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 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30년 만에 검출되면서 국제 돼지고기 유통 시장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 수입국들이 즉각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하면서 국내 돼지고기 시장의 가격 변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당국은 지난달 바르셀로나 일대에서 폐사한 야생 멧돼지를 검사한 결과 ASF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지 시간 기준 최소 9건 이상의 확진 판정이 나왔으며, 추가 의심 사례 10여 건도 정밀 검사가 진행 중입니다. 스페인에서 이 전염병이 확인된 것은 1994년 종식 선언 이후 처음입니다.
ASF는 돼지와 야생 멧돼지에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감염 개체의 분비물이나 혈액을 통한 직접 접촉은 물론 오염된 사료나 차량을 매개로도 확산됩니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돼지의 경우 감염 시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합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전무해 발병 시 인근 개체까지 신속히 살처분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응책이 없는 실정입니다.
스페인은 연간 90억 유로(약 15조 원) 규모의 돼지고기를 수출하는 세계적인 돈육 생산국입니다. 특히 이베리코 돼지로 유명한 스페인은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수입국들에 막대한 물량을 공급해 왔습니다. 이번 ASF 발생으로 스페인 정부가 발급한 수출 인증서 중 3분의 1가량이 각국 정부에 의해 효력이 정지된 상태입니다.
중국은 스페인 최대 수출 시장으로, 바르셀로나 지역에서 사육되거나 도축된 돼지고기의 수입을 즉시 차단했습니다. 일본과 멕시코는 한발 더 나아가 스페인 전역을 대상으로 돼지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비상 방역 체계를 가동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이달부터 스페인 내 ASF 발생 지역에 한정해 돼지고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다만 현지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규제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스페인으로부터 11만 4,680톤의 돼지고기를 수입했으며, 이는 미국(18만 5,597톤) 다음으로 많은 수치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이베리코 등 프리미엄 수입육에 대한 국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량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였습니다.
국내 식품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산 돼지고기를 원료로 사용하는 캔햄 제조사들은 재고 점검과 함께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섰습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지 농가들이 수출 차단 전에 가능한 많은 물량을 출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단기적으로는 수입 단가가 소폭 하락했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충남 지역에서 ASF가 재발하면서 정부가 전국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2019년 국내 ASF 유행 당시에는 30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되며 양돈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전례가 있어, 방역 당국은 국내외 발생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스페인 양돈업계는 이번 사태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ASF가 유럽 내 다른 국가로 번질 경우 글로벌 돼지고기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 축산물 시장의 향방은 앞으로 스페인의 방역 성과와 추가 확산 여부에 달려 있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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