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이제는 사람의 언어·지식 노동을 넘어 ‘물리적 노동’까지 대체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단순 반복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장에서 데이터를 스스로 축적하고 학습하며 공정을 최적화하는 ‘피지컬 AI’ 개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AI 반도체, 로봇·제조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산업계 역시 자동화 설비와 생성형 AI를 결합한 생산혁신 프로젝트를 적극 확대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에 선택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피지컬 AI는 중소기업이 ‘적은 비용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첫 번째 전략은 ‘데이터 표준화’다. 많은 중소기업이 여전히 작업일지, 설비 기록, 품질 데이터를 수기로 남기고 있다. AI는 이런 비정형 데이터에서는 학습 효과가 거의 없다. 우선 작업 절차·설비 상태·불량 기록을 디지털로 수집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 된다.
두 번째 전략은 ‘작은 자동화부터 시작하는 방식’이다. 공정 전체를 한번에 바꾸려 하면 비용과 저항이 커진다. 불량 검출, 단순 조립, 반복 피킹 같은 ‘작은 공정’에 AI 센서나 협동로봇을 적용하면 투자 대비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초기 성공 경험이 쌓이면 조직 내부의 기술 수용성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세 번째 전략은 ‘정책금융 활용’이다. 스마트공장 구축, AI 도입, 생산라인 자동화는 자체 자금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이때 보증·정책자금·연구개발(R&D) 지원을 연계해 활용하면 자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데이터 기반 생산체계 구축은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분야라 접근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피지컬 AI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변화 관리’라는 사실이다. 기술을 도입해도 현장이 따라오지 못하면 성과는 나지 않는다. 작업자의 참여, 교육, 공정 재설계, 그리고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피지컬 AI는 거대한 위기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기회다. 기술 격차는 피할 수 없지만 중소기업이 현실적인 범위에서 데이터와 자동화를 구축해 나간다면 생산성과 경쟁력은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혁신’이 아니라 ‘가능한 변화부터 시작하는 용기’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