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국가경쟁력' 명분 뒤에 남은 독점과 불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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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국가경쟁력' 명분 뒤에 남은 독점과 불투명성

폴리뉴스 2025-12-08 09:18:24 신고

대한항공 스타링크 [사진=한진그룹]
대한항공 스타링크 [사진=한진그룹]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4년 넘게 이어지는 복잡한 절차 끝에도 여전히 불확실성과 구조적 문제를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와 국적항공사들이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 구도는 독점에 가까운 시장 구조, 불투명한 공적자금 투입의 정당성, 글로벌 규제당국의 신뢰 훼손, 노동·소비자 권익 문제 등이 얽히며 산업 생태계 전반의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합병은 팬데믹 시기 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시작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산업 경쟁 구도나 항공 안전 경쟁력 강화보다는 특정 기업의 지배력 확대와 채무 정리 방편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항공산업은 네트워크 구축, 슬롯 확보, 연합체 운영 등 국가 인프라와 직결된 영역이지만, 이번 절차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은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는 불만이 누적돼 왔다. 국토교통부와 산업은행은 "대한항공 단일 메가캐리어 체제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지만, 실제로는 대한항공이 국제·국내선 대부분에서 과점적 지위를 확보하며 요금·서비스·노선 선택권의 축소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우려가 항공학계와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가 예상보다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정부와 대한항공이 제시해온 "무리 없이 올해 내 마무리"라는 로드맵 역시 신뢰도가 흔들린 상태다. 유럽·미국 규제당국은 단순한 슬롯 반납이나 일부 노선 조정만으로 시장 잠금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추가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정책 당국이 초기에 제시한 영향평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점을 역으로 증명한다.

합병이 지연될수록 산업계의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이미 수 년째 이어지는 결합 작업에 투입된 공적자금과 경영 자원 역시 사실상 '기회비용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분리·매각 요구는 국가 물류망의 안정성, 재난·비상 상황 대응력, 국내 제조·수출기업의 수송 경쟁력 등 다층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산업정책 차원의 논의 없이 추진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님에도, 지금까지는 합병 달성을 위한 '절차상 카드'로만 취급되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노동시장 역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양사 조종사·정비·객실 승무원 조직의 통합 기준과 인력 구조 조정 가능성, 노선·기재·운항 체계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력 유휴 문제 등 노동계의 우려가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채 정치·산업 논리에 종속돼 있다는 평가다.

소비자와 공익 관점에서도 문제점은 남는다. 항공요금 인상 압력, 서비스 질 하락 가능성, 국내선 독점에 가까운 노선 구조, 마일리지 제도 통합 이후의 불확실성 등 시민생활과 직결된 변수가 늘어났지만 이에 대한 객관적인 영향평가나 정부 차원의 안전장치는 아직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이번 결합은 '통합의 불가피성'이라는 논리를 반복해 왔지만, 정책당국과 기업 모두가 합병의 필요성뿐 아니라 합병이 초래할 수 있는 구조적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계와 소통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4년 동안의 지연과 반복된 심사 번복, 낙관론과 현실의 괴리, 독점 우려를 희석시키지 못하는 대책 부재는 한국 항공산업의 전략을 근본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강화시키고 있다. 합병이 '통합된 국적항공사 체제'라는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드러난 불투명한 절차와 시장 구조의 편중은 앞으로의 항공산업 정책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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