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갚기 위해 다시 빚낸다”… 세계은행, ‘이자부채 악순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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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갚기 위해 다시 빚낸다”… 세계은행, ‘이자부채 악순환’ 경고

뉴스로드 2025-12-08 10:25: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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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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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이 신흥국 부채가 ‘이자부채 악순환(Debt-for-Interest Cycle)’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빚을 내도 경제에 남는 자금이 없고, 이자·상환비용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부채가 성장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은행은 7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 국제부채보고서(International Debt Report 2025)’에서 “신흥국이 부채를 갚기 위해 다시 부채를 발행하는 순환구조에 들어섰다”며 “이는 단기 금융위기를 넘어 장기 성장잠재력의 상실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중소득 국가(LIC·LMIC)의 총대외부채는 2024년 GDP 대비 97%로 집계됐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62%) 대비 35%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부채 서비스 비용(이자+원금 상환)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다. 세계은행은 “부채의 양보다 구조가 문제”라며 “부채가 경제에 유입되지 않고 해외로 유출되는 단계”라고 경고했다.

본 그림은 국내외 정부부채 변동, 일부 저·중소득국 비교(2023~2024년)다. 2023~2024년 기간 동안 선택된 저·중소득국의 국내 정부부채(세로축)와 대외 정부부채(가로축)의 증가율 변화를 비교한 것이다. 점선은 국내 부채 증가율과 외채 증가율이 동일한 경우를 나타낸다. 대부분 국가에서 국내 부채와 외채가 동시에 증가했으며, 캄보디아·몽골·우즈베키스탄은 외채 대비 국내 부채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가이아나·콩고민주공화국은 외채 증가율이 두드러지는 사례로 확인된다. 전반적으로 국내 조달 비중 확대가 두드러지며, 글로벌 금리 상승 이후 외채 조달 비용 증가가 저·중소득국의 부채 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픽=세계은행]
본 그림은 국내외 정부부채 변동, 일부 저·중소득국 비교(2023~2024년)다. 2023~2024년 기간 동안 선택된 저·중소득국의 국내 정부부채(세로축)와 대외 정부부채(가로축)의 증가율 변화를 비교한 것이다. 점선은 국내 부채 증가율과 외채 증가율이 동일한 경우를 나타낸다. 대부분 국가에서 국내 부채와 외채가 동시에 증가했으며, 캄보디아·몽골·우즈베키스탄은 외채 대비 국내 부채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가이아나·콩고민주공화국은 외채 증가율이 두드러지는 사례로 확인된다. 전반적으로 국내 조달 비중 확대가 두드러지며, 글로벌 금리 상승 이후 외채 조달 비용 증가가 저·중소득국의 부채 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픽=세계은행]

세계은행이 제시한 핵심 지표는 Net Transfers(순대출)다. 순대출은 신규 차입에서 이자·원금 상환·수수료를 제외한 순수 유입액을 의미한다. 이 수치가 플러스면 부채가 경제에 남고, 마이너스면 부채보다 해외로 더 많은 외화가 빠져나가는 구조다.

세계은행은 “최근 2년간 LIC의 순대출은 급격히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LIC의 순대출은 2022년 –48억 달러에서 2024년 –121억 달러로 확대됐다. 신규 외채를 늘려도, 투자유입이 아니라 이자·상환 비용으로 해외유출이 커진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부채가 개발투자가 아니라, 부채상환을 위한 재조달(debt roll-over) 비용으로 쓰이는 비정상적 구조”라고 평가했다. 세계은행 관계자는 “부채 순유출은 교육·보건·인프라 예산을 잠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IC의 이자비용은 정부 예산의 평균 14%를 차지해, 공중보건(9%), 교육(11%)을 모두 앞섰다.

세계은행은 부채위기의 원인을 세 가지 구조적 충격으로 제시했다. 첫째는 미국 실질금리 고착(Higher-for-Longer)이다. 인플레이션 이후 미국의 높은 실질금리가 3년째 지속되며, 신흥국의 달러 조달비용이 상시적으로 높아진 환경이 형성됐다.

