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동선이 서울 주요 상권에서 지방으로 넓어지며 K뷰티 유통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쇼핑 수요가 지역 곳곳으로 분산되면서 K뷰티가 관광의 필수 소비 영역을 넘어 지역 체류 경험을 강화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시는 올해 10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이 301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선 수치이다. 같은 기간 관광객 지출액은 8592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31.5% 증가하며 전국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외국인 관광객 지출액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외국인의 카드 쇼핑 결제 규모 역시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화장품·체인스토어 매출이 백화점을 앞지르며 소비 성향이 명확히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뷰티의 글로벌 수요를 이끌고 있는 올리브영에서도 변화는 뚜렷히 감지된다. 올해 1월부터 11월 기준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한 방한 외국인 누적 구매 금액이 1조원을 달성했다. 매출 비중은 2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텍스프리(GTF) 기준 국내 화장품 결제건수의 88%가 올리브영 매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돼, 단순 계산하면 국내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외국인 10명 중 9명이 올리브영을 찾은 셈이다.
방한 외국인들의 K뷰티 수요가 기록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쇼핑 트렌드의 질적 변화도 눈에 띈다.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로컬 상권과 주거 지역까지 찾는 이른바 ‘데일리케이션(Daily+Vacation)’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외국인들의 동선도 과거보다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1월부터 10월 기준 올리브영의 비수도권 지역의 외국인 구매 건수는 지난 2022년 대비 86.8배 증가해 수도권(20.5배)을 크게 웃돌았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매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높아지면서 올리브영이 단순 유통망을 넘어 관광 소비와 연결되는 접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심에 머물던 K뷰티 소비가 지방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는 흐름은 관광 소비 변화와도 맞물린다. K콘텐츠 확산과 한국 방문 수요 증가, 재방문객 확대, 지방 체류형 여행 증가 등이 겹치면서 외국인의 소비가 명동·강남 등 핵심 상권에만 집중되던 구조에서 벗어나 일상 공간 중심의 소비 패턴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단순 쇼핑이 아니라 ‘지역에서의 생활 경험’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면서 K뷰티 매장은 체험형 콘텐츠로 기능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책 관점에서도 이 같은 변화는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수도권·제주에 관광 수요가 과도하게 몰리며 ‘오버투어리즘’ 문제도 드러난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 기반 관광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 소비가 지방으로 분산되는 움직임은 관광의 균형 발전과 지역 산업 활성화를 동시에 뒷받침하는 흐름으로 평가된다.
재방문객 증가와 생활 소비형 관광의 확산은 지역 산업과 관광 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K뷰티를 비롯한 유통·서비스업이 외국인 수요를 흡수하면서 지역경제와의 연계성이 강화되고, 실제로 관련 업종의 매출 증가가 지역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외래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수요가 수도권·제주에 집중된 구조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라며 “관광이 유명 명소 중심에서 지역의 일상 공간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올리브영 같은 영향력 있는 매장이 지역 특화성을 갖추면 방문 동기로 작용하며 실제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방문객 증가로 관광과 지역 산업이 연결되면서 지역경제 전반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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