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이용 8명 중 1명 노인 추정 "뭘 어떻게 하란 건지…결국 포기"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쿠팡에서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는 문자를 받은 뒤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빗발쳐요. 자식들이 인터넷 들어가서 뭘 삭제하고 뭘 가입하라는데, 어떻게 하는지 알아야 말이죠."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김성만(71)씨는 6일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불안감을 호소하며 이같이 말했다. 쿠팡에서 주 2∼3번 손주 간식이나 장난감을 구매해 온 김씨는 회원 탈퇴를 원하지만, 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피해를 막으려 해도 탈퇴 방법이 복잡하고 어려워 힘들다"고 토로했다.
3천300만건에 달하는 역대급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탈팡(쿠팡 탈퇴)'과 정보보호 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여겨지는 노인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쿠팡 결제자 중 60대 이상은 209만 명으로 전체의 12.7%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달(167만 명) 대비 25.2%나 급증한 수치다.
문제는 늘어난 고령 이용자만큼 피해 예방의 사각지대도 커졌다는 점이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스미싱 신고, 번호 도용 차단,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 가입 등 '추가 피해 방지 팁'이 공유되고 있지만, 노인들에게는 접근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경애(68)씨는 "자식들에게 부탁하는 것도 한두 번"이라며 "결국에는 안 하고 만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76.4%(복수 응답)는 디지털 기기 이용 중 문제 발생 시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답했고, "스스로 해결한다"는 응답은 35.7%에 그쳤다.
한국에 거주하며 쿠팡을 사용하는 외국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유출 사고의 범인이 중국 국적으로 의심되면서 불안감은 더 크다.
서울 거주 일본인 사토우 레이(24)씨는 "중국으로 내 정보가 넘어갔다니 생각하니 무섭다"며 "유출 확인이나 피해 방지법이 전문 용어로 쓰여 있어 이해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전 국민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젊은 층과 달리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외국인은 불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고령층이나 외국인 대면 상담 창구를 운영하는 등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미혼모나 아동을 위한 전용 창구처럼, 디지털 범죄에 취약한 노인들을 위한 무료 상담 콜센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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