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Cover Story] 60년 투자 여정 마침표 찍은 오마하의 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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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_ Cover Story] 60년 투자 여정 마침표 찍은 오마하의 현인

이슈메이커 2025-12-08 09:4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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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60년 투자 여정 마침표 찍은 오마하의 현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투자 여정에 종지부를 찍는다. 1965년 버크셔를 인수한 지 60년 만이다. 섬유회사이던 기업은 투자 지주회사로 전환됐고, 다양한 분야의 자회사를 거느린 복합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기간 회사의 주가는 550만 2,284% 상승했다.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Gates Foundation
ⓒGates Foundation

 

투자의 달인, 마지막 주주 서한 보내다
올해 말 자리에서 물러나는 그는 ‘추수감사절 메시지(Thanksgiving message)’란 제목의 주주 서한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버핏 회장은 “앞으로 연례보고서를 직접 쓰거나 총회에서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영국식으로 ‘이제 조용해진다(going quiet)’고 할 수 있겠다”는 농담으로 편지를 시작하면서도 “매년 추수감사절 메시지를 통해 여러분과 내 자녀들에게 계속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한에서 어릴 적 추억, 찰리 멍거 전 부회장 등 친구들과의 인연, 창업의 기회 등을 언급함과 동시에 차기 CEO인 그레그 아벨 부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자신의 부재로 인한 주주들의 불안감을 달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5월 버핏이 은퇴 계획을 발표한 뒤 6개월간 버크셔의 주가는 10% 넘게 하락했다가 일부 회복해 연중수익률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주주들이 그레그에 대해 멍거 전 부회장과 내가 오랫동안 누려온 신뢰감을 갖게 될 때까지, 상당량의 A주(버크셔해서웨이 클래스A)를 보유할 것”이라며 “그 정도의 신뢰를 얻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내 자녀들은 이미 버크셔 이사들과 마찬가지로 그레그를 100%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버크셔의 주가는 변덕스럽게 움직일 것이며, 60여년간 세 차례 그랬던 것처럼 가끔 주가가 50% 정도 빠질 수도 있다”며 “절망하지는 마시라, 미국(증시)은 다시 돌아올 것이며 버크셔 주가도 그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버핏 회장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약 1,490억 달러 상당의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자녀들의 재단에 증여하는 속도를 높이겠다고도 밝혔다. 자녀들에겐 “정부나 민간자선단체보다 단지 조금 더 나은 성과를 거두길 바랄 뿐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당부했다. 건강 상태에 대해선 “놀랍게도 훌륭하다. 느리게 움직이고 독서가 점점 어려워지긴 하지만, 일주일에 5일 사무실에 출근해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며 “늦게 늙기 시작했지만, 일단 노화가 나타나면 그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감사하라. 이 나라는 기회를 극대화하지만, 보상의 분배는 언제나 공평하지만은 않다”며 “신중하게 영웅을 선택하고, 그들을 닮아가라. 완벽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더 나아질 수 있다”고 편지를 마쳤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주가는 워런 버핏이 이끈 뒤 550만 2,284% 상승했다.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Pixabay
버크셔해서웨이의 주가는 워런 버핏이 이끈 뒤 550만 2,284% 상승했다.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Pixabay

 

60년간 550만% 오른 버크셔 주가
버핏 회장만큼 전 세계 투자 업계에서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이는 없다. 몰락하던 직물 회사 버크셔를 사들여 전 세계 최고 투자사로 키운 자체만으로 놀라운 업적이기 때문이다. 1930년생인 버핏 회장의 생애 첫 주식 투자는 11세 때였다. 2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42년 3월, 정유회사 시티스서비스의 주식이 반 토막이 나자 아버지에게 부탁해 3주를 매입했다. 주당 38.25달러에 산 주식이 4개월 뒤 40달러로 오르자 이를 매각해 5.25달러 수익을 기록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곧바로 사업에 뛰어들기를 바랐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펜실베이니아대에 입학했고, 고향인 네브래스카대로 옮겨 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1950년대에는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재학 당시 은사이자,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독립했다. 이후 버핏은 기업 내재 가치에 기반해 주식을 선택하고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전략으로 자산을 불려 나갔다. 이미 40대 초반에 백만장자가 된 그는 버크셔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버크셔를 인수했고, 에너지와 은행, 항공, 식품 등 실물 경제와 관련한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워런 버핏이 인수한 후 60년이 지난 지금 버크셔해서웨이는 연간 매출 4,000억 달러를 올리는 자회사 180개의 지주사가 됐다. ⓒStuart Isett/Fortune Most Powerful Women/Flickr
워런 버핏이 인수한 후 60년이 지난 지금 버크셔해서웨이는 연간 매출 4,000억 달러를 올리는 자회사 180개의 지주사가 됐다. ⓒStuart Isett/Fortune Most Powerful Women/Flickr


