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고정희(1948∼1991)는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경기도도 안산에 활동한 시인이다. 본명은 고성애.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하고 1975년 시인 박남수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연가」, 「부활과 그 이후」 등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여성신문’ 초대 편집 주간을 역임했다. 1983년 시집 ‘초혼제’로 대한민국문학상을 받았다. 1991년 6월 9일 지리산 등반 도중 실족사했다. 유고 시집으로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가 있다. 고정희 시인은 시대의 권력과 부정에 억압당하는 고통을 다룬 시를 많이 썼다. 고 시인은 <새롭게 뿌리내리는 기독교 文化를 위하여> 에서 "불의한 것을 거부하고 불평등한 것에 항거하며 스스로 낮아짐의 신분으로 가장 비천한 자들의 친구가 되신 예수, 가장 낮은 자들의 신랑이 되신 예수의 비밀은 무엇일까?"라고 말한다. 이 시는 정치적 배경과 상관없이 보통 사람의 아픈 영혼도 달래주는 시다. 새롭게>
알베르 마르케 ‘햇빛을 받는 알제리의 부지 항구’(1925). 캔버스에 유화, 64.7×80.0㎝. 로버트 리먼 컬렉션
알베르 마르케(1875~1947)는 뛰어난 색과 빛의 감각을 지닌 프랑스의 화가. 초기 작품은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의 대비와 대담한 묘사로 야수주의의 성향을 보였으나 점차 색채의 조화를 중시하는 온화한 화풍으로 변모했다. 마르케는 강과 바다, 항구와 범선이 있는 풍경을 많이 그렸다.
겨울언덕 / 김연동 시, 황덕식 곡 / 테너 안형렬
■ 김시행 저스트이코노믹스 논설실장: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산업부, 증권부, 국제부, 문화부 등 경제·문화 관련 부서에서 기자, 차장, 부장을 두루 거쳤다. 한경 M&M 편집 이사, 호서대 미래기술전략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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