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윈도가 쓴 에세이…'눈물 대신 라면'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어린 시절부터 미역국을 좋아했지만 2년간 먹지 않았다. 미끌미끌한 미역을 먹으면 시험에 떨어질 수 있다는 미신 때문이었다. 그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좋아하던 음식까지 참으면서 경찰공무원이 됐지만, 8년 만에 사표를 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다. 글을 쓰는 것. 그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꿈을 이뤘다.
하지만 꿈을 이뤘다고 만사형통인 것은 아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포기해야 했다. 글만 써서 먹고사는 작가는 드물었다. 비싼 서울살이를 해 나가려면 아르바이트도 병행해야 했다.
신간 '눈물 대신 라면'(빅피시)은 경찰공무원 출신 작가 윈도가 쓴 에세이다. 음식을 매개로 삶에 대한 글을 썼다. 지나가 버린 추억, 청춘의 불안, 밥벌이의 힘겨움, 가난과 사랑, 마음에 맞는 친구와의 저녁 자리, 그리고 살다 보면 가끔 찾아오는 희망을 주워 모아 책에 담았다.
주머니가 가벼워지면 가장 먼저 바꾸는 게 식당, 즉 먹거리다. 비싼 프랜차이즈 식당보다는 분식집이나 편의점을 더 애용한다. 책에 언급된 음식들도 대부분 서민 음식이다. 김밥, 짜장면, 라면, 비빔밥, 해장국, 불닭볶음면 등…. 대개 분식점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 흔함 속에 추억이 깃들어 있다. 미역국과 김밥을 먹을 때는 엄마의 손맛이, 짜장면을 목구멍으로 넘길 때는 이사의 추억이 떠오른다. 라면 하면 '삼봉오란'이다. 성인의 지혜가 담긴 사자성어가 아닌, 먹방 유튜버가 만들어낸 신조어다. '라면 세 봉지에 계란 다섯개'라는 뜻으로, 삼봉오란은 누구도 싫어할 수 없는 '진리의 맛'이라고 한다.
먹거리를 다룬 글에선 생활의 고달픔과 함께 희망도 묻어난다. 가령 "양파처럼 세상살이에 들들 볶인 나의 삶도, 언제가 잘 볶인 양파처럼 달콤해질 거란 희망을 갖게 하는 것. 그게 짜장면의 힘이었다"와 같은 문장들이 그렇다.
저자의 글을 모두 동의할 순 없지만, 음식을 묘사한 부분만큼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 김애란의 유명한 단편 소설집 제목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바로 '침이 고인다'다.
208쪽.
buff27@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