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시작을 돕고, 누군가는 끝을 정리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Korea Asset Management Corporation·이하 캠코)의 역할은 후자에 가깝다. 채권과 자산을 정리하고, 부실을 수습하는 캠코만의 '마무리' 과정은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1962년 국내 최초의 부실 채권 전문관리기관으로 출발한 캠코는 명실상부한 핵심 정책금융공기업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그 중심에 경기지역본부가 있다. 부임 1년차가 다가오는 김정훈 캠코 경기지역본부장(52)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함께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Q.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잘 모르시는 분들께 간단히 소개를 부탁 드린다.
A. 캠코는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같은 국가적 경제위기 때마다 선두에서 공적 기금이나 배드뱅크 운영을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특급 소방수’ 같은 기관이다. '가계·기업 재기 지원과 공공자산 가치 제고'라는 공적 역할을 이행하는 상시 재기지원 리딩 플랫폼 기능을 도맡는 곳으로 생각해주시면 된다.
현재 캠코는 1천900명 이상의 직원과 약 7조원의 법정 자본금으로, 연간 투자 규모 1조원이 넘는 가계·기업·공공을 아우른다.
구체적으로 가계부문에서 경제상황을 고려한 부실 채권 적기인수 및 채무조정 지원을 통해 금융회사의 건전성 제고와 취약 차주의 경제적 재기를 돕고, 기업 부문에서는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를 통한 투자매칭 지원, 기업구조혁신펀드 운용, 기업지원펀드 및 NPL 펀드 참여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회생기업의 재기를 지원한다.
공공부문에서도 국·공유재산의 효율적인 관리와 개발을 통해 공공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저희 경기지역본부 역시 본사에 발맞춰 지역과 함께 국민경제의 든든한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Q. 캠코 경기지역본부장으로 부임한 지 어느덧 1년, 그동안의 소회는.
A. 올해 경기지역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다양한 사업을 함께했는데 경기도라는 지역이 워낙 규모가 크고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다 보니 1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저는 부임과 동시에 본부 운영 방침을 ‘배려와 협업, 기쁨이 넘치는 일터’, ‘반부패·청렴 중심’, ‘행복한 직원과 즐거운 고객’ 등 세 가지로 정립했다. 기본적으로 배려와 협업을 통해 직원들이 행복한 일터 환경이 돼야 내부 구성원의 행복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저만의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믿음 만큼 특히 중시하는 건 ‘반부패·청렴 중심’ 문화 확산이다. 청렴은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와 직결되고, 작은 부패가 국민 신뢰를 무너뜨림과 동시에 기관 전체에 큰 리스크가 되기 때문에 반부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생각한다.
Q. 기관의 역할이 조금은 어렵게 느껴진다. 한층 친숙하게 업무를 이해 시켜준다면.
A. 저희 지역본부는 크게 체납조세 징수를 위한 공매업무와 개인 채무자의 신용회복지원, 국유일반재산에 대한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무렵 경기도가 ‘신탁재산 지방세 체납 일제정리’ 방침을 세우면서 공매의뢰가 급증했는데 (제가 부임 초기였던 당시) 공매가 누적되고 지연돼 공매 담당직원들이 힘들어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한 해소를 위해 한정된 인력으로 인한 한계를 적재적소 직원 재배치와 애자일 조직(Agile Management·소규모 팀 문화로 빠른 피드백과 반복적 개선을 통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조직) 운영 등으로 극복하는 데 주력했던 것 같다. 그 결과 올해 10월 기준, 공매 예고를 통한 자진납부를 포함해 체납처분으로 징수한 금액만 278억 원에 달하는 등 지자체 세수확보에 기여하는 성과를 거둬 뿌듯하다.
신용회복지원 부문도 집중 중이다. 개인 연체 채무자의 채무조정은 물론 새출발기금을 통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지속되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高로 인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이 가중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온전한 회복과 새로운 도약을 돕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새 정부 정책 사업인 새도약기금의 지역 내 대상자 지원을 위해 전담 인력과 창구를 개설하는 등 정책 사업의 완전한 수행을 위한 준비에도 만전을 기했다.
아울러 국유일반재산을 대부·매각처럼 일반적으로 관리하는 것 외에도 국민의 생활 편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공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원지역의 한 폐파출소를 리모델링해 사회적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시설로 탈바꿈하고 조만간 개관식을 열 예정인데, 이러한 민·관·공 협업을 통해 대형 유휴 국유재산의 생산적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주안점을 두고 있고,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Q. 최근 사회 곳곳에서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에 관심을 쏟고 있지 않나. 국유재산 등을 관리할 때에도 한층 효율적이고 편리한 방법이 요구될 것 같은데.