[사진=세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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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달러 강세와 글로벌 달러 유동성 축소다. 달러 자금이 MMF(머니마켓펀드) 로 유입되면서 신흥국은 추가 프리미엄을 부담해야 했고, 시장금리보다 높은 조달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Shadow Dollar Shortage”로 규정했다.

셋째는 부채 만기 구조의 단기화다. 2015년 이후 장기 고정금리 부채 중심 구조가 단기·변동금리 비중 확대로 전환되면서, 금리 변동에 즉각 노출되는 취약구조가 형성됐다. 세계은행은 “다음 위기는 금리인상이 아닌 만기집중으로 촉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위기의 충격파는 저소득국과 취약국(Fragile States) 에 집중되고 있다. 2020년 10개 국가였던 채무조정·상환유예 국가수는 2024년 27개로 늘었고, 국가부채 연체율은 2007년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외채 서비스 비용이 정부예산의 평균 28%에 달한다. 세계은행은 “이들 국가는 부채가 인프라와 산업 개발에 쓰이지 않고, 재정절벽(fiscal cliff)을 메우는 비용으로 소비된다”고 설명했다.

실질 GDP 성장률과 외채 연간 증가율 간 상관계수를 4개 지역별로 비교한 것이다. 전 지역에서 2020–24년 기간의 상관계수 분포가 2015–19년 대비 하향 이동하며, 이는 팬데믹 이후 글로벌 금융긴축 환경에서 외채 확대가 성장으로 이어지는 탄력성이 약화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유럽·중앙아시아, 중동·북아프리카·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지역에서 상관성의 하락 폭이 크며, 외채 의존 성장 모델의 한계가 두드러진다. 동아시아·태평양과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역시 하락 추세를 보이지만 국가별 변동성이 더 크다. [그래픽=세계은행]
실질 GDP 성장률과 외채 연간 증가율 간 상관계수를 4개 지역별로 비교한 것이다. 전 지역에서 2020–24년 기간의 상관계수 분포가 2015–19년 대비 하향 이동하며, 이는 팬데믹 이후 글로벌 금융긴축 환경에서 외채 확대가 성장으로 이어지는 탄력성이 약화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유럽·중앙아시아, 중동·북아프리카·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지역에서 상관성의 하락 폭이 크며, 외채 의존 성장 모델의 한계가 두드러진다. 동아시아·태평양과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역시 하락 추세를 보이지만 국가별 변동성이 더 크다. [그래픽=세계은행]

세계은행은 “부채위기의 본질은 채권단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보건·인적자본 투자 부족이라는 미래위기”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를 “부채위기는 재정위기가 아니라 개발위기(Development Crisis)”라고 정의했다.

부채 구조가 공적채권 중심에서 민간채권 중심으로 바뀐 점도 위기를 키우는 요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신흥국 외채의 61%가 민간채권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이 세계은행·IMF 등 공적 금융기관 대출이었다.

