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의 파도가 창작의 영역을 덮치면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단연 '저작권'이다. AI가 학습한 방대한 데이터의 패턴을 짜깁기해 결과물을 내놓을 때, 원작자의 지분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규명하기 어려운 탓이다. 소위 '블랙박스'라 불리는 이 난제를 풀기 위해 한국의 음악 AI 스타트업이 세계 최고 권위의 학회에서 기술적 해법을 던졌다.
음악 AI 스타트업 뉴튠(NeuTune)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뉴립스(NeurIPS) 2025'의 'AI for Music' 워크숍에서 자사 연구 논문을 발표하고, 창작자 수익 분배를 위한 새로운 아키텍처를 공개했다.
이번 뉴립스 워크숍은 2011년 이후 무려 14년 만에 다시 열린 음악 전문 세션이라는 점에서 학계와 산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등 글로벌 석학들이 연사로 나선 가운데, 뉴튠은 74편의 선정 논문 중 하나로 강단에 섰다.
발표 주제는 '스트리밍 이후 시대의 음악 AI 에이전트 구조(From Generation to Attribution: Music AI Agent Architectures for the Post-Streaming Era)'다.
뉴튠이 주목한 것은 음악 산업의 수익 모델 붕괴 가능성이다. 물리적 음반 판매에서 스트리밍으로 넘어온 시장이 이제 생성형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기존의 저작권 추적 방식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AI가 무수한 패턴을 학습해 음악을 생성하면, 원작자의 기여도는 불투명한 거대 수익 풀(Pool)로 흡수되어 사라질 위험이 크다.
뉴튠이 제시한 해법의 핵심은 '음악 AI 에이전트 아키텍처'다. 기존 방식이 이미 만들어진 AI 음원을 두고 사후에 기여도를 '추론'하는 방식이었다면, 뉴튠의 모델은 생성 시점에 소스 관계를 확정 짓는 '본질적 귀속(Intrinsic Attribution)' 방식을 택했다.
이 시스템은 크게 세 단계로 작동한다. 우선 '블록 데이터베이스(BlockDB)'가 음악을 보컬, 드럼 등 악기별 스템(stem)과 인트로, 코러스 등 구조적 섹션으로 잘게 쪼개 저장한다. 이때 각 블록에는 BPM, 키(Key) 등 음악적 속성뿐만 아니라 원작자의 정보가 메타데이터로 심어진다.
이어 '귀속 레이어(Attribution Layer)'가 실시간으로 블록의 사용 내역을 기록한다. 마지막으로 검색과 생성을 담당하는 '멀티 에이전트'가 협력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만들 때 필요한 블록을 찾아오고 조합한다.
텍스트 생성 AI 분야에서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줄이고 출처를 명기하기 위해 사용하는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을 음악에 접목한 것이다. AI가 작곡을 하면서 특정 오디오 블록을 '인용'하는 형태라, 결과물이 나오는 순간 누가 원작자인지 명확하게 파악된다.
뉴튠의 이번 발표는 생성형 AI 기업들이 겪고 있는 저작권 침해 소송 리스크를 기술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창작자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는 AI 기술이, 역설적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가장 투명하게 보장하는 도구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발표를 진행한 이종필 뉴튠 대표는 "AI를 알 수 없는 블랙박스에서 공정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이 비전"이라며 "AI 애트리뷰션 기술을 통해 창작자의 기여도에 따라 1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수익을 분배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술적 완성도와 별개로, 이러한 시스템이 거대 플랫폼과 저작권 신탁 단체들이 주도하는 기존 음악 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기술 표준화와 더불어 이해관계자들 간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뉴튠이 발표한 해당 논문은 현재 온라인에 공개되어 열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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