  그리고 60년이 지난 지금 버크셔는 연간 매출 4,000억 달러를 올리는 자회사 180개의 지주사가 됐다. 다양한 분야가 망라된 자회사 명단에는 미국 대형 보험사 가이코를 비롯해 건전지 제조 업체 듀라셀과 패스트푸드 체인 데어리퀸 등 유명 업체가 즐비하다. 시가총액은 1조 2,000억 달러(로 전 세계 상장 기업 중 8위다. 비(非)테크 기업 중 시총 1조 달러를 넘은 곳은 버크셔가 유일하다. 지난 5월 기준 버핏의 자산은 1,682억 달러로 포브스 집계 세계 부호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다른 갑부들과 달리 소박함을 추구하는 삶으로 유명하다. 고가의 미술품을 수집하거나 화려한 저택을 소유하지 않았다. 1958년에 구매한 오마하의 조용한 주택에서 현재도 거주한다. 식습관도 평범한 중산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 3회 이상 맥도날드 치킨너겟을 먹고, 감자칩을 간식으로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고, 하루 평균 5캔의 코카콜라를 마신다. 버핏 회장은 지난 2013년 CBS 인터뷰에서 “화려한 옷도, 비싼 음식도 필요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억만장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자신의 재산 99%를 자선 사업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함께 다른 억만장자들을 상대로 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워런 버핏은 빌 게이츠와 함께 다른 억만장자들을 상대로 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BorsheimsJewelry/Wikimedia Commons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워런 버핏은 빌 게이츠와 함께 다른 억만장자들을 상대로 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BorsheimsJewelry/Wikimedia Commons

 

거장의 퇴장, 유산은 영원히 지속된다
버핏의 은퇴는 버크셔해서웨이에 있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 버크셔를 새롭게 이끌게 될 아벨 부회장은 버크셔의 비보험 사업 운영을 맡아오며 노련한 협상가로 평가받는다. 이미 버핏은 2021년부터 아벨이 차기 최고영영자가 될 것이란 점을 공개한 바 있다. 2024년 초 주주 서한에서도 “아벨은 모든 면에서 내일 당장 버크셔의 CEO가 될 준비가 돼있다”고 말한 바 있다.


  1962년생인 아벨 부회장은 다국적 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회계사로 경력을 시작해, 1992년 지열 발전회사였던 칼에너지에 입사했다. 칼에너지가 이후 미드아메리칸에너지로 이름을 바꾸고 버크셔가 미드아메리칸에너지의 지배지분을 인수하면서 버핏과 함께 일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버크셔의 글로벌 에너지 사업 부문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2018년 1월 버크셔 비보험 부문 부회장 및 이사회에 임명되면서 버크셔의 유틸리티·철도·제조·소매 등 자회사를 직접 관리해왔다. 아벨 부회장은 버핏이 회사를 떠나더라도 “버크셔의 투자 철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무구조를 튼튼히 유지하는 것과 버크셔 산하 자회사의 자율적 운영을 강조하면서 “이것이 바로 워런이 지난 60년간 자본을 배분해온 투자 철학이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최고경영자가 될 그레그 아벨 부회장은 버핏이 회사를 떠나더라도 “버크셔의 투자 철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Tankforwin/Wikimedia Commons
새롭게 최고경영자가 될 그레그 아벨 부회장은 버핏이 회사를 떠나더라도 “버크셔의 투자 철학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Tankforwin/Wikimedia Commons


  다만 일각에선 버크셔 투자자의 상당수가 버핏의 존재 때문에 주식을 보유하는 만큼, 그의 부재는 불확실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아벨의 경영 실적과 버크셔의 분산된 사업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버핏 역시 은퇴 후 회장직은 유지하면서 버크셔 주식 또한 한 주도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버핏은 마지막 주주 서한에서 인생의 조언을 전하며 “과거의 실수에 자책하지 말라. 적어도 그 실수에서 조금이라도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라. 개선하기에 너무 늦은 시기는 없다”고 전했다. 60년간 금융 시장의 파도를 헤쳐온 투자의 전설의 시대는 이제 저물지만, 그가 남긴 빛나는 유산은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미래 금융 시장에서도 변하지 않는 나침반으로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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