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대기업 달러 쌓이는 한국, 흔들리는 원화와 대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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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기업 달러 쌓이는 한국, 흔들리는 원화와 대응 전략

포인트경제 2025-12-08 08:58:22 신고

3줄요약

비환류 현상 심화로 무너진 환율의 전통적 패턴
미국 투자 대비한 달러 축적이 외환 구조를 다시 짜고 있다
엔 강세 전환 시 한국 경제가 직면할 새로운 과제

[포인트경제] 한국 외환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원화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여러 차례 고점을 시험하고 있으며, 과거와 다른 흐름이 관찰되고 있다. 과거에는 수출이 개선되면 원화가 자연스럽게 강세로 이동하는 패턴이 반복됐지만, 최근에는 같은 공식이 작동하지 않는다. 시장은 이 변화의 배경을 단기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서 찾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한국 대기업의 달러 자산 보유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 약세가 단순히 대외 환경 악화나 투자심리 위축 때문만이 아니라 기업의 자금 운용 방식 변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분석한다. 수출 기업들은 과거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송금해 원화로 환전하는 흐름을 유지했지만, 최근 이 과정이 눈에 띄게 줄었다. 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으로 유입되지 않는 비환류 현상이 확산되면서 시장 내 달러 공급이 축소되고, 그 결과 원화 가치는 하방 압력을 받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기업들이 달러 보유를 선호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달러 자산만 보유해도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원화로 환전할 경우 이러한 이익이 사라지기 때문에 기업은 굳이 달러를 팔아 원화를 확보할 유인이 줄어든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유지되는 한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그룹 등 주요 기업들이 향후 수년간 미국에서 집행해야 할 대규모 설비 투자도 달러 보유 확대의 중요한 배경이다. 반도체와 전기차 분야의 시설 투자는 대부분 달러로 지급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투자 시점의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달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달러를 보유하면 환율 상승 시 투자 비용이 늘어나는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은 재무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판단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이 국내로 환류되지 않고 해외 법인에 머무르는 현상은 한국 외환시장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수출이 늘어도 원화가 강세로 전환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가 장기화되는 모순적 상황은 한국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국 중심 투자의 확대 속에서 새로운 외환 구조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행(日本銀行) 전경@포인트경제 일본은행(日本銀行) 전경@포인트경제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도 한국 외환시장에 적지 않은 변수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기조를 강화해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경우, 일부 아시아 통화도 동반 강세 압력을 받으면서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어느 정도 제어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엔화 약세가 다시 심화될 경우에는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가전, 정밀장비 등 주요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금리 상승과 엔 강세·약세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고려해야 할 대응책을 몇 가지 축으로 제시한다.

첫째는 비가격 경쟁력 강화다. 엔 강세 국면에서는 일본 제품 가격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하지만, 기술과 품질 기반의 경쟁에서는 여전히 일본 기업의 영향력이 크다. 한국 기업은 기술 투자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로 구조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엔 약세 국면에서는 가격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는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이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둘째는 기업의 환리스크 관리 고도화다. 원·엔과 원·달러 변동성이 동시에 커질 경우 기업의 채산성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선물환과 옵션을 활용한 환헤지 비중을 확대하고, 매출과 비용 구조를 다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셋째는 정부의 공급망 안정 대책 강화다. 엔화 강세는 일본산 부품과 장비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한국 제조업의 원가 부담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장비와 정밀 소재처럼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서는 충격이 클 수 있어, 정부는 대체 공급선 확보와 수입 가격 완화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단번에 상향 돌파하지는 않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 한국은행의 스무딩 오퍼레이션,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 등이 원화의 급격한 추가 약세를 일정 부분 완충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지정학 리스크나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이 겹칠 경우 1500원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도 동시에 제기된다. 기업의 달러 보유 확대라는 구조적 흐름이 지속되는 한 원화가 과거와 같은 강세 사이클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달러는 여전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안전자산이며, 고금리 환경 속에서 그 매력은 쉽게 약해지지 않는다. 한국 기업의 해외 사업 비중이 확대되고 미국 투자가 장기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의 해외 현금 비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 외환시장과 환율 구조를 장기적으로 변화시키는 흐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는 지금 새로운 환율 국면을 지나고 있다. 수출과 환율의 연동성이 약해진 구조 속에서 기업과 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외환시장 안정은 단기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구조적 요인의 변화까지 고려한 종합적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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