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새 '국가 안보 전략 (NSS)'에 대해 러시아가 자국의 국가 비전과 "대체로 일치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 행정부가 이번 주 공개한 33페이지 분량의 이 문서는 유럽은 "문명의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러시아를 미국의 위협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외국 세력의 영향력 차단, 대규모 이민 종식, 유럽연합(EU) '검열' 관행 거부 등을 다른 우선 과제로 언급하고 있다.
이번 전략에 대해 몇몇 EU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데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 내용이 러시아가 사용하는 표현과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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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지난 7일 자국 국영 통신사 '타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조정된 내용들은 … 대체로 우리의 비전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이를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면서 확고한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 계속 NSS를 분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미국의 NSS는 러시아에 대해 더 부드러운 어조를 띄고 있는데, 이에 대해 EU 측은 자신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EU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NSS는 EU가 미국의 분쟁 종식 노력을 방해했다고 비난하는 한편, 결국 "유럽 경제를 안정화"할 것이라며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안정성을 재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미국의 정책이 "유럽 국가들 내부적으로 현재 유럽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저항"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유럽 대륙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해석된다.
아울러 "서구 정체성"의 복원을 촉구하며, 유럽은 앞으로 "20년이 채 되지 않아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고, 유럽의 경제적 문제는 "문명의 소멸이라는 더 근본적이고 엄중한 위협에 가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정 유럽 국가들이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 남을 만큼 경제력과 군사력을 유지할지는 전혀 분명하지 않다"는 분석도 담겼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애국적인 유럽 정당들"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며, "미국은 유럽 내 정치적 동맹 세력들이 이러한 정신적 부흥을 촉진하도록 장려한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 타결을 위해 EU가 트럼프 행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일부 EU 관리들은 미국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이번 문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5일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에서 계속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동맹은 안보 정책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나 자유 사회의 운영 방식 같은 문제는 [국가 전략 문서에] 포함될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독일에서는 그렇습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자신의 "미국 친구들"에게 적은 SNS 게시물을 통해 "유럽은 여러분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지, 여러분의 문제가 아니"라며 "공동 적들"을 언급했다.
"이것이 우리의 공동 안보를 위한 유일한 합리적 전략입니다. 무언가가 바뀌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한편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는 이번 미국의 NSS에 대해 "극우 중에서도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독일 정보기관이 극우 세력으로 분류한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당(AfD)'과와의 관계를 강화해왔다.
'미국 우선주의' 메시지를 내세운 이번 NSS는 미국이 카리브해와 동부 태평양에서 마약 밀매선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을 표적으로 삼을 계획이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행동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말한다.
또한 미국은 일본, 한국, 호주, 대만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번 전략 문서가 미국의 대외 관계를 파탄 낼 수 있다며 경고했다.
첩보 및 군대를 감독하는 하원 위원회 소속 제이슨 크로 연방하원의원(콜로라도주, 민주당)은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재앙과도 같다"고 지적했으며, 그레고리 믹스 연방하원의원(뉴욕주, 민주당)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가치 기반의 미국 리더십을 저버린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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