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공기가 산길에 내려앉으면 계곡 아래 작은 웅덩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웅덩이 아래에서 손톱만 한 생물이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겉보기엔 평범한 민물새우 같지만, 실물로 보기조차 쉽지 않은 희귀 새우 '토하'다. 크기는 작지만, 거래가 이뤄지는 시기에는 전복보다 큰 값을 받는 경우가 있어 귀한 자원으로 취급된다.
토하는 물이 오래 머무르면서 흐름이 잦아드는 구간에서만 살아남는다. 계곡을 따라 내려온 물이 잠시 멈춘 얕은 웅덩이, 낙엽과 수초가 고르게 깔린 자리, 햇빛이 강하지 않은 환경 등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조건이 흐트러지면 바로 자리를 옮기거나 개체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같은 산지라도 특정 물길에서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토하'가 비싸지는 생태적 이유
토하는 물빛이나 흐름이 조금만 달라져도 즉각 반응한다. 탁도가 오르면 번식 활동이 줄고, 물길 구조가 변하면 터전을 떠나는 일이 흔하다. 이런 성향 때문에 서식 구간은 넓지 않으며, 평지보다 산지 계곡처럼 오염이 거의 유입되지 않는 물길에서 안정적으로 관찰된다.
수초와 낙엽이 얇게 깔린 얕은 웅덩이는 토하가 몸을 숨기고 번식하기에 알맞은 공간이 된다. 포식자를 피하기에는 깊은 물보다 이런 얕은 지대가 훨씬 유리하다. 다만 이 지형은 날씨 변화에 그대로 흔들리는 편이다. 가뭄이 길어지면 물길이 금세 끊기고, 큰비가 오면 낙엽층이 쓸려나가 은신처가 한순간에 사라진다.
채집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품질
1990년대까지 강진 일대에서는 낙엽을 바구니에 듬뿍 담아 웅덩이에 넣어두고, 며칠 뒤 모여든 토하를 꺼내는 방식이 흔하게 쓰였다. 은신처를 찾는 성향을 이용한 오래 사용된 채집 방식이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며 채집 효율을 높이기 위해 그물망 안에 낙엽이나 유인재를 넣어 모으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이 방식은 수초가 드문 구간에서도 일정량을 확보하기 쉬워 작업 시간을 줄여준다.
다만 한 지점에서 많은 양을 모으기 어렵다는 특성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물길이 길게 이어지지 않아 여러 웅덩이를 돌아다니며 소량씩 모으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 때문에 거래 단가는 상대적으로 높고, 색, 투명도, 채집 시기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타난다. 좁은 서식 범위와 불안정한 지형, 기후에 따라 달라지는 개체 수가 겹치며 안정적인 수급이 어렵다.
토하 구매 요령과 시장에서 확인할 점
토하는 시즌마다 품질 편차가 크다. 투명도와 색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지표다. 흐릿하거나 탁한 빛을 띠면 수질 변동이 심한 환경에서 잡힌 경우가 많다. 반대로 밝은 주황빛이 도는 개체는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채집 시기는 늦가을부터 초겨울이 가장 안정적이다. 수온이 서서히 내려가면 활동량이 조절되고, 수질 변화 폭도 좁아져 선명한 빛을 가진 개체가 많아진다. 여름철은 집중호우나 흙탕물 유입이 잦아 품질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토하젓 구매 시에는 염도와 발효 정도를 함께 살펴야 한다. 지나치게 짠 제품은 원재료 양이 적을 가능성이 높고, 표면이 지나치게 흐물거리면 숙성 온도가 일정하지 않았을 확률이 있다. 비린내가 과하게 도드라지는 제품도 피하는 편이 좋다.
포장 날짜와 원산지 표기도 꼭 확인해야 한다. 강진, 해남, 장흥 일대는 토하 서식지가 잘 남아 있는 편이라 지역마다 개성 있는 맛이 형성돼 있다. 온라인 주문 시에는 선도 관리가 잘 되는 냉장 배송 여부를 함께 확인하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토하의 맛을 즐기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
염장을 거친 토하는 붉은빛이 은은하게 오르고 향이 또렷해진다. 손질 과정은 어렵지 않다. 이물질을 제거한 뒤 굵은소금으로 간을 맞춰 기본 숙성을 진행하면 된다. 양념은 마늘·고춧가루·찹쌀 풀 등 최소한의 재료만 더하는 편이 좋다.
토하젓은 밥과 곁들이기 좋고, 수육과 함께 내면 감칠맛이 잘 어울린다. 양이 많지 않아도 향이 고르게 퍼지고 조직이 탄탄해 반찬으로 사용하기 편하다. 찌개나 나물무침에 소량 넣어도 맛이 잘 살아난다. 숙성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지 않아 냉장 보관 시 상태 유지가 무리 없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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