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공기가 서서히 들어오면 과일 향도 한층 선명해진다. 차가운 바람을 맞고 수확된 배는 과육이 단단해지고 베어 물었을 때 퍼지는 청량한 단맛이 느껴진다. 이런 배가 전국 대회에서 최고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다시 한번 관심이 쏠렸다. 세종시 과수 농가가 처음으로 대한민국 대표 과일 선발대회 배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고, 품종 특성과 재배 방식까지 주목받았다. 일상에서 흔히 먹지만 알고 보면 깊은 특징을 가진 과일이 바로 배다.
배의 특징과 영양 성분
배는 수분 비율이 매우 높아 입안에서 시원함이 빠르게 퍼진다. 평균 수분 함량이 80퍼센트를 넘는 편이라 과육을 씹을 때 자연스러운 단맛과 산뜻한 뒷맛이 이어진다. 과육은 치밀하지만 물기가 풍부해 목 넘김도 가볍다. 껍질 아래쪽에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어 배변 활동을 돕는 데 좋다. 리그닌과 펙틴이 포함돼 장운동이 더욱 좋아진다.
기관지 관리에 도움을 주는 과일로 알려진 이유도 성분과 관련이 있다. 배에는 아리부틴, 클로로제닉산 같은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들은 상기도 염증을 완화하는 데 쓰이는 연구 사례가 있다. 예부터 배즙이나 배를 넣어 끓인 음식이 기침 관리에 쓰였던 배경도 이 성분과 연관된다. 칼륨 함량도 높은 편이라 나트륨이 많은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에게 균형을 맞추는 데 유용하다. 배 한 개에 들어 있는 칼륨 양만으로도 일정 비율을 충족할 수 있다.
배 재배는 토양 관리가 핵심으로 꼽힌다. 토양 미생물 흐름을 유지해야 배 특유의 향과 당도가 안정된다. 유기물 기반의 관리가 지속돼야 과육의 밀도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품종별로 색과 향, 당도도 달라 신고·화산·원황 등은 각기 다른 특징을 갖는다. 신고 품종은 과육이 단단하고 과즙 흐름이 일정하며 표면 빛깔도 안정돼 시장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배는 외형·향·과육 밀도·속심 상태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돼 품질 기준이 정해진다.
대표 과일 선발대회에서 인정받은 이유
올해 대한민국 대표 과일 선발대회에서는 세종시에서 재배된 신고 품종이 배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모양·색·당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출품된 배는 표면 상태가 고르고 색이 일정했으며, 과육 속까지 당도 편차가 적은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재배 과정에서 화학비료 대신 유기물 기반 토양 관리가 적용된 점도 주목받았다. 토양 미생물 활성도를 유지한 방식이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를 유지하고 제초제를 쓰지 않은 점도 심사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반영됐다. 품종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수원 전체 관리가 오래 유지됐고, 과수 재배 경험도 20년 넘게 이어져 과일의 완성도에 반영됐다. 배는 외형만으로 결정되는 과일이 아니기 때문에 색·당도·향·조도 등이 고르게 형성돼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올해 수상은 세종 지역 과수 농가가 축적한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선발대회는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한국과수농협연합회 주관으로 진행된다. 매년 고품질 과일 생산자를 선정하는 구조로 운영돼 신뢰도가 높다. 세종시가 일반 과수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배 환경 변화가 잦은 시기에도 안정적으로 고품질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됐다.
배를 활용한 조리 방식
배는 생으로 먹는 경우가 많지만 조리법도 다양하다. 배즙은 배의 단맛과 수분을 그대로 사용해 만드는 방식으로, 씨와 속심을 제거한 뒤 과육만 눌러 걸러낸다. 단맛을 인위적으로 넣지 않아도 특유의 향이 살아난다. 고기 양념에도 자주 쓰인다. 배 속 효소가 고기 결을 부드럽게 만들어 양념갈비·불고기 조리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단맛과 연육 작용을 동시에 이끈다. 배를 간 형태로 양념에 섞으면 고기 색까지 안정되는 특징이 있다.
배 찜은 배를 속까지 익혀 부드럽게 만드는 방식이다. 속을 파낸 뒤 견과류나 꿀을 넣어 찜기에 올리면 향이 은근하게 올라온다. 겨울철 따뜻하게 먹기 좋은 조리법으로 꼽힌다. 디저트로는 배 슬라이스를 구워 꿀을 살짝 더하는 방식도 있다. 과육이 구워지면서 단맛이 더 진해지고 식감이 부드러워진다. 배는 차갑게 먹어도 좋지만 열을 가했을 때 단맛과 향이 깊어진다.
배를 채 썰어 무침에 넣으면 아삭한 식감과 산뜻한 단맛이 음식 전체의 균형을 잡아준다. 무생채나 김치 버무리는 과정에서도 배를 넣어 수분과 향을 더한다. 조림류에도 쓰여 양념이 과하게 진해지는 것을 잡아주고 단맛의 기반을 제공해 맛의 흐름을 매끄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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