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간 갈등이 민간 영역에서 군사 분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최근 일본 정부가 중국군 전투기가 자위대 항공기에 레이더를 조준하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를 놓고 양국이 진실게임 양상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이 동맹국인 일본을 명확하게 지지하지 않자 일본 내에서는 이에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中랴오닝함 발진한 J-15, 日F-15에 레이더 조사…日방위상 "매우 유감, 항의"
일본 방위성은 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군 전투기가 공해 상공에서 일본 자위대 전투기에 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했다고 주장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이날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매우 유감스럽다"며 중국 측에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항의 의사는 가나이 마사아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주일 중국대사관 차석 공사에 전달하고 주중 일본대사관도 중국 외교부에 전했다고 방위성은 설명했다.
중국군 항공기의 자위대에 대한 레이더 조사를 방위성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32분께부터 3분간 오키나와 섬 남동쪽 공해 상공에서 중국군 J-15 함재기가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에 레이더 조사를 간헐적으로 했다.
J-15 함재기는 항공모함 랴오닝함에서 이륙해 비행 중이었으며 F-15 전투기는 영공 접근을 경계·저지하기 위해 긴급 발진했다. 다만 영공 침범은 없었다.
랴오닝함은 오키나와섬과 미야코지마 사이를 통과해 태평양에서 함재 전투기나 헬리콥터를 발착하는 훈련을 벌였다.
또 같은 날 오후 6시37분께부터 약 31분간 역시 랴오닝함에서 이륙한 J-15 전투기가 영공 침범 대비 조치를 하던 항공자위대의 다른 F-15 전투기에 간헐적으로 레이더를 조사했다.
방위성은 레이더 조사로 인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항공기의 안전 비행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위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전투기의 레이더 조사는 공격 목표를 정하는 화기 관제나 주변 수색 용도로 사용되지만 중국 측 의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방위성 당국자는 "수색 용도라면 간헐적으로 행할 필요가 없다"며 화기 관제용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中 "日이 훈련 방해" vs 日 "전투기 방해 사실 아냐"
그러자 중국군은 일본이 '정상적 훈련'을 방해했다며 비난했다.
왕쉐멍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대변인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최근 중국 해군의 랴오닝함 항모 편대(전단)는 미야코(宮古)해협 동쪽 해역에서 정상적으로 함재 전투기 비행 훈련을 조직했고, 사전에 훈련 해·공역을 발표했다"면서 "그 기간 일본 자위대 비행기가 여러 차례 중국 해군 훈련 해·공역에 근접해 소란을 일으켜 중국의 정상적인 훈련에 심각하게 영향을 줬고, 비행 안전에 심각하게 위험을 미쳤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일본의 관련 선전(이날 발표)은 완전히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우리는 일본이 즉시 중상·비방을 중단하고 일선의 행동을 엄격히 통제하기를 엄정히 요구한다"며 "중국 해군은 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 자기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8일 재반박에 나섰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6일 중국군 전투기의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와 관련해 "자위대는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면서 영공 침범 조치에 대응하는 임무를 하고 있었다"며 "자위대 항공기가 중국 항공기의 안전한 비행을 심각하게 저해했다는 중국 측 지적은 합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기하라 장관은 "이번 레이더 조사는 항공기의 안전한 비행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위험한 행위"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중국 측이 문제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사안이 발생한 것은 극히 유감스럽다"며 "중국 측에는 강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엄중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응해 갈 것"이라며 중국군 동향을 경계·감시하는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日, 트럼프 행정부에 공개지지 촉구
대만 문제로 중국의 위협을 받는 일본이 미국을 향해 공개적인 지지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야마다 시게오 주미일본대사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 대해 더 많은 지지를 표명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요청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일본 정부 내부의 실망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동맹국인 미국이 충분한 지지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에 대한 경제 보복을 위협하는 한편, 6일에는 오키나와 인근 공해 상공에서 중국군 전투기가 일본 자위대 전투기에 레이더를 조준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에선 조지 글래스 주일 미국대사가 '트럼프 행정부는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 외에는 공개적인 지지가 없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다카이치 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만과 관련해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WSJ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동맹국 일본에 대한 지지가 부족하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동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냈던 크리스토퍼 존스턴은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대해 "대만 유사시 일본의 의무에 대해 일본 총리가 내놓은 가장 명확한 언급"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반겼어야 마땅했지만, 오히려 침묵을 지켰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주중 미국 대사였던 니콜라스 번즈는 "일본은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이 필요로 하는 동맹국"이라며 "미일 동맹을 약화하려는 중국의 시도에 맞서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의 전폭적인 공개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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