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오해의 시대, 진실을 지키는 법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아침을 열면서] 오해의 시대, 진실을 지키는 법

경기일보 2025-12-07 19:09:04 신고

3줄요약
image

세상은 너무나 똑똑해졌다. 뉴스는 쉴 틈 없이 흘러가고 단편적 의견은 전체를 설명하는 듯한 얼굴로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진다. 그러나 이 빠른 속도가 언제나 진실과 나란히 걷는 것은 아니다. 한 조각의 사실이 전체를 대신하고 생략된 맥락이 ‘확신’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지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알수록 더 아는 것 같지만 실은 진실에서 멀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필자는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그동안의 경험을 잘 녹여 묵묵히 해내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큰 조직과 복잡한 구조 속에서 권한 밖이어서 ‘하지 못한 일’이 어느새 ‘하지 않은 일’로 오해되고 설명되지 않은 한계는 사라진 채 단편적 서사만 남아 빠르게 퍼져 나간다는 사실을. 하나의 단면에 불과했던 이야기는 각색되고 작은 그림자 하나는 의혹으로 자라 전체를 대변하는 듯 굳어졌다.

 

겉으로 드러난 내용은 간결하지만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층위가 있다. 사람들의 말은 그 층위를 가로지르지 않는다. 맥락은 사라지고 단순화된 ‘하나의 주장’만 남는다. 필자는 이 잔혹한 단순화의 힘을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하며 때때로 깊은 충격과 낯섦을 느꼈다.

 

그것이 기사로 쓰여 세상에 흘러나오는 순간 오해는 더욱 견고해진다. 정정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그냥 참고 지나가라”는 조언이 충돌하며 마음은 두 방향으로 흔들린다. 설명되지 않은 사정은 여전히 빈틈으로 남고 누군가는 그 사이에 또 다른 이야기를 덧붙인다. 맞다고 단정된 ‘정보의 속도’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보다 빠르게 앞질러 간다. 그때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혹시 나 역시 누군가의 단편만 보고 ‘아, 알았다’고 성급히 판단한 적은 없었는지.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이야기와 해석으로 머릿속은 금세 포화 상태가 된다.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조차 누군가의 선택과 해석이 덧입혀진 결과일 때가 많다. 그래서 필자는 의도적으로 소음을 걷어내는 시간을 마련하려 한다. 책을 읽고, 창밖을 바라보고, 잠시 눈을 붙이며 아무것도 단정하지 않는 상태로 돌아가는 시간. 이 여백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다시 판단하고 다시 서기 위한 내면의 바탕이다. 잠시 멈추는 일은 현실을 피하기 위함이 아니라 더 정확히 보기 위한 준비에 가깝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백을 “무언가가 자라기 위한 조건”이라 했고 메리 올리버는 “모르는 공간에 있을 때 세상이 더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왜곡된 사실과 해소되지 않은 감정을 견뎌야 하는 시간은 분명 고통스럽지만 그 시간을 건너야만 다시 들여다볼 자리가 생긴다. 단정해버린 생각을 풀고 보이지 않는 결을 다시 살피는 그 느린 과정이야말로 진실에 다가가는 길이다.

 

덜 알수록, 잠시 멈춰 숨을 고를수록 우리는 스스로와 다른 이의 진실에 더 가까워진다. 맞다고 단정된 말들이 너무 쉽게 떠다니는 시대에 나를 지키는 방법은, 어쩌면 ‘더 많이 알기 위해 애쓰는 일’보다 ‘모르는 상태를 잠시 견디고 새롭게 채우는 용기’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진실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서고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나만의 도리인 것이다. 그다음은 “행동하라.”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