점 모자라면서 챔피언십을 내주었습니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경기들이 많았음에도 꾸준함과 팀 전략의 힘 앞에서는 고전할 수밖에 없던 시즌이었죠. 그는 한 시즌 동안 치열한 타이틀 경쟁을 펼쳤던 라이벌 노리스에게 “첫 챔피언 등극을 축하해. 훌륭했어, 친구”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습니다.
마지막 그랑프리까지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었던 2025 시즌. 끝까지 버틴 랜도 노리스의 첫 우승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린 상징적인 한 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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