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미국 수도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5일(현지시간)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최한 이 행사에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 주최국 정상들이 참석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신설된 FIFA 평화상(Peace Prize)의 초대 수상자로 결정됐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전 세계의 평화·단합을 증진하는 데 변함없는 헌신을 보여준 특별한 개인"이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발표했다.
무대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월드컵 우승 트로피와 비슷하게 생긴 황금빛 트로피에 메달, 인증서까지 받았다. 진행 요원이 가져온 메달은 누가 걸어주기도 전에 집어 들더니 자기 목에 걸면서 '셀프 수여'했다.
FIFA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 평화 공헌을 인정한 것은 완전한 '억지'는 아니다. 실제 그는 국제 분쟁을 막거나 중단시키려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 본인은 그간 8개의 전쟁을 끝냈다고 주장한다.
최근 워싱턴DC에 아프리카 민주 콩고와 르완다 대통령을 불러 양국간 오랜 분쟁 종식에 합의하는 '워싱턴 협정' 체결식을 성대하게 치르기도 했다.
곧 4년째에 접어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아있지만, 이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깊은 관심을 들여 종전 중재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FIFA 평화상을 받으면서 "내 인생에서 큰 영예 중 하나"라며 자신만을 위해 차려진 무대를 즐겼다.
하지만,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노벨평화상에 대한 아쉬움도 여전히 크게 묻어나 보였다.
그렇다면 그는 노벨평화상을 내년에는 받을 수 있을까. 혹여 우크라이나 전쟁을 깔끔하게 끝낸 뒤 노벨평화상을 받으면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더욱 거칠어진 '입'이 그 가능성을 깎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으로 궁지에 몰리자 특유의 강경 발언 빈도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워싱턴DC 주 방위군 피격 사태 후 갑작스레 미네소타주의 소말리아인 이민자 커뮤니티를 노골적으로 공격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네소타가 지역구인 여성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을 향해선 "쓰레기"라고 모욕했고, 해당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게 당연하며 그가 25년 전 시민권을 취득했음에도 이를 취소하고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곤란한 질문을 던지는 여기자를 향해 "돼지"(Piggy), "멍청하다"(Stupid) 등 원색적 조롱도 서슴지 않았고, 자동서명기를 활용한 대통령 문서를 모두 무효화하겠다면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도 부쩍 끌어올렸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패해 레임덕에 빠질 거라는 위기가 엄습해오자 지난해 대선에서 재미를 본 포인트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재활용하려 한다는 느낌이다.
노벨위원회가 지난 10월 트럼프 대신 베네수엘라 철권통치에 맞선 그 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하면서 남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통치자들이 법치를 유린하고, 자유로운 언론에 침묵을 강요하며 사회를 권위주의 통치, 군사화로 몰아붙이는 이런 똑같은 추세를 세계적으로 목격하고 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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