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수족관을 떠나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춘삼이’가 최근 셋째 새끼를 낳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 춘삼이와 새끼 돌고래 / 다큐제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 제공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다큐제주 오승목 감독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는 춘삼이가 지난 10월쯤 출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1일 밝혔다. 춘삼이는 2009년 나이 9살에 포획됐다가 2013년 7월 수족관에서 자연으로 방류된 돌고래다.
다큐제주 오승목 감독은 지난달 12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해상에서 춘삼이 옆을 바짝 붙어 유영하는 새끼 돌고래를 처음 확인했다. 당시 새끼 몸에는 배냇주름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배냇주름은 새끼가 어미 뱃속에서 몸을 접고 성장하며 생기는 주름으로 출산 직후 일정 기간만 나타나는 흔적이다. 오 감독은 이 흔적이 또렷한 점을 근거로 새끼가 태어난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후 다큐제주 측은 같은 개체가 춘삼이와 지속적으로 동행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적을 이어갔다. 지난달 26~29일, 나흘 동안 제주시 도두동 해상과 구좌읍 김녕리 해상 그리고 종달리 해상에서 춘삼이와 새끼가 함께 움직이는 장면이 26차례 목격됐다. 단발성 포착이 아니라 여러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동행이 확인되면서 출산 정황에 무게가 실렸다.
춘삼이와 새끼는 모두 건강해 보였고 큰 무리 속에서 제주시 북부 해상 일대를 오가며 생활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새끼가 어미 곁을 따라 안정적으로 유영하는 장면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초기 양육 과정도 비교적 순조로운 것으로 관찰됐다.
남방큰돌고래 춘삼이와 새끼 돌고래 / 다큐제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 제공
다만 다큐제주 측은 진위 확인을 더 이어가고 있다. 남방큰돌고래 무리에서는 새끼가 어미가 아닌 다른 성체 돌고래 옆에 잠시 따라붙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육상 관찰만으로는 새끼가 춘삼이의 새끼인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오 감독은 드론 촬영 등 추가 기록과 집중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해 새끼의 혈연 관계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다.
춘삼이는 2009년 9살 무렵 포획돼 약 4년 동안 수족관에서 지냈다가 2013년 7월 18일 제주 바다로 방류됐다. 이후 야생으로 돌아간 뒤 2016년과 2023년에도 출산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번 출산이 사실로 확인되면 춘삼이는 방류 이후 약 12년 동안 바다에서 세 차례 새끼를 낳은 셈이 된다.
지난 11월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춘삼이'가 새끼 돌고래와 함께 유영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돌고래는 지난 2013년 수족관에서 자연으로 방류됐다. / 다큐제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 제공
남방큰돌고래는 전 세계 열대·아열대 연안에 넓게 분포하는 큰돌고래속 돌고래지만 국내에서는 사실상 제주 바다에서만 만날 수 있는 희귀한 해양생물이다. 몸길이는 대략 2.6m 안팎이고 최대 230kg까지 자라며 체형은 비교적 가늘고 날렵한 편이다.
등 쪽은 짙은 회색을 띠고 배 쪽은 밝은 회색이나 거의 흰빛에 가까워 개체에 따라 복부 아래로 회색 반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같은 속의 커먼큰돌고래와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크기가 조금 작고 주둥이가 더 길며 위턱과 아래턱에 각각 23~29개의 이빨이 촘촘히 나 있어 구분되는 특징이 된다.
먹이는 해안 암초 주변이나 해저 바닥에 사는 물고기와 오징어 같은 두족류가 중심이다. 사회성이 강해 보통 5~15마리 규모의 소규모 무리를 이뤄 움직이지만 먹이 자원이 풍부한 시기에는 수백 마리까지 모이는 모습도 관찰된 바 있다.
번식은 주로 봄과 여름에 이뤄지고 임신 기간은 약 12개월로 알려져 있다. 새끼는 태어날 때 길이가 약 0.84~1.5m 정도이며 1.5~2년쯤 어미 젖을 먹고 자라다가 이후에도 몇 년 동안 무리 안에서 함께 지내는 행동이 보고된다. 자연 환경에서의 수명은 4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장수종이다.
다만 제주 연안에 사는 집단은 전 세계 남방큰돌고래 가운데서도 규모가 작은 편이고 개체수도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남방큰돌고래는 2012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제주 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는 단순히 ‘볼거리’로 남는 존재가 아니라 연안 생태계의 건강성과 생물다양성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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