A. 그렇다. 캠코는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국유재산부문에서 혁신이 돋보인다. 캠코는 현재 약 800여 명의 직원들이 전국에 소재한 약 72만 필지의 국유재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AI와 같은 최신 기술을 업무에 접목하는 등 지속적으로 디지털 혁신 과제들을 추진함으로써 직원들의 업무부담은 줄이고 관리의 정확성과 효율성은 한층 더 높여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AI 영상분석 기술을 활용한 효율적인 실태조사 시스템을 구축한 것을 소개하고 싶다. 현재 캠코가 운용 중인 100여대의 드론으로 촬영한 고해상도 사진을 GIS(지리정보시스템)에 업로드하면 AI가 토지의 실제 이용현황과 서류상의 정보를 비교해 불일치하는 토지를 발굴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이용현황 정보의 최신화가 필요한 국유재산을 선별해 우선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함으로써 조사의 생산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직원용 챗봇을 개발해 현재 시범 운영 중에 있다. 국유재산 관리 업무는 국유재산법 등 관련법이나 내부규정, 업무지침 등 다양한 자료를 검색하고 학습해야 함에 따라 직원들 부담이 큰 상황으로,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AI가 수시로 학습해 직원들이 궁금한 사항을 대화 형식으로 답함으로써, 복잡·심화되는 국유재산 현안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Q. 포용 금융의 일환으로 발표된 캠코의 ‘장기 연체채권 소각’ 방침,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나.
A. 우선 채권 소멸시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소멸시효는 채권자가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법적으로 소멸되는 제도로, 민법상 일반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다. 그래서 금융회사에서는 채권자로서의 권리 소멸을 방지하기 위해 연체 채무자를 대상으로 ‘시효중단’의 조치 삼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재산이 없는 채무자에게도 10년마다 시효 소송을 제기해 시효를 무한 연장함으로써 장기간 추심 부담에 지속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러한 부담을 지면 정상적인 사회 주체로서의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캠코는 금융회사의 이러한 시효 연장 관행을 바로잡고자 ‘장기 연체채권 관리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한 연체채권의 1회 시효 연장 후 소멸시효가 재차 도래한 경우, 채무자의 상환 능력 심사를 실시해 상환 능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시효를 연장하지 않는 것이 골자다.
또한 새도약기금 매각 채권에 해당되지 않는 장기 연체채권은 심사를 거쳐 소각을 추진, 전국적으로 최대 4만3천명 채무자의 채무 5조9천억 원을 정리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연체 채무자는 채권 추심 등으로 오랜 세월 받아온 고통에서 벗어나 경제적 재기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금융회사의 시효 연장 관행도 개선돼 장기연체자 발생의 근본적인 억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저 역시 향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Q. 이용자 혹은 이용 기업에 한층 가까운 기관이 되려면.
A. 저희 경기지역본부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매년 사회공헌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캠코브러리 아동 지원 ▲대학생 취업 역량 강화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래세대의 희망찬 미래 설계를 돕기 위한 캠코브러리 사업이다. 캠코브러리는 ‘캠코(KAMCO)’와 ‘도서관(Library)’의 합성어로, 관내에는 수원, 평택 등 3곳의 지역아동센터에 설치됐다. 아동·청소년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독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후한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책상이나 책장, 인터넷 TV, 청소년 권장도서 비치, 그리고 독서지도사를 파견해 독서 지도도 한다. 더불어 문화체험을 지원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하는 영화관람, 놀이공원 체험 등 프로그램도 펼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취업난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맞춤형 ‘찾아오는 취업설명회’와 ‘인턴십’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공공기관 취업 준비 노하우와 면접 요령 등 실질적으로 취업에 필요한 사항을 공공기관 채용전문가와 최근 입사자가 대면으로 코칭해주는 건데, 연말에도 한 번 더 실시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아 내년부터는 대상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체의 경우, 본사까지 찾아가 상담을 받기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해 저희 내부에 본사와 직통으로 연결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했다. 문의사항이나 건의사항이 있음에도 거리상·시간상 본사를 방문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저희 방문을 방문해주시면 영상 회의실 등에서 핫라인을 통해 곧장 응대가 가능하다.
Q.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A. 캠코 경기지역본부는 경기지역 주민의 동반자이자 정부 정책 사업을 수행하는 공적기관으로 막중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국민중심의 정책 지원에 앞장설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 내 유관기관 등 다양한 주체들과의 소통을 주도하며, 복잡한 지역 현안사항 등의 해결책을 모색해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공공기관에 요구되는 엄격한 준법정신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청렴하고 투명한 업무수행을 통해 정책 과제 수행에 있어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사랑을 받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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