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당 최고위원 3명이 사퇴하면서 내년 1월 중순쯤 치러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명청(친이재명과 친정청래) 대결'의 2차전이 될 조짐을 보인다.
정청래 대표가 당원 주권주의를 표방하며 주도한 '권리당원 1인 1표제'가 친명 조직표의 비토로 좌초되면서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명청대결이 본격화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전현희·김병주·한준호 전 최고위원의 자리를 메우기 위한 선거로, 임기가 내년 8월까지여서 경쟁이 치열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당내 여러 비판에도 정 대표가 1인 1표제를 강행하자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관심을 받게 됐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명청 갈등에 대해 조승래 사무총장과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외부세력이 당을 흔들지 말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최고위원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당내 지도부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인 1표제 무산에 당 일각서 정 대표 비판론 확산
정 대표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는 절차적 논란과 함께 '당대표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추진한 사안이다.
1인 1표제는 지난달 권리당원 대상 여론조사 이후 절차적 논란이 불거지자 당은 중앙위 개최를 일주일 늦추며 추가 의견 수렴을 하고 대의원제 보완 방안까지 만들며 개정을 추진했다.
당시 정 대표는 당 일각에서 절차적 문제를 두고 지적하자 애초 전당원투표로 공지했다가 투표 대상을 놓고 반발이 일자 관리당원 여론조사로 성격을 바꾸는 등 1인1표제 추진에 진심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현직 최고위원인 이언주 최고위원이 공개회의 석상에서 "졸속으로 강행한 여론조사"라고 비판하는 등 당내 반발이 이어졌다.
지난 5일 열린 중앙위에서는 중앙위원 재적 596명 중 373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62.5%였다. 이 중 1인1표에는 찬성표 271명, 지방선거 룰 개정을 위한 당헌 개정에는 297명이 찬성했다.
투표 참여 인원을 기준으로 한다면 찬성 인원은 70%를 넘겼지만 의결정족수 미달로 중앙위 문턱을 너지 못한 셈이다.
당 안팎에서 관심을 모았던 투표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위 재적의원 596명 중 40%에 가까운 223명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표결 불참'으로 정 대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불참을 통한 기권으로 사실상 조직적으로 정 대표에게 경고장을 보냈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정 대표의 일방적인 1인 1표제 도입 추진에 반발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친명계인 강득구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제대로 하라'는 당원의 명령"이라며 "내용만큼이나 절차가 중요하다. 그리고 신뢰도 중요하다"고 적으며 우회적으로 '당원들의 신뢰'를 강조하며 정 대표를 비판했다.
내년 8월에 있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연임을 위해 1인 1표제 당헌 개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은 정 대표의 정치적 부담으로 계속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헌 개정 과정에서 친명과 친청의 갈등이 보다 선명해지면서 향후 당 운영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정 대표는 1인 1표제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일자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추진했던 개정안이라면서 이 대통령을 빌미로 자신을 방어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1월 최고위원 보궐선거 결과 따라 당 구도 바뀔 수도
보선 결과, 8월 전당대회 앞두고 정청래 2기 분수령 될 듯
당장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최고위원 3명 보궐선거가 정청래호가 직면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정 대표 체제에 도전하는 친명 후보들이 최고위원으로 진입한다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당권 경쟁에 맞닥뜨리게 된다.
정 대표와 각을 세우는 인물들이 지도부에 합류할 경우 '정청래 체제'는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차기 당 대표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이번 최고위원 보궐선거 결과가 정청래호 2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당장 다음 주부터 후보 출마 선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친명계에선 유동철 부산 수영 지역위원장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유 위원장은 지난 10월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뒤 "컷오프 없는 100% 완전경선'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정 대표에게 공개 반발했던 인물이다. 친명계의 원외 최대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공동상임대표도 맡고 있다.
1인 1표제에 공개 우려를 표했던 친명 강득구 의원도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강 의원은 이 대통령의 당 대표 1기 체제에서 수석사무부총장을 맡았고, 김민석 국무총리의 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친명계 인사들의 출마가 거론되자 친청에서도 누가 나올 지 주목받고 있다. 정 대표와 가까운 임오경 민원정책실장, 김한나 서초갑 지역위원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미 1인 1표제 부결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정 대표가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자신의 세력으로 자리를 채워 전당대회까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당 안팎의 시선이 집중된다.
與 '친명친청' 논란 선긋기…"당 갈라치기 말라" 진화 나서
정 대표가 강행한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수습에 나섰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인 1표제 논의는 당원 주권 강화 위한 오랜 꿈이었고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절차와 방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등 구체적 토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제안이었다는 점을 이해해야 제대로 된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최근 1인 1표제와 최고위원 선출 등 매사를 특정 인물 중심으로 편가르기하는 것은 자제될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공론화와 숙의를 가로막고 결과적으로 합의와 문제해결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중앙위 결정을 당내 친명 세력과 정 대표 간의 세력 다툼으로 바라보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루 전인 6일 유동철 부산 수영 지역위원장이 "이번 사태는 가볍지 않고 책임은 분명하다. 이번 개정을 준비한 사무총장은 책임지고 용퇴하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조 사무총장은 "제가 책임져야한다면 얼마든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위에서 매끄럽게 처리되지 못한 것은 사무를 총괄하는 제 책임이 큰 게 사실이다. 회피할 생각 없고, 그 부분은 인사권자인 (정청래) 대표께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친명친청'은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기우제'"라며 "12·5 당헌개정안 부결도 최고위원 보궐선거도 '친명과 친청의 대결'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위험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인디언식 기우제'처럼 진짜 갈등과 분열이 생길 때까지 계속되고 강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외부의 '갈라치기'는 당을 흔들고 결국 이재명 정부를 흔드는 것이 목적이다. 민주당에 '친청'은 없고 '친명'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재명 대통령님과 함께 사선(死線)을 넘어온 동지고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국민과 함께 또 사선을 넘어야 한다"며 당내 계파 갈등에 선을 그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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