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면서도 자동차는 중대형이 대부분이고 경차는 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석유가 생산되기는 해도 총수요량의 0.3%에 불과하므로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고 볼 수 있어 우리의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사실상 두 나라는 다같이 석유를 전량 수입해 쓰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경차가 근 40%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는 도로에서나 아파트 주차장에서 경차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일본에는 경차가 너무 많이 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을 비교하면 2023년의 경우 한국 3만6천195달러, 일본 3만5천933 달러로 근년에 와서 비슷한 수준이지만 이는 최근의 일이고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선진국의 지위를 누린 나라다.
우리의 국민소득 수준이 일본보다 높아 경차 소비 비율이 낮고 중대형차의 비율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혹시 일본의 경차 우대책이 우리보다 월등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양국의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경차에 대한 우대책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첫째, 양국의 경차 기준을 보면 우리는 1천cc 이하를, 일본은 660cc 이하를 경차로 분류하고 있는데 만일 일본의 경우 우리같이 1천cc를 기준으로 한다면 일본의 경차 비율은 적어도 50%를 상회할 것으로 유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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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자동차 취득세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경차(차량가격 1천500만원인 경우)의 취득세가 제로이고 중형인 2천cc(차량가격 3천500만원)는 210만원이나 된다. 일본은 경차는 차량 가격의 3%이고 중형의 경우는 5%를 징수한다고 하니 우리보다는 세제상의 혜택이 적다고 하겠다.
셋째, 자동차세를 비교해 보면 우리는 경차가 중형에 비해 5분의1 수준이나 일본은 4분의1 수준이라고 하니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큰 혜택을 주고 있는 셈이다.
넷째, 보험료도 차량 가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양국의 경우 소형차는 다같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라고 한다.
다섯째, 경차에 대한 고속도로 통행료의 경우 우리나라는 50%라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베풀고 있으나 일본의 경우 20%를 할인해 주고 있어 우리보다는 혜택이 훨씬 낮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일 양국은 다같이 비산유국으로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 차원에서 경차를 우대하고자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경차 우대책이 효과를 발휘해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나 우리는 일본보다도 더 나은 우대책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경차 소비는 10% 미만으로 맥을 못추고 있다. 양국의 소득 수준 및 도시의 인구 밀집도, 도로 환경 등이 비슷함에도 경차 소비가 이같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다른 이유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한국인은 남을 의식하는 경향이 강하고 작은 차를 타면 체신이나 신분이 깎이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데서 경차를 경시하고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본인의 경제력이나 정부의 우대책 그리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너지 절약, 환경오염)등을 생각하기보다는 남을 의식하는 경향이 강한 데서 빚어지는 일종의 사회현상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씀씀이가 커서 그런가. 정부가 정책적 차원에서 소형차를 아무리 우대하고 권장해도 소용 없으니 말이다. 우리 정부의 경차 우대책은 사실상 있으나마나 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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