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 따사로운 햇살, 찬 겨울바람! 우리의 겨울도 참 근사한 계절입니다. 잎을 모두 보낸 나무들이 서 있습니다. 빈 가지의 나무들은 이 겨울에 어떤 생각을 할까요? 만약 말을 한다면 무슨 말일까요? 궁금합니다···.
지난 명절에 부모님 댁으로 가기 위해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탔습니다. 아내가 중학생 자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남편이 소리쳤습니다.
“야, 그만 말해!”
중학생 자녀는 움찔하더니 입을 닫았고 아내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날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연말이 된 지금까지···.
남편이 한 달 전에 골프장을 예약해 놓은 금요일, 아내가 세미나에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를 그날 돌보기로 한 사람은 아내였지만 불가능해져서 아이를 친구네 집에 부탁할 생각이었습니다. 목요일 오전에 폭설,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좋은 소식 전해줄까?”
“좋은 소식이라고? 뭔데?”
“폭설로 내일 골프장 문 닫는대! 좋은 소식이지?”
“좋은 소식이네. 내일 아이를 친구네 안 맡겨도 되겠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서먹해진 친구가 있습니다. 연락하기에 어색해서 가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SNS 연락이 왔습니다.
“친구야, 오랜만이야. 나 기억하지?”
“그럼, 당연히 기억하지. 잘 지냈어?”
“응. 나는 네가 보고 싶었어. 너, 그동안 잘 지냈지?”
“그럼, 잘 지냈지.”
“나 많이 변했다. 하하하, 우리 오래 못 봤는데 한 번 만날까?”
“그래. 좋아.”
“이번 주 금요일, 우리 전에 만났던 ㅇㅇ에서 볼까?”
“그래, 거기 기억나, 거기서 7시에 만나자.”
반가운 마음이 가득했고, 나를 보고 싶었다는 말에 마음이 환해졌지만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내 마음을, 느낌을, 감정을, 기분을 말하기가 어색한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느낌을 눌러버리거나 그냥 스러지게 두거나 알아채지만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그 감정을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색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를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눌러버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각각의 상황에서 느껴지는 그 마음을 표현하면 훨씬 소통에 도움이 됩니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이 소통입니다. 서로의 마음이 딱! 만나거나 똑같아지는 것이 소통이 아닙니다. 저 사람의 마음은 저렇구나! 그런데 내 마음은 이렇구나! 를 서로 아는 것이 소통입니다.
“나를 보고 싶었다니 마음이 환해졌어! 나도 가끔 생각이 났었어. 그게 그리움이었나 봐.”
“ㅇㅇ에서 다시 만난다니 기대된다. 그곳이 그대로 있을까? 궁금하다···.”
“연락해 줘서 고마워. 난 주저하고 있었어. 용기가 안 났었어.”
이런 말을 친구와의 SNS에 하면 어땠을까요? 친구와 못 만났던 기간의 서먹함이 마술처럼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좋은 소식이네. 내일 아이를 친구네 안 맡겨도 된다니 마음이 놓여.”
“폭설로 인해 내 불안이 없어지게 되어 기쁘다!”
“당신이 전해준 좋은 소식에 날아갈 듯 기뻐!”
이런 말을 하며 함께 마음 놓인 상태를 나누기를 바랍니다.
명절에 차에서 소리를 지른 남편에게 화를 내지 않은 아내에게 박수를 드립니다. 왜냐하면 자녀가 그 자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보는 상황에서 부부싸움을 하면 자녀에게는 불안이 쌓입니다.
부부싸움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됩니다. 서로를 맞추어 가는 과정의 한 방법이니까요. 부부싸움은 두 사람만 있는 상태에서 하기를 바랍니다. 아내는 남편의 소리 지른 말에, 자녀의 움찔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그런데 한숨만 쉬었고 그 이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네요.
명절을 보낸 후 귀가하여 둘만 있는 시간을 골라,
“여보, 내가 할 말이 있어. 들어볼래?”라고 시작하면 어땠을까요?
“여보, 그 차에서 당신이 ‘그만 말해!’라고 했을 때 나는 너무 놀랐어. 어떤 것이 불편했던 거야?”라고 물어봤으면 어땠을까요?
“뭐가 불편한지 말해주었다면 아이가 움찔하지 않았을 거고 내가 한숨을 쉬지 않았을 거야. 나는 당신하고 잘 지내고 싶어”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요?
“당신은 조용히 운전하고 싶었던 거야? 우리가 하는 말에 반대했던 거야? 뭔지 말해주길 바라는데, 어때?”라고 하면 어땠을까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입니다. 옆에 밀어놓았던, 던져놓았던, 깊이 쑤셔 박아 놓았던 것들 중 하나라도 꺼내 마무리해 보실래요? ‘공감대화’라는 수단을 활용하여 편안하고 행복하게 되는 마법의 대화를 나눠보실래요?
겨울바람이 빈 가지를 지나갑니다. 개운합니다!
여성경제신문 고현희 사단법인 사람사이로 이사장 anyangkh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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