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패딩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실수'라는 해명으로만 덮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노스페이스 로고
한국소비자연맹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공정위 신고 절차에 돌입하고 집단분쟁조정 신청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국민일보가 8일 인터넷판으로 단독 보도했다. 참여연대 역시 8일 내부 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사건의 발단은 무신사에서 팔린 '1996 레트로 눕시 재킷' 등 13종이다. 상품 설명엔 구스다운(거위털)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뜯어보니 오리털이 섞인 재활용 충전재였다. 영원아웃도어 측은 "착오였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매체에 따르면 구스다운과 덕다운의 가격 차이는 크다. 중국다운정보망 자료를 보면, 5일 기준 솜털 80%와 깃털 20%가 섞인 중국산 그레이 구스다운은 ㎏당 15만4000원 선이다. 덕다운(9만5000원)보다 60% 이상 비싸다. 보온성도 구스다운이 뛰어나다.
노스페이스 리마스터 다운 자켓
의아한 건 가격표다. 올해 충전재를 바꿨으면서도 판매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1996 레트로 눕시 재킷은 2022년 33만9000원에서 작년 41만9000원까지 치솟았고, 충전재 교체 후에도 그 값을 유지했다. 1996 레트로 눕시 베스트 역시 28만9000원에서 변동이 없었다. 소재가 바뀌었는데 값은 그대로여서 단순 실수라기엔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매체는 전했다.
경쟁사 제품들과 비교하면 더 도드라진다. 매체에 따르면 K2나 블랙야크에서 내놓는 비슷한 디자인의 리사이클 덕다운 제품들은 구스다운 라인보다 10~20% 저렴하다. 업계 관행상 충전재 등급에 따라 가격을 달리 매기는 게 상식인데, 노스페이스는 예외였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올 초에도 비슷한 잡음이 있었던 회사가 또 실수했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뒤늦게 불을 끄기 시작한 영원아웃도어는 지난 3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전 유통망에 걸쳐 다운 제품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13개 품목에서 표기 오류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문제 제품 목록은 남성 리마스터 다운 자켓, 남성 워터 실드 눕시 자켓, 1996 레트로 눕시 베스트, 1996 레트로 눕시 자켓, 눕시 숏 자켓, 노벨티 눕시 다운자켓, 1996 눕시 에어 다운 자켓, 로프티 다운 자켓, 푸피 온 EX 베스트, 클라우드 눕시 다운 베스트, 아레날 자켓, 스카이 다운 베스트, 노벨티 눕시 다운 베스트 등이다.
무신사 이용자들이 논란의 불을 댕겼다. 구스다운 제품이라고 믿고 샀는데 알고 보니 오리털이더라는 제보가 SNS를 타고 퍼졌다.
영원아웃도어는 공지문에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혼용률 표기 착오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고개를 숙였다. 잘못 표기된 기간에 제품을 산 고객들에겐 순차적으로 연락해 환불 절차를 안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무신사도 지난 2, 3일 이틀간 노스페이스 전 제품을 뒤졌다. 13개 상품 상세 페이지의 혼용률 정보가 틀렸다는 걸 확인한 뒤 환불 요청 고객들에게 최대한 빨리 돈을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