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리아 포럼서 "다양한 규제 대비, 현지인 협업해야" 제언
(베이루트=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시리아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현지 사정이 아직 불완전하다면서도 한국 기업이 철저한 대비를 거쳐 진출할 경우 사업적으로 큰 기회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5일(현지시간) 베이루트의 주레바논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시리아 비즈니스 포럼 2일차 행사에서 이코노미스트 카람 샤르는 "물살을 시험해보되 너무 깊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약에 상황을 살펴보지도 않는다면 큰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며 "적절한 부처를 통해 적절한 상대와 소통한다면 많은 기회를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외교부는 앞서 4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시리아 경제장관, 통신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포럼 1일차를 열었다. 2일째 일정은 안전 등 문제로 이날 베이루트의 대사관에서 진행했다.
샤르는 시리아 알레포대학교를 졸업해 컨설팅업체 '카람샤르자문'을 설립한 현지 전문가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기아, 현대로템,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한국 업체와 기관의 중동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샤르는 현재 시점에서 시리아와 무역을 구상하는 데에 가장 주의해야 할 요소로 제재와 금융거래 두 가지를 꼽았다.
제재와 관련해 샤르는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는 속도가 미처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정도로 빨랐다"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시리아에 관심이 있는 주변 걸프 국가가 백악관을 압박하는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미국이 이라크를 테러지원국가에서 해제하는 데에 20개월이 걸렸지만, 시리아의 경우 이 과정이 신속히 진행돼 이르면 이달 내로 발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미국이 부과한 여러 제재 중 핵심인 '시저 시리아 민간인 보호법'(Caesar Act·시저법)이 조만간 미국 의회에서 완전히 해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시저법에 따른 제재 부과를 180일간 유예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법은 건설, 에너지, 금융, 항공 등 분야의 거래를 사실상 차단하는 방식으로 옛 시리아 정권을 고립시켰는데,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가 축출된 후 알샤라 대통령이 미국에 협력하는 상황인만큼 이에 따른 제재 부과를 한시적으로 정지해 재건 사업을 돕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다만 샤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시저법 제재 유지를 원한다는 점이 변수라며 실제 발표가 이뤄질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알샤라 대통령이 이끌었던 이슬람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과거 알카에다와 연계됐던 점 등을 들어 새 정권에 대한 의심을 늦추지 않는 상황이다.
샤르는 또 알샤라 대통령이 경제 발전과 관련해 집권 초기 민영화, 무역 자유화, 규제 완화 등에 대한 일관적인 비전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대통령실과 각 부처간 정책 방향에 일부 혼선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우디, 카타르 등이 시리아 정부와 대형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아직 정보통신기술 등 부문에 실질적으로 사업이 시작되기보다는 부동산 투자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편 샤르는 시리아 은행 부문이 경제 회복 과정에 병목 지점이 되고 있다면서도 시리아 중앙은행이 글로벌 기업 금융거래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카타르국립은행(QNB) 알바라카은행 등 주변국 민간은행을 통해 상황이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특사인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대사가 시리아 금융거래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요청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봤다.
샤르는 "나라면 (시리아 측에서) 예전 파트너보다 한국 기업의 진출을 바라고 있을 것"이라며 "현지에서 관계를 맺고 거래를 트면서 거래를 시작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샤르는 한국 기업들을 향해 "시리아 상황은 복잡하지만 규제와 리스크를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유능하고 성실한 기업들을 향한 기회가 열려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는 현지인들과 협력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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