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벤츠와 2조원대 배터리 공급 계열 체결…글로벌 전기차 동맹 강화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독일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와 2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시 한번 굳혔다. 세계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전략을 재정비하는 가운데, 이번 계약은 향후 고급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8일 공시를 통해 메르세데스-벤츠 AG와 약 2조6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회사의 지난해 전체 매출(25조6,196억원)의 약 8%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다.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 조절, 가격 경쟁 심화, 공급망 재편 등 급격한 변화가 일고 있는 시점에서 성사된 계약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도가 더욱 높다.

이번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향후 2028년 3월부터 2035년 6월까지 북미와 유럽에서 생산되는 벤츠 전기차에 본격적으로 탑재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양사는 이미 다양한 협력 경험을 쌓아왔지만, 7년 이상 이어지는 장기·대형 공급 계약이 공식화된 것은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전략적 동맹을 한 단계 더 강화한 결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단순한 '공급 확대' 이상의 의의를 갖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배터리 공급망 다변화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전략적 시점에 한국 배터리 기업과의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은 기술력·양산 역량·안정적 공급 체계 측면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확고한 신뢰를 얻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북미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을 위해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번 벤츠 공급 또한 북미 합작공장 라인과 유럽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벤츠는 2030년까지 전 차종 전동화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특히 고급 세단과 SUV 라인업의 전기차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의 공급 물량이 향후 추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내구성과 안전성,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며 "벤츠가 LG에너지솔루션과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은 기술 경쟁력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뒷받침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계약은 한국 배터리 산업 전반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진다. 전기차 판매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제조사들이 전략을 조정하는 혼돈의 국면에서도 한국산 배터리의 경쟁력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 우위를 기반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잇따른 협력 요청을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계약 금액과 기간 등은 고객사와의 향후 협의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파트너십 확대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