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은영 기자 | 국내 주요 기업 10곳 중 6곳(59.1%)은 내년 투자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투자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불확실성과 고환율, 규제 부담 등이 겹치면서 기업들은 투자 유지 또는 축소를 선택하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3.6%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투자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15.5%, ‘계획을 수립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40.9%로 집계됐다.
투자계획이 미정인 기업들은 조직개편·인사이동(37.5%),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5%),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18.8%) 등을 이유로 꼽았다.
투자계획을 세운 기업 중에서도 절반 이상(53.4%)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보다 규모를 축소한다는 응답은 33.3%, 확대한다는 응답은 13.3%에 그쳤다.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계획이 없는 기업은 국내외 경제전망 부정적(26.9%), 고환율과 원자재가 상승 리스크(19.4%), 내수시장 위축(17.2%) 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투자 규모 확대 예정인 기업은 미래산업 기회 선점·경쟁력 확보(38.9%), 노후화된 기존 설비 교체·개선(22.2%) 등을 긍정적으로 봤다.
AI 분야 투자 의향도 높지 않았다. 조사 기업 중 63.6%는 AI 관련 투자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AI 투자계획을 수립했거나 검토 중인 기업은 각각 12.7%, 23.7%였다.
AI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 중 55.1%는 AI를 공정 자동화, 물류 최적화, AI 에이전트 등 생산·운영 효율화에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은 내년도의 가장 큰 투자 리스크로 관세 등 보호무역 확산 및 공급망 불안 심화(23.7%), 미·중 등 주요국 경기 둔화(22.5%), 고환율(15.2%) 등을 지목했다.
국내 투자 애로 요인은 세금 및 각종 부담금 부담(21.7%), 노동시장 규제·경직성(17.1%), 입지, 인·허가 등 투자 관련 규제(14.4%)라고 답했다.
기업들은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과제로 세제지원·보조금 확대(27.3%), 내수경기 활성화(23.9%), 환율안정(11.2%) 등을 제시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공급망 불안, 외환 변동성, 각종 규제 등이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며 환율 안정 노력과 함께 첨단산업에 대한 세제(국내 생산촉진 세제 등) 지원, 규제 개선 등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으로 국내 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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