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장애인창작극단 ‘녹두’ “단순한 공연 아닌 차별과 편견 깨는 공연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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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장애인창작극단 ‘녹두’ “단순한 공연 아닌 차별과 편견 깨는 공연 만들어요”

경기일보 2025-12-07 14:17: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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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정기공연 ‘나의 살던 고향은’ 공연을 마친 녹두 회원들. 오산IL센터 제공
제14회 정기공연 ‘나의 살던 고향은’ 공연을 마친 녹두 회원들. 오산IL센터 제공

 

“연극을 통해 몸도 마음도 성장하는 단원들을 보면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발달·뇌병변·지체장애를 가진 배우 19명을 포함한 34명의 단원이 활동하는 오산 장애인창작극단 ‘녹두’는 2010년 오산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오산IL센터)가 창단한 이후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매년 공연을 이어온 전국에서도 드문 장애인 극단이다.

 

녹두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 무대에 올린 9개 작품이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극’이라는 점이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의 삶(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발달장애 가족의 생존 투쟁(특별한 아이와 별난 아빠), 장애인의 자립과 죽음에 대한 사회적 질문(나, 동수) 등 장애인의 실제 경험을 예술로 해석하는 드문 레퍼토리를 구축했다.

 

올해 공연한 ‘나의 살던 고향은’ 역시 오산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대만 국적 부모를 둔 장애 여성이 부모의 사망 이후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사회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이야기를 담았다. 연출진은 “제도의 틈에서 부유하듯 떠밀려야 했던 순덕이의 삶을 통해 결국 사람만이 사람을 살린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강경남 단장이 녹두를 창단한 이유도 바로 ‘표현’이었다. 그는 오산IL센터 회원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이 의사 표현을 지나치게 억누르는 현실을 보며 이를 회복할 수단으로 연극을 선택했다.

 

“연극을 하며 표정이 밝아지고 말수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극단을 만들 결심을 했다”는 그의 설명처럼 단원들에게 녹두는 자기 표현과 자존감을 회복하는 장이 됐다.

 

녹두는 창단 1년 만에 경기아마추어연극제 우수상과 연기상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광명·수원·부산·제주 등지에서의 공연은 물론이고 2013년에는 일본 구마모토대 초청 공연까지 성사시키며 장애인 극단의 한계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온라인 중계 방식으로 무대를 이어가며 ‘멈추지 않는 극단’의 면모를 보였다.

 

관객 반응 또한 뜨겁다. “당사자는 자신의 이야기라 울고, 비장애인은 몰랐던 현실을 알게 돼 울었다”는 강 단장의 말처럼 녹두의 공연은 매회 장애 인식 개선의 장이 되고 있다.

 

녹두는 연극을 통해 장애인의 삶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가 외면해 왔던 질문을 무대 위에 올린다. 꾸준함과 진정성으로 쌓아 올린 지난 15년의 기록은 단순한 공연의 역사가 아니라 차별과 편견을 깨는 작은 혁명이었다.

 

강 단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해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사회와 동등하게 공유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실화 창작극을 통해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한 목소리를 꾸준히 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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