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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전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억대 연봉…양극화 심화하는 변호사 시장
7일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대에서 일하는 청년 변호사들 가운데 높은 고정비와 낮은 처우에 떠밀려 공유사서함을 이용하는 소위 ‘사서함 변호사’가 늘고 있다. 사서함 변호사는 송달에 필요한 공용 우편번호만을 월 단위로 대여한 뒤 업무는 재택 또는 카페에서 본다. 가장 큰 장점은 월 고정비가 적다는 점이다. 강남 지역에서 운영되는 공용 사서함의 경우 월 비용 5만원이 채 안 되는 곳도 많다. 사무실을 마련할 경우 반드시 발생하는 월세와 직원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에서 벗어나 업무를 볼 수 있다.
사서함 변호사들의 등장은 변호사 시장의 양극화와 과열 경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검사 임관과 로클럭(재판연구원)으로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을 앞둔 예비 변호사들은 서울 주요 로스쿨 상위 성적자를 중심으로 대형 로펌에 먼저 고용을 약속받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0대 로펌의 신입변호사 수는 255명으로 지난해 배출된 변호사 수(1745명)의 14.6%에 해당한다. 이른바 대형 로펌의 ‘어쏘 변호사’(Associate Lawyer)들은 초임 연봉이 1억원대 초중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대형 로펌은 처우 측면에서 초임 변호사들이 가장 선망하는 곳이다.
이어 중형 로펌과 부티크 로펌(높은 전문성을 보유한 소수의 변호사가 보통 하나나 둘의 한정된 법률분야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로펌), 고위 전관들로 구성된 로펌들에 소속된 어쏘 변호사들의 연봉도 억대 수준에 준한다.
문제는 마지못해 개업으로 떠밀린 나머지 청년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과열 경쟁 속에서 제대로 된 처우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해진다. 실제 국세청 ‘2014~2022년 귀속 전문직 종사자 업종별 사업소득 현황’에 따르면 변호사의 평균소득은 1억원이다. 하지만 중위소득으로 살펴보면 30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로 변호사 업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단 뜻이다.
서초동에서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다가 최근 사서함 변호사로 전환한 B씨는 “보통 월 매출 1000만원을 기록하면 월세 등 고정비가 500만원 이상 드는 경우가 많다”며 “남은 500만원으로 직원 인건비 등을 지불하면 남는 돈은 25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소형 법률사무소나 개업을 한 청년 변호사들이 공유오피스로 많이 옮기는 추세였으나 최근에는 그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워 사서함 변호사로 빠지는 동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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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변호사 배출 수 줄여야”…달라진 시대상 반영 의견도
변호사 업계에서는 과도한 변호사 배출이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의 등록 변호사 수는 지난 5월 현재 사상 처음 4만명을 넘어섰다. 2006년 1만명을 처음 돌파한 이후 19년 만에 4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률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변호사 배출 수를 연 1200명대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변리사·법무사 등 유사 법조 직역의 업무를 단계적으로 통합·축소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사서함 변호사 급증 현상은 낮은 처우만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여성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육아를 위해 업무 환경이 자유로운 사서함 변호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서초동에서 사서함 변호사로 전환한 C씨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법률사무소를 나와 사서함 변호사로 개업을 했다”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급작스러운 일이 있을 때 시간을 조율할 수 있어 만족도가 크다. 선배 변호사들과 일하는 방식을 두고 다투지 않는다는 것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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