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기온이 내려가면 부엌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냄새가 먼저 계절을 말해준다. 차가운 공기와 달리 조용히 끓는 냄비 하나만 있어도 집 안 분위기가 금세 부드러워진다. 이때 가장 손이 잘 가는 재료가 무다. 두껍게 썰어 천천히 달이면 속결이 노르스름하게 물들고 단맛이 자연스레 배어든다. 오래 끓일수록 윤기가 돌고 향도 짙어져 겨울철 간식이나 차와 곁들이는 달임 요리로 자주 떠오른다. 무정과는 이렇게 계절과 맞아떨어지는 단순 조리법이라 한 번 만들면 며칠 동안 즐길 수 있다.
무의 영양 성분과 조리에 어울리는 특징
무는 수분 함량이 높지만 구조가 단단해 열을 오래 받아도 형태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아 정과 조리에 잘 맞는다. 또한, 무에는 비타민C가 들어 있으며, 열을 받으면 비타민 함량이 줄지만 기본적인 산뜻함은 남아 있어 갱엿의 묵직한 단맛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칼륨도 포함돼 있어 짠 조리보다 달게 끓이는 방식이 더 잘 맞는다.
무속 섬유질은 열을 받으며 은근한 단맛을 끌어올려 오래 끓일수록 단맛이 선명해진다. 껍질에는 특유의 향이 모여 있어 껍질을 제거하면 향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무의 흰 속살은 단맛이 잘 스며들고 농도가 진해질수록 색이 투명하게 변한다. 이 변화가 정과의 비주얼을 만든다.
3kg 정도면 냄비 하나 가득 차는 양으로 1cm 두께는 식감과 모양을 유지하는 데 가장 잘 맞는 두께다. 너무 얇으면 쉽게 부서지고, 너무 두꺼우면 갱엿이 스며드는 속도가 늦어진다. 무는 향이 강하지 않아 달게 졸여도 부담스럽지 않다. 식사 후 입가심으로 먹기 좋은 이유도 이 점에서 나온다.
무 수분으로만 끓이는 무정과 레시피
무정과는 물을 전혀 넣지 않는데, 무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오는 수분이 갱엿을 녹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냄비에 무 3kg을 모두 담고 갱엿 900g을 넣는다. 처음에는 센불로 뚜껑을 덮고 끓인 후 열이 오르면 무에서 빠져나온 수분이 갱엿에 섞이기 시작하고 내용물 점도가 눈에 띄게 변한다.
이때부터 뚜껑을 열고 끓인다. 수증기를 날려 농도를 천천히 맞추는 과정이다. 갱엿이 완전히 녹으면 색이 균일해지고 무 표면이 반들거린다. 이 지점에서 다시 강불로 조리면 내용물이 자작해진다. 강불 단계에서 바닥을 가볍게 저어주면 눌어붙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불을 끄고 5시간 정도 그대로 식히는 과정이 중요하다. 열이 식으며 무 속까지 단맛이 스며든다. 하루 동안 냉장 보관하면 식감이 더 단단해진다. 차가운 상태는 무결정처럼 겉면이 다져지고 안쪽은 쫀득하게 유지된다. 이 숙성 과정이 무정과의 완성도를 높인다.
무정과 활용법
무정과는 차와 함께 먹기 좋다. 따뜻한 차류와 함께 두면 단맛이 둔하게 퍼지고 식감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식후에 한두 조각만 먹어도 입안이 산뜻해진다.
조각을 잘게 썰어 요거트에 올리면 당도 조절이 쉬운 간식이 된다. 오래 졸인 무는 형태가 잘 유지돼 샐러드 토핑으로 사용해도 모양이 무너지지 않는다. 얇게 썰어 떡과 함께 두거나, 잘게 다져 빵 반죽에 섞어 구워도 문제없다.
보관은 밀폐 용기가 좋다. 갱엿이 굳으며 표면이 서로 붙는 것을 막아준다. 냉장고 보관이 가장 안정적이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두어도 오랫동안 형태와 맛이 유지된다. 차갑게 먹으면 단맛이 또렷해져 겨울 간식으로 계속 손이 간다.
무정과 레시피 총정리
■ 요리 재료
무 3kg, 갱엿 900g
■ 만드는 순서
1. 무는 껍질을 벗기고 1cm 두께로 썬다.
2. 냄비에 무와 갱엿을 모두 넣는다.
3. 물은 넣지 않고 센불에서 뚜껑을 덮고 끓인다.
4. 무에서 수분이 나오면 뚜껑을 열고 계속 끓인다.
5. 갱엿이 완전히 녹으면 다시 강불에서 졸인다.
6. 내용물이 자작해질 때까지 농도를 맞춘다.
7. 불을 끄고 그대로 5시간 식힌다.
8. 하루 냉장 보관 후 먹으면 쫀득한 식감이 완성된다.
■ 오늘의 레시피 팁
- 무 두께가 일정해야 식감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 초반 강불 단계에서는 눌어붙지 않도록 바닥을 가끔 확인한다.
- 중간 단계에서는 수증기 양을 보며 농도를 천천히 조절한다.
- 식힌 뒤 바로 냉장 보관을 하면 쫀득함이 안정적으로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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