채권단 구성이 다층화되면서 부채조정 속도는 평균 31개월에 이르렀다. 세계은행은 “민간채권은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지연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공통프레임워크(Common Framework)의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은 보고서에서 G20 공통프레임워크의 한계를 지적했다. 부채조정은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고, 조정절차는 2~3년이 소요된다. 보고서는 “투자 유입이 끊긴 국가가 재조정까지 31개월을 기다리는 구조는 사실상 회생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밝혔다. 또한 세계은행은 부채를 줄이는 것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금리가 높은 구조가 유지되면 부채탕감 효과는 단기로 소멸하며, 다시 부채재조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본 그래픽은 저·중소득국을 대상으로 부채 부담과 제도 역량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제도 역량은 재정정책 점수(CPIA, 1~6점) 및 정부효과성 점수(WGI, -2.5~2.5점)로 측정했으며, 부채 부담은 수출 대비 부채잔액 비중 및 수출 대비 부채상환 비중으로 정의했다.a·b. CPIA 재정정책 점수와 부채 부담패널 a와 b는 부채잔액/수출 비중(a)과 부채상환/수출 비중(b)이 증가할수록 재정정책 점수(CPIA)가 낮아지는 추세를 보여준다. 일부 저소득국은 부채 수준 상승과 함께 재정정책의 질적 저하가 동반되고 있으며, 특히 모잠비크·세네갈·기니비사우 등은 높은 부채 부담과 낮은 점수가 동시에 나타난다.c·d. WGI 정부효과성 점수와 부채 부담패널 c와 d는 정부효과성(WGI) 지표가 부채 부담이 높아질수록 음적 상관관계를 보임을 나타낸다. 부채잔액/수출 비중(c)과 부채상환/수출 비중(d)이 증가하는 국가일수록 정책 집행 능력과 공공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된다. 점선은 정책 역량 저하의 임계치(Y-threshold)를 나타내며, 다수의 저소득국이 이 임계치를 하회하는 것으로 관찰된다.요약하면 전반적으로 저·중소득국에서는 부채 부담이 높을수록 재정정책 점수 및 정부효과성 점수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고부채 환경에서 정책 집행 능력 약화와 제도 역량 저하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래픽=세계은행]
본 그래픽은 저·중소득국을 대상으로 부채 부담과 제도 역량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제도 역량은 재정정책 점수(CPIA, 1~6점) 및 정부효과성 점수(WGI, -2.5~2.5점)로 측정했으며, 부채 부담은 수출 대비 부채잔액 비중 및 수출 대비 부채상환 비중으로 정의했다.

a·b. CPIA 재정정책 점수와 부채 부담: 패널 a와 b는 부채잔액/수출 비중(a)과 부채상환/수출 비중(b)이 증가할수록 재정정책 점수(CPIA)가 낮아지는 추세를 보여준다. 일부 저소득국은 부채 수준 상승과 함께 재정정책의 질적 저하가 동반되고 있으며, 특히 모잠비크·세네갈·기니비사우 등은 높은 부채 부담과 낮은 점수가 동시에 나타난다.

c·d. WGI 정부효과성 점수와 부채 부담: 패널 c와 d는 정부효과성(WGI) 지표가 부채 부담이 높아질수록 음적 상관관계를 보임을 나타낸다. 부채잔액/수출 비중(c)과 부채상환/수출 비중(d)이 증가하는 국가일수록 정책 집행 능력과 공공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된다. 점선은 정책 역량 저하의 임계치(Y-threshold)를 나타내며, 다수의 저소득국이 이 임계치를 하회하는 것으로 관찰된다.

​​​​​​​요약하면 전반적으로 저·중소득국에서는 부채 부담이 높을수록 재정정책 점수 및 정부효과성 점수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고부채 환경에서 정책 집행 능력 약화와 제도 역량 저하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래픽=세계은행]

이번 보고서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이 있다. 세계은행은 환율이 무역흑자가 아니라 자본흐름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원화 약세가 단순한 투기가 아니라, 글로벌 달러 유동성 재편의 구조적 결과라는 점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위기는 신흥국 수요 둔화로 수출 회복 속도를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처럼 글로벌 가치사슬 상단에 있는 국가는 개도국 부채위기가 무역수요 둔화로 전이될 수 있다. 세계은행은 부채위기를 예방할 4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민간채권 포함 강제적 채무조정 메커니즘 구축 △저소득국 대상 장기 고정금리 지원 확대 △부채 유입의 질 개선: 이자 상환 아닌 투자 중심 △국제금융기관의 선제 개입이다.

보고서는 “부채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며 “부채문제는 ‘얼마를 빚을 지느냐’가 아니라 ‘그 빚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가’가 본질”이라고 결론지었다. 세계은행 관계자는 “이자 상환을 위한 부채순환이 고착되면 부채는 경제를 키우는 재원이 아니라, 성장을 잠식하는 비용이 된다”며 “성장률 회복 없이 부채를 늘리는 구조는 10년 후 다시 같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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